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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 47% 늘어…작년 민간기업서 1만7662명

중앙일보 2019.01.24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4)씨는 2017년 해외근무를 자처했다. 승진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였다. 가족과 1년을 떨어져 지냈다. 지난해 귀국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하게 변했다.  
 

대기업이 59%로 쏠림현상 여전

회사에선 인정받았지만 딸(6세)에게 외면(?)당했다. 새벽에 깬 딸이 옆에서 자던 김씨를 보고 소스라쳐 놀라 울며 소리쳤다. “나가”라고. 결국 그날은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해외 근무로 쌓은 스펙을 잠시 내려놓을 때라고 생각했다. 딸의 친구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 즐거운 반전이 시작됐다. 딸이 “아빠는 내 친구”라고 했다. 어딜 가든 함께 했다. 딸이 원했다. 이제 딸은 김씨의 팔을 베고 잔다. 아침이면 아빠부터 찾는다. 어린이집에서 김씨를 보고 달려오는 딸이 행복 그 자체가 됐다.
 
김씨처럼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민간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7662명이었다. 전년보다 46.7%나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17.8%에 달했다. 2017년엔 13.4%였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는 9만9199명이었다. 전년(9만110명)보다 10.1% 증가했다. 아빠 육아휴직보너스제 이용자도 6606명이었다. 2017년(4409명)보다 49.8% 늘었다.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한 사람의 육아휴직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지급하는 제도다. 아빠육아휴직보너스 이용자가 증가하는 것은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의 육아휴직이 급증세를 보였다. 그만큼 육아휴직이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신호다. 100~300인 미만 기업에서 79.6% 증가했고, 10인 미만 기업에서도 59.5% 늘었다.
 
다만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58.5%가 300인 이상 기업에 근무했다.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은 대기업에서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다.
 
육아휴직을 가는 대신 근무 시간을 줄여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한 근로자는 3820명으로 전년보다 35.4% 늘었다. 전체 이용자 가운데 14.4%(550명)가 남성이었다. 전년보다 71.3%나 증가했다.
 
한편 올해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이후 9개월간의 급여가 통상임금의 40%(월 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에서 50%(월 상한 120만원, 하한 70만원)로 인상됐다. 첫 3개월은 통상임금의 40%에서 80%(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로 인상돼 지난해 9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아빠 육아휴직보너스제를 활용하는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첫 3개월 급여도 월 상한액이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랐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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