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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년 만의 재성형’ 광화문광장 민의 수렴부터 하라

중앙일보 2019.01.22 00:19 종합 30면 지면보기
서울시가 2009년 이후 약 10년 만에 또다시 광화문 광장에 ‘수술칼’을 들이대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시민 접근성과 보행 편의를 높이고 광화문의 역사성을 살린다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사전에 시민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중앙정부와의 충분한 예산 협의도 마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하면 큰 문제다.
 

서울시 1040억 투입 ‘광화문 프로젝트’
세종대왕상·이순신상 옮기고 촛불 새겨
시장 업적 홍보무대로만 이용하면 곤란

사실 광화문 일대는 국가의 얼굴과도 같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일제가 훼손한 의정부와 육조거리 복원 등 광화문의 역사성을 살리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북악산 조망권과 녹지 축을 살리고,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바꾸는 작업도 큰 방향에서는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광화문 리모델링이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이념을 구현하는 수단 또는 눈에 잘 띄는 치적을 홍보하는 전시 사업으로 활용되는데 있다.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차로이던 세종대로를 10차로로 줄이고 도로 중간에 녹지대와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700억원을 들여 2009년 8월 완공했다. 박원순 현 시장은 1040억원을 들여 기존 10차로를 6차로로 다시 줄이는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러다 광화문이 자칫 누더기 같은 ‘성형미인’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이런 대형 사업을 추진하려면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수다. 서울시는 국제설계 공모 당선 업체와 다음 달에 설계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초에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하겠단다. 일사천리식으로 서두른다.
 
‘광화문 촛불 혁명’ 덕분에 집권했다고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와 같은 정당 소속인 박 시장은 새로운 광화문 광장 바닥에 수많은 촛불 이미지를 새기겠다고 했다. 불과 2년 남짓 된 촛불 혁명의 역사성을 반영구적으로 새기겠다면서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한쪽 구석으로 옮기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위민 정신을 몸소 실천한 세종대왕과 백척간두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제쳐놓고 역사성을 논하는 것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서울시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여론도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
 
교통 대책도 미덥지 못하다. 지금도 광화문 일대는 차량이 집중돼 정체가 일상화되는 구간이다. 서울시는 GTX-A노선에 광화문역을 신설하는 대책을 제시했지만, 국토교통부와는 아직 협의도 마치지 못했다. 이 노선 사업은 이미 지난해 12월 착수됐기에 역을 신설하면 15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고 개통 시점도 계획보다 크게 늦춰질 우려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역 신설 비용과 서울역∼광화문역 구간의 저속 운행에 따른 손실까지 서울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화문 광장 수술에 직간접적으로 2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박원순 시장의 정치 일정에 맞춰 서울시가 무리하게 광화문 프로젝트를 밀어붙인다는 일각의 우려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 제기된 각종 문제를 다시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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