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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끊은 헬스장이 갑자기 문 닫아, 환불 가능할까요?

중앙일보 2019.01.26 08:00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12)
한 미용실이 높은 월세로 임차인이 나서지 않아 두 달째 비어 있는 모습. A 씨는 동네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이용권을 한 번에 여러장 구매했다. 어느 날 그 미용실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중앙포토]

한 미용실이 높은 월세로 임차인이 나서지 않아 두 달째 비어 있는 모습. A 씨는 동네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이용권을 한 번에 여러장 구매했다. 어느 날 그 미용실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중앙포토]

 
A 씨는 동네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이용권을 한 번에 여러 장 구매하면 할인 혜택이 크다고 해 미리 결제했는데,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그 미용실이 갑자기 문을 닫은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미용실로 달려가 보니 진짜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B 씨는 본격적으로 운동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가까운 헬스장을 찾았다. 헬스장에서는 할인 혜택이 많은 장기등록을 하라고 권유했다. 기간이 길면 길수록 할인 폭이 컸다. 어차피 앞으로는 꾸준히 운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터라 큰맘 먹고 1년 치 등록을 했다. 그런데 얼마 뒤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헬스장이나 미용실뿐만 아니라 키즈 카페, 네일숍, 치과 등이 한 번에 결제하거나 장기등록을 하면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앞서 든 사례에서와 같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폐업 피해 줄여주는 ‘할부항변권’
가게가 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이미 목돈을 다 지불했는데, 갑작스럽게 폐업하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이야 돈을 돌려받는 것이겠지만 고객 몰래 갑작스럽게 가게를 폐업할 정도면 돈을 돌려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사장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현금으로 결제하고 영수증을 받아 두지 않아 증거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다행스럽게 자료가 남아 있어 피해 사실을 입증해 승소하더라도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까지는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할부항변권’에 대해 알아본다.
 
현금으로 결제하고 영수증을 받아 두지 않아 증거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중앙포토]

현금으로 결제하고 영수증을 받아 두지 않아 증거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중앙포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하에서는 ‘할부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6조에서는 ‘소비자의 항변권’이라는 제목으로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즉, 할부계약이 불성립·무효인 경우, 할부계약이 취소·해제 또는 해지된 경우, 할부거래업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할부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등 일정한 사유로 소비자가 할부거래업자 또는 신용제공자에게 그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이를 할부항변권이라고 부른다. 다만 할부항변권을 행사하려면 크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할부항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할부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거래에 해당해야 한다. 할부거래법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사업자가 상행위를 위해 재화 등의 공급을 받는 거래는 제외된다. 그러나 사업자가 사실상 소비자와 같은 지위에서 다른 소비자와 같은 거래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는 적용된다.
 
또 성질상 할부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의 제조업에 의해 생산되지 아니한 농산물ㆍ수산물ㆍ축산물ㆍ임산물ㆍ광산물, 의약품, 보험,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가 그것이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사용해 할부로 결제한 경우 결제 금액이 20만 원 이상이어야 하며, 동시에 이를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3회 이상 나누어 지급해야 한다. 신용카드 대금은 보통 한 달 단위로 결제되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2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으로 결제할 때 할부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때 주의할 것은 소비자가 신용제공자, 즉 카드사에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금액은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한 당시 소비자가 신용제공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나머지 할부금으로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아직 결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할부금에 대해서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가게가 갑작스럽게 폐업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카드사에 연락해 남은 할부금 지급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 할부거래법에서는 할부항변권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중앙포토]

만약 가게가 갑작스럽게 폐업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카드사에 연락해 남은 할부금 지급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 할부거래법에서는 할부항변권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중앙포토]

 
그러므로 만일 갑작스럽게 가게가 폐업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즉시 카드사에 연락해 남은 할부금 지급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 할부항변권 행사 방법과 관련해 반드시 서면, 특히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할부거래법에서는 할부항변권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철회권 행사는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하는 점과 다르다).
 
따라서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이 촉박한 경우에는 우선 전화로 미리 통지하고 이어 서면을 발송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서면 통지의 효력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발송’한 날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가 있다. 구비서류는 카드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우선 해당 카드사에 문의한 뒤 진행하는 것이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신용카드 결제 후 받는 영수증 뒷면에 보면 ‘철회·항변 요청서’ 양식이 표시되어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신용카드 결제 영수증 뒷면에 할부거래계약서 내용과 함께 철회·항변 요청서 양식이 나와 있다. 그런데 회원의 항변권 부분에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2010년 법 개정 이후에는 할부거래법 제16조에서 항변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문구는 수정돼야 한다.
 
현금 지급보단 신용카드로 3개월 이상 할부 결제를
소비자가 항변권 행사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항변을 서면으로 수령한 할부거래업자는 5영업일, 신용제공자(카드사)는 7영업일 이내에 소비자의 항변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와 항변권 행사가 정해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만일 위와 같은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소비자의 할부금 지급 거절 의사를 수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지금까지 할부항변권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대금을 결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매번 결제하는 것보다 한 번에 결제할 때의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면 장기등록을 거절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장기등록을 하더라도 계약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회원증이나 계약서 등 증거자료도 잘 보관해 두고,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보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할부로 결제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상조 기자

장기등록을 하더라도 계약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회원증이나 계약서 등 증거자료도 잘 보관해 두고,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보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할부로 결제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상조 기자

 
고민 끝에 장기등록을 하더라도 계약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회원증이나 계약서 등 증거자료도 잘 보관해 두고, 대금을 그냥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보다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3개월 이상의 할부로 결제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또 할부항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는 남은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사건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항변권을 행사하고, 카드사와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항변권을 언제, 어떻게 행사했다는 자료 역시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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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형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필진

[정세형의 무전무죄(無錢無罪)] 많은 사람이 은퇴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 없이 사는 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법이 무작정 그들의 편이 되어주진 않는다. 법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알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계약에서부터 소송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례와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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