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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맛본 스테이크···양념 안한 고기 이렇게 맛있다니

중앙일보 2019.01.23 15:00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15)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반주로 저녁을 즐기는 세상이 됐다. 집에서 해 먹는 스테이크는 셰프가 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B급 웨딩 하우스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중앙포토]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반주로 저녁을 즐기는 세상이 됐다. 집에서 해 먹는 스테이크는 셰프가 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B급 웨딩 하우스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중앙포토]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반주로 저녁을 즐기게 됐으니 하는 말이다. 집에서 해 먹는 스테이크의 맛이 셰프가 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B급 웨딩 하우스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좀 나은 것 같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비싼 스테이크로 폼 나는 저녁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부부 둘이서 맛나게 스테이크를 구워도 행복이 소소하게 다가온다. 불고기나 갈비 또는 등심 등을 구워 먹던 식습관이 어느새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정도로 음식 문화도 바뀌는 것 같다.
 
쇠고기를 먹는 것이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행사인 적이 있었다. 197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쇠고기 맛을 잘 몰랐다. 어른들 생신 때 불고기와 제사 때 쇠고기 산적을 먹는 게 다였다. 70년대 중반부터 관악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1년에 한두 번 교수님과 회식을 할 때도 잘해야 불고기가 나왔다.
 
광화문에 진출해 황동구이판에 구워 먹던 불고기는 정말 일품이었다. 고기를 구워 먹은 뒤 흘러내린 불고기 육수에 밥을 비벼 먹던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게 최고의 호사였으니 스테이크란 단어조차 잘 몰랐었다.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스테이크를 접한 것은 1982년 9월 군대에서 병장으로 제대하기 바로 전 어느 날이었다. 내가 모시던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당시 3군사령부 정보참모로 준장)이 제대를 축하해준다면서 선봉대 장교회관에서 회식을 시켜 주었다. 이때 나온 것이 T본 스테이크였다.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충격이 왔다.
 
스테이크용 쇠고기에 양념을 하는 모습. 제대하기 바로 전 날 T본 스테이크를 처음 먹었는데 양념하지 않은 쇠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중앙포토]

스테이크용 쇠고기에 양념을 하는 모습. 제대하기 바로 전 날 T본 스테이크를 처음 먹었는데 양념하지 않은 쇠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중앙포토]

 
와,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양념하지 않은 쇠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게다가 고기를 A1 소스에 찍어 먹어보니 맛이 배가되지 않는가. 제대하고 나서 기자가 된 뒤로는 쇠고기를 참 많이 먹었다.
 
1980년대와 90년대 기자 시절 업의 기본이 늘 사람하고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저녁을 보내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점심 때 취재원과 만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숯불에 등심이나 갈비를 구워 먹고 호텔 등의 연회장에서 안심 등 스테이크를 심심찮게 먹게 되었다. 고기는 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 가족한테도 고기를 먹이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외식하면서 맛있는 고기를 부지런히 먹여 입을 고급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대원각(지금은 없어졌음), 버드나무집, 새벽집 등에서 등심을 먹거나 프라이데이나 아웃백에서 스테이크를 먹게 되면 가족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며느리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저녁을 했다. [사진 민국홍]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며느리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저녁을 했다. [사진 민국홍]

 
지난여름에는 가족의 일원으로 들어온 며느리를 위해 울프강에서 생일 저녁을 샀다. 울프강은 미국 뉴욕시의 유명한 스테이크하우스인데 한국에서는 압구정동 부근에 유일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외식은 다소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고기 맛이 최상이라고 좋고 자식들이 너무 좋아해서 행복해지기 마련이다.
 
나의 머리에는 늘 이런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음식의 맛, 식감이 저장되어있다. 집에서 스테이크를 만들 때 울프강에서 먹던 모습을 떠올리며 고기를 굽게 된다.
우선 안심 200g을 올리브 오일을 발라 냉장고에 1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비교적 넉넉하게 붓고 연기가 보일 때까지 팬을 달군 뒤 겉을 바싹 굽는다. 양쪽을 1분씩 지지는데 이때 오일을 끼얹으며 팬에 고인 뜨거운 기름을 숟가락으로 스테이크 위에 끼얹는다. 올리브의 열과 향을 고르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1분씩 팬 뚜껑을 덮어 오븐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주어 속을 익힌다. 마지막으로 구운 고기는 접시에 담아 상온에 놓아둔다. 몇 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수분이 조직 안에 다시 골고루 퍼져 나가 고기 맛을 더욱 좋게 한다.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쉽게 구워 먹는 세상이 됐다. 스테이크 안심은 올리브오일을 발라 1시간 이상 냉장고에 숙성시킨다. [사진 민국홍]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쉽게 구워 먹는 세상이 됐다. 스테이크 안심은 올리브오일을 발라 1시간 이상 냉장고에 숙성시킨다. [사진 민국홍]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감자전 케이크, 송화 버섯, 묵은지 볶음을 준비했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 가는 채를 만들고 소금으로 간한 뒤 이를 2cm 두께의 떡 모양으로 만들어 스테이크를 구운 팬에 남아 있던 오일로 겉을 갈색이 나올 때까지 바싹하게 굽는다. 송화 버섯은 슬라이스해 올리브오일로 볶는다. 송화 버섯은 표고와 송이버섯이 교배되어 나온 버섯으로 그냥 소금으로 간하고 볶아도 참 맛있다.
 
마지막으로 묵은지 볶음이다. 휘닉스 파크에서 회사 임원들과 회식을 할 때 늘 고랭지 배추로 담근 묵은지 볶음이 나왔었는데 맛이 기막혔다. 그 맛을 떠올리며 흉내 내보기로 했다. 한 시간 동안 신 김치를 물에 불려 짠맛을 덜어낸 뒤 들기름에 살짝 볶아냈다.
 
묵은 지 볶음이 스테이크나 올리브로 볶은 감자전 케이크와 송화 버섯의 다소 느끼한 맛을 깔끔하게 잡아 주었다. 레드와인으로 아내와 건배했다. 째- 애 - 앵, 행복감이 진동을 타고 집안으로 퍼져나간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아차산에 올랐다. 아내가 산에 오르면서 “앞으로 비싼 스테이크 집에 가지 말아요”라며 “그 돈이면 집에서 한 달 내내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한마디 한다. 아내는 역시 여자다.
 
[정리] 스테이크 만드는 법
[재료]
올리브오일, 두께 2cm의 안심 200g
 
[방법]
1. 고기를 올리브오일을 발라 냉장고에 1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2.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비교적 넉넉하게 붓고 연기가 보일 때까지 팬을 달군다.
3. 고기를 넣고 겉을 바짝 굽는다. 양쪽을 1분씩 지지면서 팬에 고인 뜨거운 기름을 숟가락으로 스테이크에 끼얹는다.
4. 1분씩 팬 뚜껑을 덮어 오븐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속을 익힌다.
5.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아 상온에 놓아둔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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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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