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라고 속보치를 발표했다. 2012년 2.3%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17년 3.1%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다시 2%대로 추락했다.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2%대 경제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뿐만 아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을 것이란 예측이 줄을 잇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8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22/20097bff-2bbc-47f8-8195-059e00b7eff2.jpg)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8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2.7%로 예상했다. 이틀 후인 24일 열리는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낮출지가 시장의 관심이다. 이미 다른 연구기관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16개 국내ㆍ외 금융사와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취합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 2.59%다. 지난해(2.7%)보다 더 낮다. 거시경제 예측기관 대부분이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나쁘다’고 전망했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이 3%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한 금융사, 기관은 하나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8%로 전망했다. 그마저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예측치다. 점점 어두워지는 세계 경기와 한국 경제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 기관이 예상치를 더 낮출 가능성은 크다.
실제 IMF는 21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5%로 0.2%포인트 낮췄다. 석 달 만의 하향 조정이다. 이날 한국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IMF가 한국을 포함한 개별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ㆍ발표할 때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국내 연구기관의 시각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현대경제연구원은 일찌감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6%에서 2.5%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LG경제연구원(2.5%), 산업연구원(2.6%), 한국개발연구원(2.6%) 역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2.7%)보다 더 낮을 것으로 봤다.
증권업계의 시각은 더 부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국내 증권사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48%다. 2.5% 성장도 어렵다는 예상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2.8%였던 증권사의 올해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3월 2.73%, 6월 2.7%, 9월 2.68%로 점점 낮아지더니 1월 현재 2.5% 아래로 추락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에 경고등이 커지면서 성장률 감속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22/31d6dae8-920f-41a2-9c5a-349dfc6da88a.jpg)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에 경고등이 커지면서 성장률 감속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6% 감소한 256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력 수출 상품인 선박(-40.5%). 반도체(-28.8%), 석유제품(-24.0%) 수출 금액 하락 폭이 특히 컸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가 하락, 대 중국 수출 부진 영향으로 올해 연간 수출은 역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수출이 3월부터 500억 달러 선을 상회했음을 고려하면 올 1분기 이후 수출 감소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국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성장률 전망에도 경보음이 켜졌다.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건 직후인 1990년(3.9%) 이후 최저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수출은 소위 ‘카나리아 지표’로 인식된다”며 “한국의 월간 수출입 통계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무역지표 중 가장 먼저 발표돼 속보성이 강하고, 한국의 수출은 ‘G2(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를 비롯한 주요 경제 대국에 크게 노출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 팀장은 “한국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한다면 향후 세계 경기와 기업 이익 전망에 부정적 신호”라며 “세계 수출 둔화가 단순히 미ㆍ중 무역 분쟁에 기인한다고만 할 수 없고, 주요 지역의 전반적인 경기 속도 조절에서 비롯된다는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