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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장인 된 허당 형사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요”

중앙일보 2019.01.21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배우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조폭 역할로 유명해진 뒤, ‘암수살인’의 형사를 거쳐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에선 치킨집을 위장창업한 마약반 형사역을 맡았다. 그는 ’센 배역보다는, 허당 이미지의 코믹한 배역이 자신의 모습과 더 비슷하다“며 ’나중엔 복싱 영화나 ‘너는 내 운명’같은 슬픈 멜로 영화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각 영화사]

배우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조폭 역할로 유명해진 뒤, ‘암수살인’의 형사를 거쳐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에선 치킨집을 위장창업한 마약반 형사역을 맡았다. 그는 ’센 배역보다는, 허당 이미지의 코믹한 배역이 자신의 모습과 더 비슷하다“며 ’나중엔 복싱 영화나 ‘너는 내 운명’같은 슬픈 멜로 영화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각 영화사]

새해 극장가는 코미디 영화 격전지다. 9일 개봉한 ‘내안의 그놈’이 개봉 일주일여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코믹 수사물 ‘극한직업’, 로맨틱 코미디 ‘어쩌다, 결혼’,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웃으러 극장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중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형사들이 마약 조직을 소탕하려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지는 황당한 소동극이다. 류승룡·이하늬·이동휘·공명 등 마약반 형사역 배우들의 호흡이 빼어나다. 특히 영화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출신 폭력배 캐릭터로 주목받은 배우 진선규(42)의 변신이 눈에 띈다.
 
그가 맡은 마 형사는 마약반의 ‘허당’ 사고뭉치이자, 결정적인 순간 활약하는 반전의 사내. 수원 왕갈비집 아들인 그는 얼떨결에 갈비양념에 버무린 치킨으로, 치킨 요리 장인으로 거듭난다.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조폭 역할. [사진 각 영화사]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조폭 역할. [사진 각 영화사]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받고 처음 오디션 없이 들어온 시나리오가 ‘극한직업’이었어요. ‘범죄도시’가 뜻하지 않게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센 이미지로만 각인되는 것 같아 걱정하던 차에, 안 해본 코미디 장르라 더 끌렸죠. 원래 저랑 더 비슷한 느낌이에요.”
 
선한 미소와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기분 좋은 흥분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해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상 수상 무대에 올랐을 땐 오랜 무명 시절 힘이 돼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 그를 캐스팅한 이병헌 감독은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어떻게 ‘범죄도시’ 같은 악역을 했나 싶을 만큼 사람이 착하다”고 했다.
 
진선규는 이번 영화를 ‘양념 반 프라이드 반’에 비유했다. “이병헌 감독이 빚은 말맛을 토대로 상황이 주는 웃음이 좋다. 초반부터 코믹과 액션이 어우러진다”고 귀띔했다.
 
‘암수살인’의 형사. [사진 각 영화사]

‘암수살인’의 형사. [사진 각 영화사]

코믹 연기는 처음인데.
“다섯 배우의 호흡이 너무 조화로웠다. (류)승룡 형, (이)동휘가 코미디에 일가견 있다 보니 저랑 (이)하늬,(공)명이는 액션·리액션만 잘해도 느낌이 살았다. 진짜 가족 같았다.”
 
치킨 만드는 장면을 준비하며 칼질부터 제대로 배웠다고.
“요리사들 말이 칼을 진짜 잡아본 사람은 써는 자세부터 다르다더라. 칼질 초보로 시작해 닭을 자르고, 발골하는 방식까지 전문가분들께 배웠다. 집에서도 닭 30마리를 가져다 연습했다. 갈비 맛 치킨도 묘하게 맛있었다.”
 
영화에서 제일 웃겼던 대목은.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하는 치킨집 홍보문구는 승룡 형이 처음 리딩 때부터 그 톤으로 했는데 정말 웃겼다. 영화 잘돼서 치킨 광고 들어오면 개런티를 낮추더라도 다 같이 팀으로 찍자고 다짐했다. 동휘가 때려잡은 애들을 청테이프로 묶을 때 했던 대사는 애드리브였다.”
 
마 형사의 코미디도 순박한 매력이 있던데.
“아직 모르겠다. 더 커야 한다. 아직도 영화·드라마에서 내 목소리 들으면 민망하고 적응이 안 된다.”
 
체육 교사를 꿈꿨던 그가 연기에 눈을 뜬 건 고등학교 3학년 때다. “수능 몇 달 전 고향 경남 진해에서 친구를 따라 조그마한 지하 극단에 놀러 갔다가 잠깐 동안 느꼈던 따뜻함과 호기심에 이끌려 연극을 배우게 됐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붙었을 때 선생님이 ‘참 촌스러운데 순수하게 생겨서, 뭐든 가르쳐주면 잘할 것 같았다’고 하시더군요.”
 
한예종 학비를 빌려 상경한 그에게 연고도 없는 서울 생활은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 “제대하곤 학교 구내식당 설거지를 꽤 오래 했어요. 아주머니들과 친해지면서 점심·저녁도 얻어먹었거든요. 서울랜드, 벚꽃축제 등 가리지 않고 주말이면 여기저기서 접시를 닦았죠.”
 
2004년 졸업한 그는 동문과 함께 창단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통해 10년 넘게 대학로에서 연극·뮤지컬 무대에 섰다. 한예종 후배였던 아내(배우 박보경)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뒀다.
 
‘극한직업’에선 치킨집을 위장창업한 마약반 형사. [사진 각 영화사]

‘극한직업’에선 치킨집을 위장창업한 마약반 형사. [사진 각 영화사]

‘완벽한 타인’에 전화통화 목소리로 카메오 출연하고 ‘암수살인’ ‘동네사람들’ 등 스크린 활동이 바빠진 최근에도 한두 달에 한 번 무대에 오르는 일상만큼은 그대로라고 했다. 물론 자신을 대중에 널리 알린  ‘범죄도시’ 수상 이후 달라진 점도 있다. “아내와 함께 느낀 건데, 마트에 장보러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가격표 안 보고 살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엔 부담스러워 아보카도도 못 샀거든요. 후배들한테 밥도 살 수 있게 됐고요.”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미스터리 영화 ‘사바하’,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과 다시 뭉친 액션영화 ‘롱 리브 더 킹’, ‘퍼펙트 맨’ 등 올해 선보일 차기작도 여럿이다. ‘믿고 보는 배우’라며 그를 응원하는 관객도 많아졌다.
 
“‘캐리비안의 해적’ ‘혹성탈출’처럼 제가 캐릭터 뒤로 사라지는 판타지나, 좋아하는 복싱 영화, ‘파이란’ ‘너는 내 운명’ 같은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주연배우란 말이 부담돼 조연으로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요. 언젠가 제가 전적으로 이야기를 책임져야 하는 작품을 할 수도 있겠죠. 그날을 위해 부단히 배우고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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