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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주주권 행사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뒤집었다

중앙일보 2019.01.24 00:04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성윤모 산자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강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성윤모 산자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강정현 기자]

대한항공·한진칼의 국민연금 경영 참여 관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위원회) 회의가 끝나자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외의 결과”라고 놀랐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극적 행사를 주문했는데, 수탁자위원회가 정반대의 결론을 냈다”며 역시 놀랐다.
 

대한항공·한진칼 경영 참여 관련
수탁자전문위원회는 반대 많아

기금위, 전문가 판단 무시하고
주주권 적극 행사 결정할 수도

23일 수탁자위원회의 회의 결과는 그만큼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위원회는 이날 주주권분과위원회를 비밀리에 열었다. 지난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수탁자위원회에 대한항공 관련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결의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이날 회의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수탁자위원회가 경영 참여를 결정하면 이걸로 끝나는 분위기였다.
 
수탁자위원회 위원은 9명이다. 대한항공 경영 참여에는 7명이 반대하고 2명만이 찬성했다. 한진칼은 5명이 반대, 4명이 찬성이었다. 두 회사 모두 반대가 더 많았다. 이날 회의에서 표결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반대 결론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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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참여는 조양호 회장 이사 해임 제안(주주 제안)이 가장 강력한 카드였다. 다음으로 사외이사 선임이 강했다. 정관 변경,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등도 있었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의결권 사전공시’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경영 참여를 제안한 배경은 이렇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 이사 선임 반대(의결권 행사), 공개서한 발표, 경영진 면담 등을 해왔다. 2014~2018년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의 계열사 정기주총에서 18건의 안건에 반대했다. 2017년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과 조원태 사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모두 효과가 없었다. 이상훈 위원(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은 “조 회장 이사 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이 수차례 주총에서 반대해 왔지만 표 대결에서 밀렸고, 한진그룹이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만큼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경영 참여를 선택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김우진 위원(서울대 교수)은 “경영 참여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론이 압도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경영 참여를 하게 되면 지분 변동을 5일 내 공시하고 6개월 이내 단기매매 차익을 토해야 한다. 최준선 위원(성균관대 교수)은 “국민연금의 지분 변동을 신고하다 보면 투자 내용이 공개돼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조 회장의 한진칼 이사 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나는데 1년 당겨 해임하자고 제안해 봤자 실익이 없다. 마치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들이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한진그룹 주총의 주요 안건은 3월로 임기가 끝나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 한진칼 감사위원 선임 등이다. 이날 수탁자위원회에서는 재선임 반대 의결권 행사에는 찬성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진칼의 조 회장 일가 지분이 28.7%다. 국민연금(7.34%)이 ‘강성부 펀드’ KCGI(10.81%)와 합해도 표대결에서 이기기 어렵다.
 
다음달 1일 기금운용위원회가 골치 아파졌다. 기금위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 위원들이 5명 참여한다. 기금위는 수탁자위원회 전문가들이 손에 피를 묻혀 주길 기대했으나 실패했다. 평시라면 기금위가 전문가 판단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코드 적극 행사를 주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탁자위원회의 반대 의견을 뒤엎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신성식·조현숙·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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