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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없이 집만 짓는 신도시… 지방소멸 부추기나

중앙일보 2019.01.22 09: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20)
동부간선도로의 교통 정체 모습. 동부간선도로는 의정부로부터 상계동을 거쳐 강남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중앙포토]

동부간선도로의 교통 정체 모습. 동부간선도로는 의정부로부터 상계동을 거쳐 강남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중앙포토]

 
서울 동북부 중랑천변에 동부간선도로가 있다. 동부간선도로는 의정부로부터 상계동을 거쳐 강남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이 도로는 확장공사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으나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도로마저 없을 땐 상계동에서 영동대교를 잇는 동1로·동2로가 의정부·상계동 등 서울 북부와 강남이 연결되는 유일한 도로였으니 그 혼잡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출근 시간엔 영동대교에서 군자교 지하차도까지 약 5km 이상 차가 밀리곤 했다. 주말 오후 시간대에 강남에 일이 있어 영동대교를 넘는 데만 한 시간이 더 걸렸다.
 
동부간선도로, 아직도 공사 중
1980년대 후반에 하계동부터 상계동에 이르는 마들평야에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베드타운으로 바뀌었지만 도로 상황은 아직도 엉망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좁은 도로 때문에 몇 년간 극심한 고통을 겪음에 따라 중랑천변을 따라 동부간선도로 공사가 시작됐다.
 
수년 간의 공사가 끝나고 동부간선도로가 개통돼 잠시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이내 동부간선도로도 상습 정체 도로로 변했다. 동부 간선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상계동 북쪽과 의정부 쪽에 더 많은 아파트가 세워지고 인구는 더 늘어났다.
 
게다가 동부간선도로엔 치명적인 하자가 있었다. 서울에서 의정부 방향으로 나가는 도로가 하계동 부근에서 3차선에서 2차선으로 한 차선 줄었다. 퇴근시간대에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차량이 이 지점의 병목현상으로 인해 하계동부터 중랑교까지 약 5km나 차들이 꼬리를 물었다. 심할 때는 군자교까지 10km나 밀렸다.
 
하계동부터 군자교까지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대규모 주거지를 개발하면서 선후가 바뀌거나 이렇게 도로설계 잘못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극심한 정체 상황이 지속하면서 끝없는 민원이 제기된 후에야 이 지점으로부터 외곽 방향으로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그 공사는 10여년 째 진행 중이다.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공사 중에 도로를 부분 통제하니 정체가 더 극심해지고 위험하다.
 
동부간선도로의 부분 통제 모습.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공사 중에 도로를 부분 통제하니 정체가 더 극심해지고 위험하다. [중앙포토]

동부간선도로의 부분 통제 모습.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공사 중에 도로를 부분 통제하니 정체가 더 극심해지고 위험하다. [중앙포토]

 
이렇게 답답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도시 개발에서 반복되는 비상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계동 일대는 개발되기 전 거대한 평야였고 주거지도 거의 없어 도시 디자인이 자유로운 지역이었다. 정부에서 마음대로 수용해 그림 그리는 대로 도시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도로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개발 초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도로 등 도시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 열악한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이 지역 개발에 참여한 인사들은 대부분 도시계획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였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비단 도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지방의 한 개 군 단위 인구가 5만~6만 명인데 상계동만 해도 25만여 명이 거주한다. 웬만한 군 4~5개 정도의 인구다. 그런데도 도시 자족 기능은 전무하다. 의료, 문화시설도 열악하다.
 
북한산이나 수락산에 올라가 이 지역을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거대한 콘크리트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자족 기능이 전무하므로 대부분 주민이 강남 일대를 포함 타 지역으로 출퇴근하고 여기서는 잠만 잔다. 그런 이유로 도로 사정은 더 안 좋아지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전이 확정된 4호선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자리가 도시 기능의 숨통을 터 줄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베드타운에 다행스럽게도 남아있는 이 빈 땅이 망가진 서울 동북부의 도시기능을 보완하고 미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 인프라로 개발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러려면 이 지역에서 오랜 세월 사는 주민들이 개발 계획에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전문가들이 충분히 이해한 후 개발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3기 신도시, 자족 기능 갖춰야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신도시의 자족 기능이 간과된 채 아파트 숫자만 늘릴 경우 서울은 더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바뀔 것이고 서울 중심부와 강남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임현동 기자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신도시의 자족 기능이 간과된 채 아파트 숫자만 늘릴 경우 서울은 더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바뀔 것이고 서울 중심부와 강남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임현동 기자

 
최근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다. 대부분 서울 외곽에 붙어있다. 전국적으로 빈집이 자꾸 증가하는데 수도권은 더 비대해지고 더 집중화돼 간다. 이번 신도시 또한 그 자족 기능이 간과된 채 아파트 숫자만 늘릴 경우 서울은 더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바뀔 것이고 서울 중심부와 강남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의 서울은 도시 인프라 편중 현상이 너무 심각하다.
 
오랜 세월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는 인구 분산 정책인 귀농·귀촌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 같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에 대한 대책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소멸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산업화 시대의 도시 집중화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인구 도시 집중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특히 수도권은 기형적으로 더 비대해질 것이다. 도시 인프라가 균형 있게 재편되어야 하는 이유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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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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