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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의 마술? 대륙의 제조 인프라에 올라탄것 뿐!

중앙일보 2019.01.25 17:46

32인치 TV가 12만원, 55인치 TV가 35만원이라고?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샤오미 TV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수긍하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중국 기업 해부④ 가격 웃도는 성능의 비결
중국에 넘쳐나는 제조업 기반 활용한 덕분

폐쇄적 시장 덕분에 자체 생태계 구성
생산망 구축에 쓸 시간과 돈 절감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성능,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대륙의 실수'라는 수식어로 불리는 샤오미.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어느새 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4위 업체로 성장한 샤오미가 요즘 TV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2018년) 2분기 중국에서 1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출하량 톱(top) 10에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가 집계한 세계 스마트TV 점유율 순위에서도 샤오미는 6.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6위를 기록했다. 2년 전만 해도 1%에 채 못 미치던 점유율이 6배로 불어난 셈이다. 5위인 소니와는 0.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출처 샤오미]

[출처 샤오미]

샤오미는 2010년 중국의 유명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벤처투자자인 레이쥔이 창업한 회사다. 하드웨어 제조업 분야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 성장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제조·공급망을 건설하고 마케팅 채널을 구축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샤오미가 해냈다. 과연 비결은 무엇일까.  

공장에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중국에 넘쳐나는 제조업 기반을 활용한 덕분이다.
 
샤오미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 하청 업체에게 맡긴다. 제조업체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큰 기능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그럼에도 샤오미가 일정 수준의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는 각 제품을 제일 잘 맞는 제조업체를 잘 골라 활용하기 때문이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출처 이매진 차이나]

샤오미가 스마트폰 제조 하청을 맡긴 곳은 대만의 홍하이정밀이다. 홍하이정밀은 애플의 아이폰을 대리 생산하는 폭스콘의 모회사다.  
 
전 세계에서 하드웨어 하청 제조업을 가장 잘하는 곳에 제품 생산을 맡겨버렸으니 제조 라인을 만들고 생산 기술을 축적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샤오미 제품의 가격이 저렴하긴 하지만 절대로 생산 원가 이하로 출혈 판매를 하진 않는다. 샤오미의 매출 대비 이익률은 약 9%로 알려져 있다. 마진율을 낮게 잡은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저렴한 원가 구조를 갖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샤오미는 홍하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가격 경쟁력의 비결을 하나 더 꼽자면 바로 '중국'이라는 시장이다.

샤오미는 하드웨어에서 이익을 많이 남기지 않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익 창출을 꾀한다. 다른 스마트폰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개발한 운영체제(OS) MIUI를 채택한 덕분에 각종 모바일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샤오미폰 사용자가 샤오미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을 다운로드하면 샤오미가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또 소비자가 샤오미 앱으로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 샤오미는 여기에 광고를 붙여 또 매출을 올린다.
 
반면 대부분의 IT 기업은 제품 판매가 거의 유일한 수익원이기 때문에 제품 판매 시 적자를 내면 안 된다. 그래서 하드웨어 가격 경쟁력에서 샤오미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중국이라는 특수한 환경 덕분에 가능했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중국 내에서 금지된 덕분에, 샤오미는 구글과 경쟁할 필요 없이 자신들만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건설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중국이라는 강한 제조업 환경까지 뒷받침해주니 생산망 구축에 쓸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중국의 강력한 제조업 인프라를 활용해서 급성장한 신생기업이 또 있다.  

드론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한 DJI도 광둥성에 잘 구축된 하드웨어 제조업 기반을 잘 활용했다. DJI의 창업자 왕타오는 홍콩과기대에서 드론을 연구한 후 선전으로 넘어가 창업했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에 제조업 경쟁력을 결합해 짧은 기간 동안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DJI 선전 본사에는 2000명의 임직원이 있는데 이 중 70%인 1500명이 연구개발 부서 직원이다.  
 
만약 제품 제조 과정에 많은 임직원을 투입해야 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 가도를 달리긴 어려웠을 것이다.
 
[출처 중앙포토]

[출처 중앙포토]

중국의 신생 IT 기업은 지난 30년간 구축된 대륙의 제조업 인프라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생산망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해외 자본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현지 기업은 경쟁자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도 갖췄다.
 
물론 가성비로 주목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 2017년 왕타오 DJI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중국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만 기댔을 뿐 세계를 움직일 무언가가 없었다. DJI는 '진짜' 제품을 만들어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중국의 현재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기업의 주요 성장 동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륙의 기업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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