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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상조업체들 병원 차리고 대부업, 수백억 납입금 날렸다

중앙일보 2019.01.23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효원상조는 국내 대형 상조업체 중 하나다. 가입 고객이 15만3000여명, 적립금은 1159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 건실하다고 알려졌던 효원상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된 건 지난해 10월, 고객 납입금을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되면서다.

부실 일상화된 상조업계
고객 납입금 사용 용도 제한 없어
주식 매수, 도박에 써도 못 막아
효원상조 부채 1141억 자본 잠식
“전 금융관련 부처 합동 규제 필요”

 
“고객 적립금 배임·횡령”…진정서 접수에 이은 검찰 수사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효원상조 본사. 이날 기자를 만난 이선주 효원상조 대표는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할 말 없으니 돌아가라"고만 답했다. 또 거듭 서면 인터뷰 요청지를 보내 주요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변선구 기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효원상조 본사. 이날 기자를 만난 이선주 효원상조 대표는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할 말 없으니 돌아가라"고만 답했다. 또 거듭 서면 인터뷰 요청지를 보내 주요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변선구 기자]

40페이지에 달하는 이 진정서에는 ▶경영진의 고객 납입금 배임·횡령 ▶회계장부 조작 ▶사무장병원(법인이 아닌 개인이 병원을 개설한 후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로 의료법 위반) 운영 등과 관련한 혐의점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자료가 첨부돼 있었다. 진정서 내용대로라면 효원상조의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다. 현재 동부지검은 효원상조 경영진의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발에 나선 진정인에 따르면 김상봉 회장 등 경영진은 250억원 가량의 고객 납입금을 빼돌렸다. 공정위는 효원상조가 이 돈을 통해 의료복지재단인 제중재단의 경영권을 장악, 병원과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봤다. 병원이 효원상조 경영진에 의해 사실상의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재단 경영권 장악 위해 고객 적립금 배임·횡령”
효원상조의 고객 적립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제중재단의 제중요양병원. 고발장에 따르면 이 병원은 효원상조 경영진에 의해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효원상조의 고객 적립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제중재단의 제중요양병원. 고발장에 따르면 이 병원은 효원상조 경영진에 의해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효원상조 내부 사정에 밝은 이 진정인은 정작 상조서비스 분야에 있어선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례식장 임대차보증금 및 차용금을 명목으로 재단에 과도한 자금을 투자하느라 ‘빈 깡통’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효원상조는 2017년 12월 기준 자산 규모는 919억원인데 반해 부채는 1141억원(부채비율 124%)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단에 돈이 넘어간 명목(임대차보증금)이었던 장례식장은 애초에 허가조차 나지 않은 상태였고, 병원 부지·건물은 담보 설정이 안 되는데도, 차용금을 지급했다”며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고객 납입금을 재단에 투입한 진짜 목적이 재단 경영권 장악 및 병원 운영이라면 명백한 배임·횡령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효원상조 측은 “아무런 근거 없는 의혹일 뿐”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사건사고로 몸살 앓는 상조업계 
대형 상조업체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처음은 아니다. 상조서비스가 본격화한 2000년대 이후 수많은 대형 상조업체들은 재정 파탄으로 폐업하는 과정에 늘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대부분이 납입금을 엉뚱한 데 사용하다 적자가 심해져 문을 닫은 경우였다.
 
울산 전체 주민의 2%가 가입한 지역밀착형 상조업체였던 동아상조의 폐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대표 전상수씨는 2013년 부인인 신정화씨가 설립한 의료재단에 건물 2채와 대지 등 13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불법 증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납입금이 재단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안 동아상조 측에선 전체 고객 5만여 명 중 1만2000여 명의 해약 신청을 무시했고 해약 환급금 47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울산지방법원은 2006년 7월 전씨에게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1500만원을, 부인인 신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고 이듬해 3월 대법원은 형을 확정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고객 적립금 사용 용도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다는 점이 경영진의 일탈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현행 할부거래법엔 납입금 중 일부를 은행·조합 등에 예치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장만석 동국대 생사문화산업학과 겸임교수는 “적립금 등에 대한 엄격한 용도제한과 관리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론 공정위를 넘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같이 금융 관련 부처·기관에서 나서 상조업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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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조업체 대표는 “수많은 상조업체 대표들이 고객 납입금을 대부업체에 투자하든 주식·도박에 사용하든 아무런 제약이 없어 쌈짓돈처럼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작 상조서비스를 제공할 돈이 없어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쟁만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폭탄 돌리기’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팀=유지혜·정진우·하준호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