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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상조 선진국' 일본선 부채비율 90% 넘으면 영업금지

중앙일보 2019.01.23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상조 역사 70년 일본의 노하우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선 상조회를 ‘호조회’라고 부른다. 70년 전인 1948년 첫 호조회가 설립됐다. 일본도 60년대 경제 활황을 타고 호조회의 공격적 영업과 부실 경영으로 파산 사례가 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호조회 영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진입장벽을 높였다. 경제산업성(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이 심사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60년대 부실경영으로 잇단 파산
등록→허가제 전환 진입장벽 높여
고객 납입금 절반 현금 공탁해야
한국선 협동조합 형태 대안도

 
자본금 기준은 오히려 한국보다 낮다. 영업소가 10개 미만인 경우에는 약 2억원(2000만 엔), 10~49개인 중형 호조회는 약 5억원(5000만 엔), 50개 이상의 대형 호조회는 약 10억원(1억 엔)이 기준이다. 한국과 달리 업체 규모와 연동해 자본금 기준을 다르게 책정한 것이다. 대신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부채 비율과 납입금 공탁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부채 비율이 90%를 넘어서면 영업 자체를 금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업체가 자본금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 상조업계와 비교되는 점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은 또 영업을 개시하기 위해선 일정액의 ‘영업보증금’을 일본 법무성 산하 각 지역 법무국에 공탁하도록 의무화했다. 현금 공탁만 가능하고 지급보증서 등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이때 각 호조회가 공탁한 영업보증금이 고객 납입금의 50%에 미치지 않으면 납입금 보전 조치를 마련해 경제산업성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호조회는 법무국에 추가로 공탁하거나, 공제조합(호조회보증주식회사)·은행·신탁회사 등 금융기관에 공탁을 위탁해야만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업계의 자정 노력도 일본 호조회의 선진화 요인으로 꼽힌다. 70년대 초반에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설립한 호조회보증주식회사는 회원사의 경영 상황 데이터를 제공하고, 경영 파탄 우려가 있는 업체에는 인수처를 알선해주는 역할을 한다. 장만석 동국대 생사문화산업학과 겸임교수는 “일본의 경우 정부의 공적 규제와 업계의 자율 규제가 함께 이뤄지는 구조”라며 “애초 상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 의식을 꾸준히 강화시켜 온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조합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조합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국에서도 자율적 노력이 있긴 하다. 2009년 문을 연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하 한두레)’이 그 예다. 유일한 협동조합 형태로, 3000여명의 조합원이 매달 3만원을 납입하고, 조합원이 상을 당하면 적립해 둔 조합비로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조합비는 운영비 정도를 제외하곤 상조 서비스에만 쓰인다.

 
김경환 한두레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장례를 의전 중심이 아닌 추모 중심으로 치르자는 뜻에 동의한 사람들과 작은 계모임으로 출발했는데 규모가 계속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할부거래법에 따른 상조회사를 설립하라고 요구했고, 2014년 자본금 3억원 규모의 ㈜한두레를 세웠다. 그러나 최근 자본금 증액(3억원 →15억원) 요구를 감당할 수 없어 관계부처들과 논의했고, 공정위로부터 할부거래 형태가 아닌 협동조합 형태론 운영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을 받았다. 김 상임이사는 “한국 상조업계에 ‘제3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40여개 상조업체의 대규모 폐업이 예상되는 만큼 공정위에서도 상조 고객 구제에 나섰다. 가입 업체가 폐업할 경우 피해 보상금(납입금의 50%)을 또 다른 업체에 맡긴 뒤, 해당 업체의 상조상품을 이용하는 ‘내상조그대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프리드라이프·교원라이프·좋은라이프·경우라이프·휴먼라이프·라이프온 등 대형 상조업체 6곳이 이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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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상조업체를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체 폐업으로 인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며 “내상조그대로 서비스를 통해 취약계층이 많은 상조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고객 납입금을 유용한 경영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사의뢰해 일벌백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팀=유지혜·정진우·하준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