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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1000년 넘게 뿌리내린 고려인삼, 종주국 명성 되찾기 나서

중앙일보 2019.01.22 00:02 3면
오랜 세월 한국을 해외에 알리며 우리 민족에게 부를 가져다준 고마운 작물이 있다. 바로 ‘코리안 진생’으로 불리는 고려인삼이다. 그런데 고려인삼의명성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를 비롯한 해외 유명 기관의 웹사이트에서 ‘고려인삼’을 ‘아시아인삼’이나 ‘중국인삼’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생긴 것. 이에 학계에선 고려인삼 종주국으로서의 명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일 출간된 『한국인삼산업사』(1·2권)가 주목받는 이유다. 
 

장일무 서울대 명예교수
7년간 국내외서 자료 수집
'한국인삼산업사' 펴내

『한국인삼산업사』는 고려인삼이 무엇이고 산업적으로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국내 최대 홍삼 기업인 KGC인삼공사에서 7년여간 투자해 완성했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정관장문고’라는 출판사를 등록했을 정도다.
 
한국 인삼산업 발전 위해 지원
지난달 1일 정관장문고에서 출간한 『한국인삼산업사』(1권).

지난달 1일 정관장문고에서 출간한 『한국인삼산업사』(1권).

이야기는 인삼의 조상인 두릅나뭇과 식물이 4300만~4500만 년 전 화석으로 발견됐을 때부터 시작된다. 인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고려인삼의 어원은 무엇인지, 조선과 인삼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조상은 만주 지역과 한반도의 고려인삼 자생지에서 인삼을 채취해 식용으로 사용한 최초의 인류다. 인삼을 오랜 세월 동안 먹으며 보양 효과를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고조선·부여·고구려·백제·신라 시대에 중국 중원의 여러 왕조와 인삼 무역을 하며 인삼의 보양 효과가 해외로 전파되기 시작한다. 이후 조선 왕조, 일제강점기, 미군정(1945년 9월 8일~48년 8월 15일), 건국 후 전매청 발족(1952년)까지 함께한 인삼의 역사와 산업화 과정이 담겼다.
 
특히 산삼인 야생삼이 해마다 조선 왕실의 조공으로 바쳐지면서 조선 후기에 멸종된 사건, 인삼 산업이 세계 최초로 조선에서 등장한 계기를 가감 없이 담았다. 이 책의 저자인 장일무 서울대 제약학과 명예교수(사진)는 7년간 모은 자료를 토대로 1년 반 동안 집필에 전념했다.
 
저자는 인삼산업사를 ‘인삼 지식여행’이라고 칭하고 여행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여행객인 독자에게 인삼의 역사와 과학을 해설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푼다. 지난 16일 서울 대치동의 카페 사푼사푼에서 장일무 교수를 만났다.
 
왜 이름이 고려인삼인가.
“고려인삼의 ‘고려’는 고구려에서 유래했다. 고조선·부여·고구려 땅은 야생 인삼의 자생지와 겹친다. 이들 왕조 국가는 중국 중원과의 무역 거래품으로 인삼을 사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중원 땅엔 인삼의 자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5세기 중엽 고려를 국호(나라의 명칭)로 사용했다. 한국에선 고구려로 통칭하지만 중국의 오래된 문헌엔 고려로 표시돼 있다. 18세기 초반 예수회 신부 자르투의 지회로 제작된 현대식 지도 ‘황여전람도’엔 우리나라가 GOURI(구려)로 표기됐다. 이는 코리아의 어원이 옛 고구려의 국호인 고려에서 유래했다는 의미다.”
 
아시아인삼·중국인삼으로 표기 둔갑
고려인삼의 명성이 퇴색된 이유는.
“미 농무부,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 박물관은 인삼 관련 사이트에 ‘고려인삼’ 대신 ‘중국인삼’ 또는 ‘아시아인삼’이라고 표기했다. 영향력 있는 세계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의 웹사이트에서도 ‘고려인삼’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고려인삼’이라는 명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중국·일본마저도 고려인삼이라는 표현을 점차 쓰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이 북미 인삼인 화기삼을 미국에 역수출하면서 세계 인삼과학 연구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겐 선조가 물려준 고려인삼이라는 자산을 지킬 책무가 있다.”
 
홍삼이 우연히 개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그렇다. 인삼을 증기로 오래 찌면 갈홍색으로 변하면서 속살은 투명하게 된다. 조선시대의 인삼 생산업에 종사한 농민이 이렇게 장시간 의도적으로 삼을 찌게 됐는지 아니면 우연히 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많은 발명이 우연히 얻어진 것처럼 인삼이 갈홍색으로 변한 것, 즉 홍삼을 버릴 수 없어 유통시켰을 수 있다. 홍삼은 백삼보다 저장·보존 기간이 길고 약효도 오래 지속되는 데다 향미가 뛰어나 새로운 형태의 제품으로 정착됐을 것이다. 중국 황실과 중국인이 홍삼을 선호해 거금을 주고 조선에서 홍삼을 구입했다. 이 때문에 조선 말기 왕실의 재정에 홍삼이 도움을 줬다.”
 
책을 집필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고려인삼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자료가 풍부한 일본을 두 차례 방문했다. 일본의 미쓰이 그룹에서 운영하는 기업 도서관은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롭다. 그곳에서 사서와 함께 오래된 책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고려인삼의 흔적을 찾아나갔다. 해외 유명 문헌을 입수하며 고려인삼의 자료를 모아 책을 집필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 건 인삼은 1000년 이상 인류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가장 오래된 경제 작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하늘이 내린 천연자원이자 경제 작물인 고려인삼의 가치를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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