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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총기난사범 같지않냐” 한마디, 테러 모의 적발 단서됐다

중앙일보 2019.01.24 09:52
2018년 발생한 미 텍사스주 고교 총기난사. [AP=연합뉴스]

2018년 발생한 미 텍사스주 고교 총기난사.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테러를 모의하던 10대·20대 학생 4명이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중 한명이 친구들 앞에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단서가 됐다. 2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8일 뉴욕주 로체스터 인근의 ‘그리스 오디세이 아카데미’에서 시작됐다. 이 학교에 다니는 16세 한 학생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같은 학교 다른 학생의 사진을 보여주며 “다음번 학교 슈터(shooter)처럼 보이지 않냐?”라고 물었다.
 
16세 학생이 장난으로 던진 이 말은 학생들의 테러 계획을 잡는 꼬리가 됐다. 학교 슈터는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총기 난사범을 의미하는 말로, 미국에서는 지난해 연이어 발생한 고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경각심을 깨우는 단어가 됐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해 5월에는 텍사스주 산타페 고교에서 17세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한 바 있다. 당시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학교도 총기 사고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다니는 이 학교도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평소 학생들에게 대처 교육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 슈터’라는 말을 듣자마자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학생들은 학교 당국에 신고했고, 곧바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슈터’라는 말을 언급했던 16세 학생을 비롯해 20대 초반, 10대 후반 등 학생 4명이 테러를 모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뉴욕주 델라웨어 카운티에 위치한 이슬람 커뮤니티 거주지에 대한 공격을 모의해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23정의 총기와 화약과 못 등으로 제조한 3점의 사제 폭탄을 압수했다. 체포된 16세 학생이 친구들에게 보여줬던 사진 속 학생은 조사 결과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실제 범행을 실행할 징후가 있었고, 실제 실행으로 옮겼으면 사람들이 희생됐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신고가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이슬람 커뮤니티는 그동안 ‘테러리스트 캠프’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이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약 200명은 실제 극우단체 등으로부터 공격에 시달려왔다. 지난 2015년에는 테네시주의 한 남성이 이 커뮤니티 사원에 방화를 계획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이 커뮤니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 나라가 이슬람 혐오와 종교적 무관용으로 계속 곪고 있는 것은 비극”이라며 “정의를 세우고 우리 커뮤니티에 대한 유사한 테러 모의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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