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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BBC 싫다" 프랑스·중국 '독자 영어채널'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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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CNN·BBC 싫다" 프랑스·중국 '독자 영어채널' 가동

중앙일보 2019.01.23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글로벌 뉴스방송 전쟁이 뜨겁다. 1922년 설립된 영국의 BBC나 80년 개국한 미국의 CNN을 비롯한 영어권 글로벌 뉴스방송의 아성에 프랑스·러시아·중국·카타르의 국제뉴스 채널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영어권 미디어가 국제 여론을 주도하던 시절에 자국의 시각과 목소리가 묵살됐다고 여기는 나라들이 너도나도 직접 글로벌 뉴스방송에 뛰어들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어권 글로벌 뉴스매체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87년 자크 시라크 당시 총리가 상원 연설에서 “국제뉴스 영향력을 독점하는 영어권 뉴스매체와 동등한 프랑스 시각의 뉴스 방송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프랑스권 대안 글로벌 뉴스채널 구상이 시작됐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2003년 2월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미국 주도의 아프가니스탄전·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기립박수까지 받았는데도 CNN·폭스뉴스·MSNBC 등 미국 매체가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입장을 반영하는 글로벌 뉴스매체의 설립이 급물살을 타면서 2006년 12월 프랑스어와 영어로 각각 방송하는 24시간 글로벌 뉴스채널인 ‘프랑스 24’가 개국했다. 2007년 4월 아랍어, 2017년 9월 스페인어 채널을 각각 개국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뉴스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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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뒤질세라 2005년 12월 24시간 글로벌 영어뉴스 채널인 RT를 모스크바에 개국했다. 러시아 관영매체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서방 언론이 모스크바 당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 설립 이유다. 2007년 5월 아랍어 채널인 러시아 알야움, 2009년 12월 스페인어 채널인 RT 악투알리다드를 추가했다. RT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에 자회사를 설치해 서구를 상대로 여론전을 전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2010년 RT 아메리카를 워싱턴에, 2014년 영국·아일랜드 대상의 RT UK를 런던에 각각 세웠다. 2014년 베를린에 독일어 채널을 개설해 웹사이트로 송출 중이며 2017년 파리에 프랑스어 채널을 설립했다.
 
중국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CCTV에 따르면 92년 설립된 CCTV-4에서 96년부터 매일 3시간 30분간 영어뉴스를 내보낸 것이 중국 국제뉴스의 시작이다. 2000년 9월엔 아예 24시간 글로벌 영어 뉴스채널인 CCTV-9를 별도 개국하고 CCTV-4는 중국어 전용 국제채널로 전환했다. CCTV-9는 2016년 CGTN(중국 글로벌 텔레비전 네트워크)으로 개칭했다. CGTN은 현재 70여 개국에 지국을 운영하며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아랍어·러시아어·일본어·엔터테인먼트·다큐멘터리 등 10개 국제채널을 운영한다.  2012년 2월 워싱턴에 CCTV-아메리카도 개국했다. 포르투갈어 방송도 계획 중이다. 중국 글로벌 방송의 특징은 아프리카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점이다. 2012년 10월 CCTV-아프리카를 설립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한다. CGTN도 BBC만큼 아프리카 뉴스 프로그램이 풍부하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인구 260만의 중동 산유국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96년 11월 범아랍권 아랍어 방송으로 개국했으며 99년 1월 24시간 뉴스방송을 시작했다. 2006년 11월 카타르의 수도 도하와 영국 런던에 각각 보도본부를 운영하는 중동 최초의 24시간 영어 뉴스채널을 개국했다. BBC에 따르면 알자지라는 방송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 2003년 이라크전을 각각 카불과 바그다드에서 현장 보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보도하면서 자유 언론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부패와 부정, 독재와 인권유린이 만연한 중동에서 성역 없는 보도로 명성을 높였다. 2017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동맹국이 카타르와 단교하고 경제적으로 봉쇄한 외교사태에서 비교적 카타르에 호의적인 국제 여론이 형성되는 데 알자지라의 존재가 한몫했다는 관측도 있다. 독특한 점은 2007년 11월 무슬림(이슬람신자)이 다수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에 세르비아어·크로아티아어로 방송하는 ‘알자지라 발칸’을 개국했다는 점이다. 2013년 8월 미국 뉴욕에 알자지라 아메리카를 개국했지만 2016년 4월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
 
현재 글로벌 방송은 서방과 비서방의 구도가 선명하다. 영어 뉴스는 BBC월드·CNN인터내셔널·DW가 러시아 RT와 중국 CGTN, 카타르 알자지라, 아랍어 방송은 BBC와 스카이뉴스가 알자지라·RT와 한창 경쟁 중이다. 스페인 방송은 CNN·DW가 RT·CCTV-E는 물론 남미 콜롬비아의 NTN24, 베네수엘라·쿠바·볼리비아·니카라과가 투자한 텔레SUR와 혼전 중이다.
 
글로벌 방송에는 비용이 적잖게 든다. 한국의 영어방송인 아리랑 TV의 조사 결과 BBC 월드뉴스는 4564억원(2017/18년), 프랑스24는 3265억원(2016년), DW는 4524억원(2018년), RT는 3076억원(2017년)을 국고나 수신료 등 공적자금으로 부담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의 이미지와 영향력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글로벌 뉴스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도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의 위상에 걸맞게 24시간 글로벌 영어 뉴스채널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방송 확대는 한류 전파로 문화산업 융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경제와 외교 등 국가 운영에서도 필수적이다. 북핵을 비롯한 남북 관계, 사드 사태 등 한중 관계,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관계, 미군 주둔비용 등 한미 관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시각과 목소리를 상대국과 전 세계에 정확히 알리고 설득해 국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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