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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항공권이 그대 속일지라도…스케줄 살짝 바꾸면 반값 여행길 보인다

중앙선데이 2019.01.26 00:02 620호 12면 지면보기
‘항공권 1000원에 팝니다.’
 

저비용항공 할인 경쟁의 허와 실
특가 이벤트에 이용객 몰려 마비
물량 적고 추가비용 생각보다 커
1000원 티켓, 실제론 5만원 넘기도

수하물 요금 폭탄 등 미리 챙기고
시간·장소·조건 제대로 따져봐야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이 지난 14일 오전 11시 국제선 항공권을 선착순 할인 판매하는 ‘사이다 특가’ 이벤트를 진행했다. 순식간에 이용객들이 50만명 이상 몰리며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겨우 접속불가 상태가 풀렸지만 원하는 항공권은 이미 매진이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18일까지 매일 일정 수량의 항공권만 특가로 판매한 것이라 조기 소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의 특가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3일 ‘플라이앤 세일특가’ 이벤트를 시작한데 이어 다음날부터 티웨이항공이 나트랑 신규 취항 특가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제주항공의 3월 특가항공권 프로모션, 이스타항공의 하계스케줄 오픈 특가 이벤트도 시작됐다. 항공사 뿐 아니다. 온라인투어는 지난 21일부터 제주 노선 항공권을 최저 9900원에 판매하는 ‘이기적인 특가’ 행사를 벌였다.
 
그렇다면 정말 1000원만 있으면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원하는 노선의 원하는 시간대 표를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투어의 경우 김포~제주 9900원 항공권은 편도 두편씩에 불과했다. 일종의 미끼상품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공항이용료와 세금 등을 포함하면 1000원 항공권의 실제 가격은 국제선의 경우 4만원 가까이로 오른다. 수하물 추가요금까지 붙으면 일반적인 요금과 별 차이가 없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1000원이나 9900원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좌석을 확보할 방법은 있다. 패션에서는 시간·장소·목적(TPO)을 잘 맞춰야 멋쟁이라고 하듯이 항공권도 시간·장소·조건(TOC)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철도나 버스와는 달리 항공권은 ‘300명이 탄 비행기에는 300가지 요금이 있다’고 할 정도로 편차가 크다”며 “틈새 시간과 노선을 노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Time 항공권 가격의 가장 큰 변수는 시간이다. 선호하는 시간대일수록, 성수기일수록 값이 비싸진다. 같은 항공권이라도 일반적으로 일찍 예매할수록 낮은 가격에 살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다음달 제주도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 A씨는 11일 오후 6시에 김포를 출발했다가 14일 정오 돌아오는 LCC 항공권을 4만5800원에 끊었다.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서울에서 오후에 출발해 오전에 제주를 떠나는 스케줄이라 값이 저렴한 편이다. 참고로 서울~제주 노선의 정상 요금은 왕복 기준 20만원이 넘는다.
 
같은 항공사에서 12일 오전 6시40분 제주로 갔다가 14일 오후 9시 귀경하는 항공권은 가격이 6만9600원으로 뛴다. 하지만 숙박 일수가 하루 줄어드는데다 제주도에서 실제로 보내는 시간은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전체 여행 경비는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여정 전체를 따져보면 무조건 싼 항공권에만 목을 맬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여행업계에서는 ‘항공권은 연인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 더 절실한 쪽이 손해를 보기 쉽다는 의미다. 직장인이라면 내일 당장 급한 출장을 떠나느라 거의 정가에 가까운 비싼 돈을 내고 항공권을 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여행사 등에서 미리 확보했다 팔지 못한 항공권을 막판에 싼 값에 푸는 경우도 있다. 땡처리닷컴 등에는 이번 주말에 당장 떠나는 항공권이 깜짝 특가에 나올 때도 있다. 언제라도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Place 보통 멀리 갈수록 항공권 값은 비싸진다. 같은 노선이라면 국적 항공사 직항편이 비싸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외국 항공사의 경유편을 검토해 볼 만하다. 8월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편은 150만원이 넘지만 경유 항공편을 선택하면 요금이 80만원대까지 낮아진다. 유럽을 갈 때 모스크바 경유 에어로플로트, 헬싱키 경유 핀에어 등이 직항로상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3~4시간의 경유시간만 감당할 수 있다면 특히 유용하다.
 
비슷한 지역인데도 운임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LCC들이 수십개의 지방 공항에 취항하고 있는 일본 노선의 경우 차로 한두시간 거리의 대체 공항을 찾아볼만 하다. 3월에 일본 벳부로 온천여행을 간다고 해 보자. 벳부에서 가장 가까운 오이타 공항까지 왕복 항공권 가격은 18일 출국했다 22일 귀국하는 일정이 18만7400원이다. 반면 같은 날자에 기타규슈 공항을 이용하면 14만5300원이 된다. 4인 가족이면 16만원 차이가 난다. 오이타 공항에서 벳부까지는 30분이면 되지만 기타규슈에서는 두시간 이상 걸린다. 벳부만 방문한다면 매력적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후쿠오카~유후인~벳부를 모두 둘러보려면 기타규슈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날자별, 지역별로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보려면 스카이스캐너 같은 사이트를 참고하면 편리하다. 스카이스캐너의 경우 한달 단위로 지역별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 노선을 검색할 때 출발일을 한달 전체로 지정하면 날자별 최저가를 확인할 수 있다. 어디 갈지도 정하지 않았다면 목적지를 ‘everywhere’로 지정하면 지역별 최저가를 보여준다.
 
 
Condition 최근 일본을 다녀온 대학생 B씨는 귀국편을 타려다 6만원의 추가요금을 내야 했다. 출국편은 위탁수하물이 포함된 가격이지만 귀국편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트남에 다녀온 직장인 C씨는 귀국할 때 짐 두개를 부치느라 16만원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이처럼 특가 항공권에는 위탁수하물 비용 등이 별도인 경우가 적지 않다. 조건을 잘 살피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항공기 운용비용이나 인건비에서 대형 항공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LCC들은 기내서비스나 위탁수하물 등에서 비용을 아낀다. 운 좋게 특가 항공권을 구했다고 트렁크라도 끌고 나섰다가는 추가비용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1000원이라는 에어서울 비행기를 타려면 실제로 얼마나 들까. 후쿠오카의 경우 ‘사이다 특가’ 운임은 4000원부터다. 현재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3월 6일 후쿠오카행의 특가 운임이 1만8000원이다. 여기에 유류할증료와 세금이 붙으면 5만3900원이 된다. 왕복하려면 최소한 10만원 이상이 드는 것이다. ‘천원짜리 두장이면 일본 다녀올 수 있겠다’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편이 좋다.
 
인천공항을 이용해 출국할 경우 공항이용료 1만7000원, 출국세 1만원, 국제빈곤퇴치기여금 1000원 등 총 2만8000원이 붙는다. 귀국할때는 해당 국가에 내는 공항이용료와 세금까지 항공권을 살 때 모두 지불해야 한다. 유류할증료는 지역과 발권 시점의 국제 유가에 따라 바뀐다. 최근 유가가 약세라 다음달부터 유류할증료가 추가로 내려갈 예정이다. 국내선을 이용해 제주도를 가려해도 4000원의 공항이용료와 4400원의 유류할증료가 붙는다. 1만원짜리 특가항공권을 사도 2만원이 결제되는 이유다.
 
저가 항공권을 살 때는 수하물 가격을 포함한 총비용을 잘 따져봐야 한다. 에어서울과 같은날 후쿠오카로 운행하는 진에어의 ‘슈퍼로우’ 특가는 3만5000원이다. 운임 자체만 따지면 두 배에 가깝다. 하지만 유류할증료 등을 포함한 가격은 5만3900원과 6만9800원이 된다. 여기다 에어서울은 무료수하물 없이 추가수하물 요금이 개당 5만원이지만 진에어는 짐 하나가 무료다.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수하물 하나만 가져간다면 에어서울이 낫지만 부칠 짐이 있다면 진에어가 오히려 싼 셈이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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