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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 하랬더니 낮술 먹고, 행패 부리고…

중앙선데이 2019.01.26 00:02 620호 1면 지면보기
지난 23일 서울 중구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 비상이 걸렸다. 법원 판결에 따라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김성태(51)씨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면서 복지관 관계자들과 법무부 소속 서울보호관찰소 직원들이 그를 찾은 것이다.  
 
김씨는 쌍방울의 대주주.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에다 사회봉사명령 400시간을 받고 지난해 7월부터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고 있다. 주중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곳에 와서 청소를 비롯해 잔심부름을 한다. 이날 점심시간 이후 사라진 김씨를 찾기 위해 보호관찰소 소속 공무원들이 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복지관 관계자는 “어디 있는지 몰랐지만 복지관을 벗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옥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봉사명령 이행 도중 무단 이탈한 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가 이 기관을 방문해 김씨의 무단 이탈 사실을 파악했으나 복지관 측이 김씨가 사라진 사실을 부인하다가 검찰이 복지관 출입구에 있는 CCTV를 압수수색하면서 그의 무단 이탈 사실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김씨가 지난해 사고를 치면서 법무부가 사회봉사명령 집행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까지 내놨는데도 그 이후에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3만7000여 명이 김씨처럼 법원 판결에 따라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이란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거나 보호처분 등의 필요성이 인정된 사람에 대해 일정 시간 동안 무보수로 사회에 유익한 근로를 하도록 명령하는 것을 말한다. 5명 중 4명은 김씨처럼 사회복지관 같은 곳(사회봉사명령 협력기관)에 있다. 문제는 배치만 해놨지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우면주공아파트의 한 동 지하실 쪽방. 남성 5명이 의자에 기대 누워 난롯불을 쬐고 있다. 먹다 남긴 햄버거가 놓여 있고, 일부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어떤 날은 한 명도 안 나올 때도 있다. 낮에 아파트 단지 밖에도 자유롭게 다닌다. 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도록 한 외부 협력기관엔 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있는 아파트는 주로 임대아파트다. 아파트 주민들은 거주지 부근에서 이들이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해까지 성폭력 범죄자도 청소년 또는 여성을 위한 사회복지관이나 아파트에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기도 했다.
 
김씨처럼 툭하면 사회봉사명령 배치 기관을 벗어나거나 5명처럼 아파트 쪽방에서 쉬고 있는 정도는 그나마 양반이다. 폭력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J씨는 지난해 6월과 7월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와 사회복지관에서 낮시간에 봉사활동을 하기는커녕 술을 마셨다. 난동을 부리다 이를 제지하는 관계자를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를 담당하는 보호관찰소 측은 그에 대해 남은 봉사시간을 벌금으로 내라고 조치했다. 벌금만 내면 사회봉사를 대신하게 해준 것이다. 보호관찰 등의 법률에 따르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이 J씨처럼 사고를 치거나 김씨처럼 무단이탈을 반복할 경우 구인 또는 유치, 집행유예 취소 같은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J씨의 사례처럼 법대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법원의 판사들은 성폭력 범죄자 등에게 사회봉사명령을 내린다. 특히 집행유예자에 대해선 500시간 범위 안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부가한다. 하지만 판결 이후 집행 실태는 엉망이다.
 
이창무(범죄학 전공)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현재 사회봉사명령 집행을 외부 협력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 기관들이 대부분 사회복지관이다. 무단이탈과 같은 사고를 반복적으로 치는데도 외부 협력기관은 오히려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정부가 이들에 대해 직접집행을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정보도]“사회봉사 하랬더니 낮술 먹고, 행패 부리고…” 등 관련
 
본지는 지난 1월 26~27일 1면 “사회봉사 하랬더니 낮술 먹고, 행패 부리고…”, 3면 “사회봉사는 범죄자 처벌인데…자원봉사처럼 물러터져”란 제목의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가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인 김모씨의 무단이탈 사실을 파악했으나 복지관 측이 김 씨가 사라진 사실을 부인하다가 검찰이 복지관 CCTV를 압수수색하며 무단 이탈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가 해당 복지관을 방문한 사실은 확인된 바 없으며, 복지관 CCTV 영상도 동부보호관찰소의 확인 요청 공문에 따라 제출된 것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에 의한 것이 아님이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사회봉사명령
법원이 형법을 위반하거나 성폭력 등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일정 시간 동안 무보수로 사회에 유익한 근로를 하도록 부가적으로 명령하는 제도. 집행은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가 한다. 500시간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강홍준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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