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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는 범죄자 처벌인데…자원봉사처럼 물러터져

중앙선데이 2019.01.26 00:36 620호 3면 지면보기
쌍방울 대주주 김성태(51)씨가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그는 곧바로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 탄력집행신청서를 냈다. 탄력집행신청이란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대상자의 편의를 봐주는 제도. 대상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봉사 이행 시간을 조정해 준다. 김씨는 회사 경영이나 오십견 치료 등을 이유로 신청서를 냈다. 그 결과 회사나 병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했다. 하지만 어깨 통증이나 몸살 등을 이유로 그가 일해야 할 사회복지관에 여러 차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제보받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실은 지난해 10월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했고, 김씨가 여기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복지관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출근하고 퇴근했다는 기록은 적혀 있었지만 CCTV엔 오후 1시쯤 외부로 나가 오후 4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회봉사명령 무엇이 문제인가
대상자 3분의 1에 관대하게 적용
과도하게 편의 봐주는 게 문제

복지시설 등 협력기관에 집행 맡겨
힘든 일 않고 청소 등 한가한 일만

보호관찰소 예산·인원 확충해
범죄자 직접 관리 비중 높여야

 
법무부 실효성 있는 대책 안 내놔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처럼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편의를 봐주는 탄력집행은 전체 대상자의 3분의 1에게 적용된다. 김씨처럼 탄력집행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무단 불참이나 이탈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이달 초부터 김씨가 나오는 유락종합사회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김씨에 대해선 두 시간마다 뭐하는지 감독하고 있다. 김씨 때문에 우리 기관이 관리 소홀로 문제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판사가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여 놔도 집행은 물러터져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범죄자에 대해 형벌을 집행하는 것인데 실상은 자원봉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사회봉사명령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법원이 부과하는 보안처분이나 그 집행의 지휘감독 권한은 법무부에 있다. 사회봉사명령의 이행 실태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도 법무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사회봉사명령 등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강화하는 법안들이 현재 국회에 여러 건 제출돼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사회봉사명령 집행을 외부 협력기관에 내맡기고 있는 데 있다. 협력기관엔 이들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지정되는데 책임자는 이걸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24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의 경우 사회봉사 대상자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은 청소반장이었다. 나이가 60세 이상 된 청소반장이 20대부터 50대 연령의 대상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복지시설이나 아파트관리사무소 등 외부 협력기관이 이들에게 시키는 일도 한가하기 그지없다. 노인 수발이나 아파트 청소 등의 업무가 맡겨지는데 노동 강도가 세지 않다.  
 
정작 일손이 필요한 건설 현장의 일이나 노동 강도가 센 물류 하차 같은 일은 시키지 않는다. 건설현장 등이 외부 협력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복지관 한 곳엔 대상자 21명이 배치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지관 관계자는 “사고를 치는 한 명도 우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데 5명 이상이 오면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있느냐. 우리는 이들을 쫓아다니면서 사정해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상자가 협력기관 관계자를 매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한 복지관의 관계자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게서 뇌물을 받는 바람에 수사기관에 고발됐다. 돈이 있는 대상자가 돈으로 담당자를 구워삶아 무단 이탈 등 근무 태만을 하다 뒤늦게 적발된 것이다.
 
 
협력기관 관계자 돈 주고 매수도
 
사회봉사명령이 허술하게 집행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호관찰소의 담당자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접집행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는 전체 대상 건수의 16.8%에 불과하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유명했던 가수 이주노씨는 지난 1월 법원에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1년2월, 집행유예 2년, 120시간 사회봉사,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등의 형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경기도 남양주 등 농촌에서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했다. 이씨가 비닐하우스 주변을 정리하고, 모판을 옮기는 일을 할 때 보호관찰소 담당자가 따라붙어 감독했다. 이런 게 직접집행 사례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주노씨가 성실하게 일해 그에 대한 평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집행 비중을 높이기 힘든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에 있다. 법무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소 담당자 한 사람이 맡는 사회봉사명령 건수가 92건이다. 외부 협력기관에 맡겨진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기 힘들다 보니 전화만 돌린다.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김성태씨의 무단 이탈을 계기로 보호관찰소 등을 대상으로 사회봉사명령 이행 여부를 현장점검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니 전체 건수의 5% 정도는 한 번도 현장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일부 보호관찰소 담당자는 사회봉사명령 집행 업무뿐 아니라 다른 업무도 중복해 하고 있다. 표 의원은 “김성태씨와 같이 부과된 보안처분을 미이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면 국회가 언제든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정정보도]“사회봉사 하랬더니 낮술 먹고, 행패 부리고…” 등 관련
 
본지는 지난 1월 26~27일 1면 “사회봉사 하랬더니 낮술 먹고, 행패 부리고…”, 3면 “사회봉사는 범죄자 처벌인데…자원봉사처럼 물러터져”란 제목의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가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인 김모씨의 무단이탈 사실을 파악했으나 복지관 측이 김 씨가 사라진 사실을 부인하다가 검찰이 복지관 CCTV를 압수수색하며 무단 이탈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가 해당 복지관을 방문한 사실은 확인된 바 없으며, 복지관 CCTV 영상도 동부보호관찰소의 확인 요청 공문에 따라 제출된 것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에 의한 것이 아님이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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