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아인 주연의 '버닝' 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상 후보될까

중앙일보 2019.01.22 10:18
오른쪽부터 '버닝'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레드카펫에 선 장면. 이 모습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오른쪽부터 '버닝'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레드카펫에 선 장면. 이 모습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칸‧베니스‧베를린영화제 등을 석권한 한국영화가 단 한 번도 호명된 적 없는 영화상은? 바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이다. 
 
매년 영화진흥위원회가 각 영화사의 신청작 중 한국 대표 1편을 선정해 지난해까지 29편을 출품했지만, 수상은커녕 최종 후보 진출 자격을 얻는 예비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봉준호 감독의 ‘마더’, 1000만 영화 ‘왕의 남자’ ‘택시운전사’ 등 내리 고배를 마셨다.  
  
이런 장벽을 이번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처음 넘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이 영화는 지난달 한국영화 최초로 제9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예비 후보 9편에 포함됐다. 이어 22일 5편의 최종 후보작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버닝’이 이 명단에 오를 경우 이 감독은 다음 달 24일(미국 현지 시각) 할리우드에서 열릴 시상식에 공식 후보로 참석하게 된다. 그의 영화가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한국 대표로 나선 건 2002년 ‘오아시스’, 2007년 ‘밀양’에 이어 세 번째다.
 
역대 한국영화 외국어영화상 진출 0편, 미국 현지서도 "의아하다"
오스카 트로피. [AMPAS 홈페이지=연합뉴스]

오스카 트로피. [AMPAS 홈페이지=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 여부가 영화를 가늠하는 절대적 잣대라 할 순 없지만, 이 할리우드 최대 쇼에 초청될 경우 얻을 세계적 홍보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엔 “한국영화의 세계적 위상을 생각하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단 한 번도 오른 적 없다는 게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미국 현지에서도 나온다. 
 
미국 대중문화매체 벌처(Vulture)는 ‘버닝’의 외국어영화상 후보 선정 가능성을 다룬 기사에서 이 같이 언급하며 “한국은 최근 이 부문에 국제적으로 사랑받은 개성 강한 작품보단 보다 중도적인 성향의 출품작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대신 ‘밀정’을 출품한 것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밀정’의 아카데미 진출이 불발되고, ‘아가씨’는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자 국내 영화팬들이 영진위의 출품작 선정 기준을 문제삼기도 했다.
 
'버닝', '1987' '공작' 제치고 한국 대표로 출품
'버닝'으로 첫 주연을 맡은 신인 배우 전종서. 영화는 그가 연기한 젊은 여성 해미의 갑작스런 실종에 어릴 적 친구 종수(유아인)와 의문의 남성 벤(스티븐 연)이 뒤얽히는 얘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이 토대가 됐다. [사진 파인하우스필름, CGV아트하우스]

'버닝'으로 첫 주연을 맡은 신인 배우 전종서. 영화는 그가 연기한 젊은 여성 해미의 갑작스런 실종에 어릴 적 친구 종수(유아인)와 의문의 남성 벤(스티븐 연)이 뒤얽히는 얘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이 토대가 됐다. [사진 파인하우스필름, CGV아트하우스]

올해 ‘버닝’이 국내에서 사랑받은 ‘1987’ ‘마녀’ ‘공작’ ‘독전’ 등을 제치고 한국 대표로 출품된 건 이러한 논란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영진위는 ‘버닝’의 이번 출품 이유를 “감독의 예술적 성취에 대한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고 (…) 세계시민의 보편적 지성과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 밝혔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 대표 출품 자격을 놓고 ‘버닝’과 겨룬 영화론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로 주목받은 ‘산상수훈’, 김지운 감독의 SF ‘인랑’ 등도 있었다. 각 영화사의 신청작 총 10편을 영화감독,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영진위가 선정한 전문가 5인이 심사 끝에 ‘버닝’을 최종 출품했다. 
 
아카데미 전초전이 택한 유력 경쟁작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버닝’과 함께 예비 후보에 선정된 경쟁작 중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후보는 단연 멕시코 출신 할리우드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대상에 이어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2관왕(감독상‧외국어영화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칸 대상을 거머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도 쟁쟁한 후보다.  
 
이외에도 ▲ ‘길 위의 새들’(콜롬비아) ▲ ‘더 길티’(덴마크) ▲ ‘네버 룩 어웨이’(독일) ▲ ‘아이카’(카자흐스탄) ▲ ‘가버나움’(레바논) ▲ ‘콜드 워’(폴란드) 등이 경합을 벌인다.  
 
'버닝' 현지 주목…오바마도 "올해 최고 영화"
'버닝'을 통해 미국에서도 주목받은 주연 배우 유아인(왼쪽)과 스티븐 연. [사진 파인하우스필름, CGV아트하우스]

'버닝'을 통해 미국에서도 주목받은 주연 배우 유아인(왼쪽)과 스티븐 연. [사진 파인하우스필름, CGV아트하우스]

‘버닝’의 기세도 매섭다. 미국 LA,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등 유수 영화비평가협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휩쓸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 뉴욕타임스, 프랑스 저명 영화지 ‘까이에 뒤 시네마’ 등도 앞 다퉈 ‘버닝’을 2018년 최고의 영화 명단에 올렸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등으로 인기를 끌어온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은 이 영화로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 조연상을 받는 등 배우로서 재평가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버닝’의 주연배우 유아인을 줄리아 로버츠, 엠마 스톤 등 할리우드 톱스타와 나란히 지난해 최고 배우 12인에 꼽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론 2005년 한국전쟁 배경 단편 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로 후보에 오른 호주 교포 박세종 감독이 최초였다. 2016년엔 소프라노 조수미가 이탈리아 감독의 영화 ‘유스’로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관련기사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