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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 많이 해야 ‘SKY캐슬’ 아이들 안 된다

중앙선데이 2019.01.26 00:02 620호 20면 지면보기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도모다 아케미 지음
이은미 옮김, 북라이프
 
JTBC 드라마 ‘SKY캐슬’이 아우성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맹목적 돌진으로 모두가 지치고 힘들어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는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치유하기 어려운 생채기가 남는다.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모두가 해피엔딩 하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을 읽노라면 ‘SKY캐슬’이 오버랩된다. 우리는 얼마나 아이들을 들들 볶아 왔던가. 아이들은 이러한 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던가. 이 드라마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우리도 이들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 도모다 아케미는 30년 가까이 일본 후쿠이 의과대학 부속병원 ‘아동마음진료센터’에서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아동발달에 관한 임상 연구를 해 왔다. 그는 “어른의 부적절한 양육 때문에 아이의 뇌가 변형된다는 사실을 장기간의 조사 끝에 밝혀냈다”고 적었다. 부모의 부적절한 멀트리트먼트(maltreatment, 나쁜 취급이라는 뜻) 때문에 단순히 자녀의 마음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구조까지 바뀔 정도로 심각한 신체적 이상이 생긴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사랑의 매’라는 명분으로 가해지는 체벌 같은 신체적 폭력, 심리적 학대인 언어폭력, 육아를 포기하는 방임, 성적 학대가 아이들의 몸과 마음, 특히 뇌를 멍들게 하는 것은 일본도 어쩔 수 없나 보다. “때리는 정도가 가볍다면 학대는 아니다”거나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또는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신체적·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체벌이나 언어폭력은 아이의 뇌 구조까지 변형시킨다고 한다. 스킨십을 자주 해 안전하다는 마음을 심어줘야 건강하게 자란다. [사진 pixabay]

체벌이나 언어폭력은 아이의 뇌 구조까지 변형시킨다고 한다. 스킨십을 자주 해 안전하다는 마음을 심어줘야 건강하게 자란다. [사진 pixabay]

“너 같은 건 낳지 말았어야 했어” “너만 없었으면 결혼도 안 했을 테고 이따위 고생도 안 했을 텐데” “진짜 할 줄 아는 게 뭐니. 차라리 나가 죽는 게 낫겠다” 등등. 막장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교 성적 등에 대해 형제와 지나치게 비교당할 때 마음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뇌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장기 아이의 섬세한 뇌는 고통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형한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어린 시절에 가정폭력을 목격하면서 자란 사람은 뇌의 후두엽에 있는 시각 피질 일부에서 단어의 인지나 꿈을 꾸는 일에 관여하는 ‘설회’라는 부분의 용적이 정상적인 뇌에 비해 평균 6%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한 체벌을 경험한 그룹은 전전두엽 피질 중 감정과 사고를 조절하고 행동 억제력에 관여하는 부분의 용적이 작아졌다. 폭언 경험자는 대뇌피질 측두엽에 있는 청각 피질의 좌반구 일부인 상측두회 회백질의 용적이 평균 14.1% 증가했다.
 
이런 뇌의 변형은 학습 의욕 저하와 각종 비행, 우울증과 섭식 장애,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불러일으킨다. 충동성이 강해지고 걸핏하면 화를 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는 등 비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혹은 기쁨이나 만족을 느끼는 기능이 저하된 탓에 한층 자극이 강한 쾌락을 찾거나 알코올 또는 약물에 의존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애착(attachment)장애다. 애착은 아이와 특정한 모성적 인물 간에 형성되는 특별한 정서적 유대감을 말한다. ‘비록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안전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언제나 내 곁에는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마음이 애착이다. 이것이 결핍되면 애착장애를 겪는다.
 
‘SKY캐슬’에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 ‘부모가 날 사랑해 주고 아껴 준다’는 안심감, 서슴없이 내밀어 주는 도움의 손길, 안아 줄 때 피부로 전해지는 온기, 따뜻한 눈빛, 웃는 얼굴, 미소, 다정한 말 등이다. 아이의 마음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양분들이다.
 
스킨십만 잘해도 뇌가 활성화되고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지나친 기대감으로 자녀를 윽박지르기보다는 옥시토신을 풍부히 공급하는 가정과 사회, 국가가 건강하다. ‘SKY캐슬’이 인생의 전부일 순 없다.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은 우리에게 지금 ‘행복한 성’이 더 절실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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