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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 남용 직접개입 의혹이 최대 쟁점…기각-발부-기각, 양승태는 어떻게

중앙일보 2019.01.23 05:00
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양승태, 단순 공범 아닌 주범으로 직접 개입"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밤 결정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의 중대성과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개입 여부가 쟁점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대다수 범죄 혐의를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같은 시각 박병대 전 대법관도 영장 심사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신병확보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검찰은 사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 "공모관계에 의문" 지적…검찰 "충분히 보완"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은 영장이 기각되면 그 사유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수도권 검찰청 관계자는 “법원이 제시한 기각 사유는 수사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며 “중앙지검 수사팀은 전직 대법관 영장이 기각되는 것을 보면서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법원에서 문제 삼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달 박‧고 전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공모관계 성립 여부를 문제 삼았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를 비추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범죄 혐의에 대한 개입을 공모라고 표현한다.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해 두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이들과 임 전 차장의 공모관계 입증에 주력해왔다. 박 전 대법관에게 재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재판개입 등과 관련해 실무진이 보고한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까지 기재했다고 한다.

 
또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해서는 단순 공범이 아닌 사법권 남용을 주도한 주범으로 보고 직접 개입 의혹을 확인해왔다.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을 결정하면서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다”고 밝힌 만큼 범죄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명됐다는 판단에서다. 수사팀이 양 전 원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면서 직접 개입 입증에 집중하는 이유다.

 
영장 심사에 중앙지검 특수부장 투입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직접 개입 여부를 증명하기 위한 핵심 물증으로 판사 블랙리스트와 법무법인 김앤장과 외교부의 관련 문건 등을 제시할 전망이다. 신봉수 중앙지검 특수1부장, 양석조 중앙지검 특수3부장과 특수부 부부장들까지 심사에 투입돼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 반대 판사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검토한 문건에 직접 ‘V' 표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자필로 직접 표시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측면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또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김앤장 측이 양 전 대법원장을 독대한 직후 작성한 문건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지연을 주도했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김앤장 압수수색에서 나온 문건에는 김앤장 측이 양 전 대법원장을 통해 전달받은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전원합의체 회부 계획 등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비슷한 시기 박근혜 정부가 법원행정처, 김앤장 등과 재판 지연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외교부 문건도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개입을 뒷받침할 주요 증거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2명과 검찰 공세 방어 예정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최정숙·김병성 변호사가 영장심사에 참석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조서 열람만 36시간 가량 한 만큼 구속의 불필요함을 주장하며 검찰과 치열히 맞설 전망이다. 임 전 차장과 마찬가지로 “재판개입은 대법원장의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보고받는 게 많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검찰 공세를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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