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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으로 촛불혁명 완성됐나

중앙선데이 2019.01.26 00:20 620호 20면 지면보기
디디의 우산

디디의 우산

디디의 우산
황정은 지음, 창비
 
황정은이 연작소설 두 편을 묶은 『디디의 우산』을 들고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닌』이후 2년 만이다. 등장인물 하나 겹치지 않는 두 중편 ‘d’와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연작으로 만드는 공동주제는 ‘혁명’이다. 단, 행위자로서가 아닌 관찰자로서의 혁명이다.
 
각각의 화자인 ‘d’와 ‘나’는 2016년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에 선다. 거기서 ‘차벽’에 마주친 두 사람은 같은 말을 한다. “이제 어떻게 할까.” 그들이 발견한 건 혁명의 배타성과 미완성이다. d는 생각한다 ‘혁명은 이미 도래했고 이것이 그것 아니냐.’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반혁명이다. ‘명박산성’이 만들어낸 혁명의 ‘진공’ 상태다. “혁명을 거의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혁명. 격벽을 발명해낸 사람들이 만들어낸 혁명.”  
 
d보다는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나’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날, 이렇게 독백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날일까. 혁명이 이루어진 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혁명은 마침내 도래한 것일까.”
 
시공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같은 걸 느낀다. d는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군 조종사 이웅평 ‘그 새끼’를 부러워하며 외친다. “나는 내 환멸로부터 탈출하여 향해 갈 곳도 없는데요.”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카이 크롤러’의 끝없이 반복되는 삶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여기를 나가서 어디로 가겠다는 걸까” 반문한다.
 
새롭게 오디오 세상에 눈뜬 d는 진공관을 만져봄으로써 ‘진공’ 상태의 뜨거운 맛을 본다.  
 
‘나’는 촛불 집회장에서조차 젠더 문제에 대한 뒤틀린 시선을 맛보며 탈출구가 크고 가깝지 않음을 안다. 두 작품 사이의 이음매에는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있다.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미완일지 모를 혁명에 필요한 우산은 무엇인지, 황정은의 고뇌는 끝나지 않았다.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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