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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성장은 둔화, 세수(稅收)는 초과

중앙선데이 2019.01.25 16:46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거듭 낮췄습니다. 1월에는 3.0%로 예상했다가 7월에 2.9%로, 10월에는 2.7%로 내립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정부 소비가 늘어난 덕에 2017년보다 2.7%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전망치를 겨우 맞추었지요.
   
정부는 매년 이런 실질 성장률 전망치에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고려해 세수(稅收)를 예측합니다.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전망한 뒤 여기에 맞춰 나랏돈 지출 규모(세출 예산)를 짭니다. 정부가 지난해 초에 예상한 연간 국세 수입 규모는 268조1000억원이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에 발표한‘월간 재정 동향’을 보면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은 총 279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미 한 해 국세 수입 예상치보다 11조8000억원 더 걷혔습니다. 12월 통계는 아직 안 나왔지만 2017년 12월에 13조5000억원의 세금이 걷힌 걸 고려하면 지난해에 더 걷힌 세금은 2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경제 성장률은 연초 목표치보다 낮아졌는데 국세(國稅)는 예상보다 더 걷혔습니다. 본예산보다 세수가 더 들어오는 초과 세수는 지난해만이 아닙니다. 2016년 19조원, 2017년 23조원의 세금이 더 걷혔습니다. 원래 예상보다 경제 성장이 둔화했으면 세금도 덜 걷히는 게 일반적입니다. 한국 경제는 거꾸로입니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했는데 세금은 더 많이 걷힌 현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재인 정부는 복지 강화 등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를 기본 철학으로 삼았습니다. 과거 정부는 ‘2016~2020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짜면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3.5%로 잡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걸 7%로 끌어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세금을 더 걷어 긴축한 꼴이 됐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고, 국세청의 차세대국세행정통합시스템(NTIS) 도입 등으로 징세 행정이 더 치밀해졌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수는 대부분 예상했던 것입니다. 정부가 세입 예산을 짤 때 당연히 고려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변수를 무시하고 안이하게 세수예측을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부는 더 들어온 세금을 ‘세계 잉여금’이라는 항목으로 나라 곳간에 채워 둔 뒤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 교부금을 정산하고, 나랏빚을 상환하는 데 씁니다. 그리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매년 추경을 편성했습니다. 
 
추경은 종전에 짠 나라 살림의 틀을 경제 상황에 맞춰 고치는 작업입니다. 세출 예산을 증액하는 추경의 재원은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계 잉여금을 동원합니다. 국채를 발행하면 나랏빚이 늘어납니다. 여론이나 야당의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국회를 통과하려면 논란도 커집니다. 쉬운 방법은 세계 잉여금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매년 이런 식으로 초과 세수가 발생하고 이 돈 일부를 다음 해에 편성하는 추경 예산으로 활용하는 게 관습처럼 돼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3조9000억원 추경을 편성했는데 세계 잉여금 1조9000억원을 활용했습니다. 경제 성장률이나 세수 예측이 틀리는 건 일상이고 툭하면 추경 편성하는 정부에 믿음이 갈까요.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정책 수혜자인 국민의 신뢰가 밑에 깔렸어야 합니다.  나라 살림 틀을 매년 바꾸고 세금을 더 걷어 간다는 메시지를 주는 정부에 박수 보낼 납세자가 있을까요.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입 예산을 보수적으로 짜고 초과 세수를 발생시키는 건 경제 활력 면에서도 좋을 게 없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어가면 민간에서 써야 할 돈이 줍니다. 내 돈을 쓰는 것과 남의 돈을 쓰는 건 다릅니다. 공공부문에서 예산을 집행할 때 ‘내 돈’이니 알뜰살뜰 써야겠다고 생각할까요. 공공부문에서 나랏돈 씀씀이의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민간에서 돈이 돌아야 경제에 활력이 생기는 법입니다.  
 
정부가 예측한 올해 국세 세입 안은 299조3000억원입니다. 지난해 국세 수입 예상치(293조4000억원)보다 6조원 정도 더 늘어난 규모입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입니다. 경기에 벌써 먹구름이 낄 조짐이라 올해도 추경 편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해 세금도 충분히 더 걷었네요. 이런 식으로 나라 살림 운영하면 정작 중요한 구조 개혁 등은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나라 살림을 꾸리는 정부가 꼼수를 쓰는 것으로 의심받아서는 안 됩니다. 기우(杞憂)에 그치길 바랍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사상가 막스 베버의 명저 『소명으로서의 정치』 발간 100주년을 맞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제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의 대담을 실었습니다. 최 교수는 베버의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의 정치 현실을 짚으면서 “촛불 시위는 다원적 요구라는 열정이 일시에 분출한 현상인데 현 권력은 분산되기보다 오히려 정점에 집중된다”고 말했습니다. 노학자의 진단에 귀 기울인 분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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