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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삼성바이오 제재 효력 정지 결정

중앙일보 2019.01.22 15:09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받은 제재의 집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22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 소송 전 먼저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해 삼성바이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며 4조5000억원의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적법한 회계처리”였다며 증선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법원에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증선위의 제재 집행을 정지해달라”고도 신청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증선위 제재는 삼성바이오가 제기한 본안 행정소송 결과가 나온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위법 단정 못해"  
 
본안 소송의 결론을 내리진 않았지만 이날 법원은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조차 처음에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서울대학교 회계학연구센터 교수들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다수의 전문가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단 김의환 변호사(왼쪽)와 증권선물위원회 변호인단 김정호 변호사가 지난해 12월19일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상대 집행정지 심문기일' 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단 김의환 변호사(왼쪽)와 증권선물위원회 변호인단 김정호 변호사가 지난해 12월19일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상대 집행정지 심문기일' 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증선위의 제재가 실현될 경우 삼성바이오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의 소송 청구가 이유가 없지 않은데, 본안 소송 판단을 받기도 전에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 또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 관념상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매우 곤란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제재 실현되면 '회복 어려운 손해' 입을수도"  
 
증선위가 부과한 대표이사의 해임 처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들을 대체할 전문경영인 후보군을 제대로 확보조차 못한 상황에서 해임이 이뤄지면 기업에 심각한 경영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김태한 대표이사는 설립 당시부터 삼성바이오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 그와 유사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물색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무제표 재작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존의 회계정보를 신뢰하고 삼성바이오와 이해관계를 맺은 주주와 채권자, 고객들이 삼성바이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대여한 금액을 회수하고, 거래를 단절할 우려가 있다”며 “그로 인해 삼성바이오는 규모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의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 효력을 정지해도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제재가 이뤄지면 삼성바이오는 물론 투자한 소액 주주 등이 경제적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선위의 제재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본안 판결로 적법성이 판명된 이후 제재를 하더라도 의도한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증선위는 이날 법원 발표 직후 “법원 결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 뒤, 즉시 항고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증선위는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당혹해 하면서도 제재 효력 정지가 고위 분식회계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증선위는 “항고 여부와는 별도로 본안 소종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법원의 제제 효력 정지 결정으로 삼성바이오는 물론 삼성물산 등 관련사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삼성바이오 주가는 이날 하루 7000원(1.76%) 상승하며 40만원 선을 넘어섰다. 삼성물산 주가도 1.3% 상승했다.
 
이후연·염지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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