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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강제철거 안한다…서울시, 재개발 사업 중단

중앙일보 2019.01.23 10:00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될 위기에 놓인 을지면옥의 입구. 한은화 기자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될 위기에 놓인 을지면옥의 입구. 한은화 기자

서울시가 을지면옥·양미옥 등 도심의 오래된 가게(노포·老鋪)를 보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세운상가 일대 도심 전통산업과 노포 보존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올해 말까지 이 일대 정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개발이냐, 존치냐를 놓고 이슈가 됐던 을지면옥(세운 3-2구역), 양미옥(세운 3-3구역) 등이 서울시가 지정한 ‘생활유산’이라는 점을 반영해 보존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인근에 사업시행 인가가 신청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도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사업 추진이 중단된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및 수표구역 내에서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을 분류할 원칙을 정하고 실태를 조사한다. 이와 함께 중구 인쇄업과 가구·조명상가, 종로 보석, 동대문 의류·문방구 등 도심의 전통 제조업 산업 생태계와 관련해 도심제조·유통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울시가 을지면옥·양미옥 같은 노포를 보존하는 명분은 2015년 도입된 ‘역사도심기본계획’에 생활유산 보존을 반영하도록 한다는 조항이다. ‘생활유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시설·기술·업소 등이나 생활상·이야기 등 유무형의 자산을 가리킨다. 세운촉진지구에는 을지면옥과 양미옥, 조선옥 등 세 곳이 있다. 
 
강맹훈 실장은 “2014년 확정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이 ‘역사도심기본계획’ 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며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역사도심기본계획’은 생활유산을 정리, 반영하고 있으나 법제화된 제도는 아니다. 서울시 측은 “따라서 정비사업 추진과정 중 건물 철거 등에 대해 제도 운영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최대한 보존을 원칙으로 생활유산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을지면옥이 포함된 세운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현재 토지 보상을 협의 중이다. 양미옥이 들어간 세운 3-3구역은 지난해 말 사업시행 인가 신청서를 서울 중구청에 제출했다. 
 
을지로와 청계천 일대 44만㎡(약 13만 평)를 재개발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은 최근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검토하겠다”고 말하자, 이 일대 토지주와 개발 시행사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박 시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 온 소중한 생활유산들에 대해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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