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세정의 시선] '이 정부에서는 살맛난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중앙일보 2019.01.21 00:05 종합 28면 지면보기
[장세정의 시선]
 "잘 지내시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인천 연수구을)
"이 정부에서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 주민)

문재인 정부 실정으로 지지율 폭락해도 권세 누리는 사람 많지만
"부당한 권력행사와 엉터리 정책 때문에 못 살겠다" 원성도 늘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달 19일 밤 인천 송도신도시의 버스 정류장에서 지역구 의원과 주민이 주고받은 까칠한 대화다. 그날의 시시비비는 당사자들 몫이겠지만, 묘한 정치적 뉘앙스가 담긴 불편한 문답에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본질적 질문'이 들어있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대다수 국민이 "힘들다. 죽겠다"고 난리인데 도대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요즘 그렇게 잘 지내고 살맛 나는 것일까.

 이해찬 의원이 지난 해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선출되자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의원이 지난 해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선출되자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래도 정치인 중에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가장 잘나가는 실세인듯하다. 이 정부 들어 집권 여당 대표에 올랐고, 야당과 언론이 마음에 안 들면 정색하고 버럭할 정도로 기세등등하다. 지난 16일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우리가 만든 정책이 무너질 때는 1, 2년밖에 안 걸리더라. 20년도 짧다고 본다. 연속해서 20년 집권해야 정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더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 경제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공개 반성문을 써도 부족할 판에 집권 여당 대표가 '이대로 쭉~' 장기집권 타령이다. 자신감인지 오만함인지 헷갈린다.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 임현동 기자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 임현동 기자

 20일 갑자기 탈당 선언을 했지만, 지난 2년간 누구보다 주가가 치솟은 정치인은 '영부인의 중·고교 절친'이라는 손혜원 의원이다. 대선 캠프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담당했던 그는 한 인터뷰에서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날 오후에도 김정숙 여사를 만나 손을 잡고 울었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부친의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1982년 이후 여섯 차례 보훈처에 보훈신청을 했으나 탈락했는데, 지난해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는 영광도 누렸다. 6전 7기였다. 대출받은 돈 11억원 중 일부로 전남 목포의 부동산 20여건을 친인척 등의 명의로 매입한 이후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의혹 제기는) 악랄한 인격 말살이다.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겠다"며 여전히 자신만만해 한다.      
방송인 김제동이 KBS 시사 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인 김제동이 KBS 시사 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면서 이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알릴레오'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KBS 1TV '오늘밤 김제동'에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 김수근 단장을 출연시켜 맹비난을 듣고도 거액의 출연료를 챙기는 김제동씨. '문화 권력'으로 불리는 이들도 지금이 호시절일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른바 '노조 공화국'에서 무소불위의 '수퍼 갑' 위세가 대단하다. 세금으로 만든 '큰 정부'에서 일보다는 혜택이 커진 공무원들도 "이 정부는 엄지척"이라면서 뒤에서 웃고 있다. 세금으로 공무원 늘린 나라치고 멍들지 않는 나라가 없는데도 말이다.
박수 치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유은혜 부총림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수 치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유은혜 부총림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 정부에서 물을 만난 부류들을 열거하려니 끝이 없다. 시대착오적인 탈원전 노선에 따라 반사이익을 챙기는 태양광 업자, 불법과 도덕성 흠결에도 요직을 꿰찬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명수 대법원장을 따르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 딸을 위장 전입시키고도 최초의 여성 부총리가 된 유은혜 교육부 장관, 법무법인 부산 출신의 김외숙 법제처장 등이 이 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 출신으로 권부에 들어간 인사들, 캠프 출신이란 이유로 억대 연봉을 챙기는 공기업 낙하산 임원들도 "요즘 정말 살맛 난다"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쯤 되면 갸우뚱해진다. 호시절을 누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왜 여기저기서 "못 살겠다"는 원성이 터져 나올까.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야 국정농단과 개인 비리의 대가를 치른다고 하더라도 큰 잘못도 없는 이들이 "이 정부에서 정말 죽을 맛"이라고 아우성치는 현실은 비정상 아닌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연합뉴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정책 부작용 때문에 고통받는 자영업자들과 기업인들은 "지금이 역대 최악"이라고 야단이다. 외교부의 미국통과 일본통 외교관들, 육사 출신 장교들, 환경부 산하 공기업 임원 등 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람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휴대전화까지 탈탈 털리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직권 남용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청와대가 민영화된 기업의 사장 교체 등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권력의 치부를 국민 앞에 공개한 전직 공직자들이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잃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친문 진영에 찍힌 이재명 경기도지사조차 정치 보복 때문에 요즘 입맛을 잃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는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역설해왔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는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역설해왔다. [연합뉴스]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원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취업 길이 막힌 학생들은 "이 정부 정책이 너무 부당하다"고 읍소한다. 경북 울진에 있는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손편지 170통을 써서 매일 다섯 통씩 청와대로 보내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많은 국민은 지금 이구동성으로 묻고 있다. 이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냐고?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