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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양미옥 살린다…재개발 사업 연말까지 중단

중앙일보 2019.01.24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서울시가 을지면옥·양미옥, 청계천 공구상가 등 도심의 노포(老鋪·오래된 가게)를 보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재개발을 추진하던 토지 소유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올해 말까지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도심 전통산업과 노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중구의 인쇄업과 가구·조명상가, 종로 보석상가, 동대문 의류상가·문방구 등 도심 전통산업 육성방안도 마련한다. 이에 따라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43만8585㎡)와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1만2316㎡) 사업이 연말까지 중단된다. 다만 관리처분 인가가 난 철거구역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된다.
 
특히 재개발이냐, 존치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을지면옥(세운 3-2구역), 양미옥(세운 3-3구역) 등에 대해선 ‘생활 유산’으로 보존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역사 문화 자원을 최대한 보존하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생활 유산이 반영되지 않은 채 추진돼 왔고, 이번에 정비계획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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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15년 도입한 ‘역사 도심 기본계획’의 생활 유산 보존 조항에 근거가 있다고 한다. 생활 유산은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계승되는 시설·기술·업소, 생활상·이야기 등의 유무형의 자산을 가리킨다. 이 일대에는 을지면옥·양미옥·조선옥·대진정밀·국수아파트 등이 있다. 강 실장은 “이제라도 역사 도심 기본계획에서 지정한 문화 유산은 강제 철거하지 않도록 행정 조치하겠다는 의미”라며 “보존과 정비 대상을 나누는 원칙을 정하고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을지면옥이 포함된 세운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현재 토지 보상을 협의 중이다. 양미옥이 위치한 세운 3-3구역은 지난해 말 사업시행 인가 신청서를 서울 중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주들은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에 사업이 지체되고 변형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한다. 박 시장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뒤 토지주와 개발시행사가 크게 반발해왔다. 23일 오후 지주 150여 명은 서울시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세운 3-6구역의 토지주인 김남술(71) 영진사 대표는 “무려 15년간 준비했고,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을 서울시가 일주일 만에 뒤집었다”며 “우리가 박원순 시장의 장난감이냐.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 실장은 “2014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을 계획할 때와 비교해 지금은 도시 재생 인식이 높아졌다. 이해 관계자와 구역 조정이나 절차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 온 소중한 생활 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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