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한 선전선동 '대가' 김기남 복귀? 일회성 땜빵?

중앙일보 2019.01.24 15:01
 김일성 주석 때부터 3대(代)에 걸쳐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을 맡고 있다 2017년 은퇴했던 김기남(90) 전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이 공식 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은퇴한 지 1년 3개월여 만인 23일 모습을 드러낸 김기남(오른쪽) 전 선전선동부장이 지난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공훈국가합창단 기념공연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은퇴한 지 1년 3개월여 만인 23일 모습을 드러낸 김기남(오른쪽) 전 선전선동부장이 지난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공훈국가합창단 기념공연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들은 24일 중국 공연을 위해 23일 평양역을 출발하는 대규모 예술단 환송식에 김기남 등 당 간부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가 북한 언론에서 이름이 호명된 건 2017년 10월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북한 선전선동부장은 2017년 10월 박광호로 교체됐다”며 “북한이 당 간부를 세대 교체하는 과정에서 김기남이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을 해 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개한 각종 행사 영상에 그의 모습이 가끔 포착된 적은 있지만 이름을 부르며 참석자로 소개된 건 오랜만”이라며 “김기남이 현직(부장)으로 복귀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이 활동을 못 하게 되자 다시 기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박광호 부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일체 공개활동을 중단했는데,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7주기(지난해 12월 17일) 때 당 간부들이 참석했던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된 김일성ㆍ김정일 시신 참배 때 김기남이 얼굴을 보인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또 북한 언론은 형식적으로나마 서열순으로 참석자를 호명하는데, 이날 북한 언론이 평양역에서 열린 환송식을 전하며 김여정 제1부부장에 앞서 호명된 점을 고려하면 그의 재기 가능성에 무게가 느껴진다.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방한한 김기남이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방한한 김기남이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에서 선전선동부는 조직지도부와 함께 체제의 양쪽 수레바퀴로 여겨지는 핵심부서다. 그런 만큼 ‘김정은 체제’ 굳히기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박광호의 공백이 길어지자 상징적인 인물인 김기남이 다시 복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광호의 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승진도 가능하지만, 김기남의 경험이나 상징성을 따라갈 만한 적임자가 없을 수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기남은 노동당의 이론지를 발간하는 ‘근로자’의 책임 주필과 노동신문사 책임 주필을 지내는 등 북한에서 선전선동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1980년대 중반, 김일성 주석 시대 때부터30년 이상 선전선동부장을 역임하며 체제 선전과 주민들의 사상학습을 책임지는 핵심인물이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 대표로 서울을 찾기도 했다. 
 
부장 시절엔 매년 북한 지도자의 최다수행 인물 10위권을 유지하며 ‘수령의 복심’을 읽어 정책에 반영하는 인물로 꼽혔지만, 김정은체제 들어 6년 만에 세대교체 대상이 됐다 다시 활동에 나선 것이다.
 
그가 90세라는 고령인 데다 김정은 위원장이 세대교체를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일시적인 복귀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1월 초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뒤 북·중 친선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그 일환으로 당 부위원장인 이수용 국제부장이 인솔하는 대표단을 환송하는 자리에 선전선동부장급이 등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기남이 등장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기남 전 부장의 모습이 최근 포착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식 복귀 여부는 노동당 전원회의 등의 공식 인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광호 부장이 공개활동을 중단한 배경과 관련해 당국은 그가 지난해 말 뇌 질환으로 인해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국자는 “지난해 이후 부장급 인사에 대한 처벌이나 문책이 있었던 정황은 없다”며 “박광호가 선전선동부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자가 된 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뇌출혈을 일으켜 병석에 누웠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