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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겨냥 '강성부 펀드' 행동 개시…사실상 조양호 회장 퇴진 요구

중앙일보 2019.01.21 11:04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한진그룹을 겨냥해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했다. 
 
21일 공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서 KCGI는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KCGI는 “한진그룹이 세계 항공사 대비 높은 부채 비율로 인해 신용등급 강등된 상태이고, 유가 상승 등 잠재된 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며 빠르게 변화는 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후된 지배 구조로 인해 일반 주주, 채권자, 직원 더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KCGI의 요구 내용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경영 체제, 기업가치, 사회적 신뢰 부문이다.
 
먼저 일반 주주의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 현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 이사 1명, 외부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주장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구성해 임원에 대한 합리적 평가, 보상 체계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하고 여기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참여토록 해 준법 경영, 책임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만성 적자, 노후화, 개발 중단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 LA윌셔그랜드호텔, 와이키키리조트, 송현동 호텔 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사업의 정리를 요구했다. KCGI 측은 이들 사업의 투자 당위성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한진그룹의 경영 효율성, 위험 관리, 대외 이미지 하락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수립하고, 그룹의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강성부 KCGI 대표. [중앙DB]

강성부 KCGI 대표. [중앙DB]

오너 일가의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건 등으로 실추된 한진칼의 사회적 신뢰, 고객 만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KCGI는 주장했다. 그룹 내 일반 직원으로 구성된 상설 협의체를 조직하고,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을 채택ㆍ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한진그룹 임직원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목적의 ‘한진인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도 함께 제안했다.
 
KCGI는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CGI의 요구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 설치다. KCGI가 추천했거나 외부에서 영입한 사외이사, 전문가를 이들 위원회에 참가토록 해 그룹 경영과 CEO를 포함한 경영진 교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이다. 조양호 일가 중심의 그룹 지배와 경영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KCGI를 운용하는 강성부 대표는 지난 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회사 쪽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며 “회사에 대한 요구는 부채 비율을 개선하라는 것과 신용등급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올려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외 신인도가 많이 떨어졌으니 이것도 개선해 보자고 했다”고 했고, 대외 신인도 개선이 총수 일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사옥 간판. [중앙DB]

국민연금 사옥 간판. [중앙DB]

 
강 대표가 이런 의사를 본지와 인터뷰에서 밝힌 지 2주 만에 KCGI는 공개 제안서를 통해 요구 사항을 공식화했다. 일반 주주 설득과 의견 수렴을 위해 KCGI는 ‘밸류 한진(valuehanjin.com)’란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관련 웹사이트 개설은 지난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을 겨냥해 주주 행동주의 투자에 나섰을 때 썼던 전략이기도 하다.  
 
강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산하 투자목적 유한회사(사모펀드)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KCGI는 이후 한진칼 보유 지분을 10.81%까지 늘렸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17.70%)을 중심으로 조 회장 일가가 28.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명 ‘강성부 펀드’는 2대 주주로 올라있고, 7.34%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뒤를 잇고 있다.
 
 
한진칼 주주 구성, 대한항공 주주 구성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거래소]

한진칼 주주 구성, 대한항공 주주 구성.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거래소]

한진그룹을 사이에 둔 조양호 회장 일가 대 강성부 펀드 ‘대결 구도’에서 국민연금은 주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3월 열리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일가 측의 이사 연임에 반대의결권을 던질지를 논의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과 관련해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숙ㆍ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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