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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목 흉터·변성 걱정 없앤 로봇 수술의 마법, 갑상샘암 환자 삶의 질

중앙일보 2019.01.21 00:02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갑상샘암 첨단 치료법 갑상샘암도 초기에 발견해 수술해야 완치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는 절개를 최소화하고 정교함을 향상시킨 ‘로봇 수술’이 주목을 받는다. 2005년 국내에 도입된 후 10만 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 위치한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수술혁신센터에서 ‘전문의와 함께하는 갑상샘암 건강 강좌’를 열었다. 연세암병원 남기현(갑상선내분비외과) 갑상선암센터장이 올바른 질환 정보와 최신 수술법을 소개하고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로봇 갑상샘 절제술은 기존 수술법과 효과는 동등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은 높였다. 강좌 참석자들이 다빈치 로봇 수술기를 체험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동하

로봇 갑상샘 절제술은 기존 수술법과 효과는 동등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은 높였다. 강좌 참석자들이 다빈치 로봇 수술기를 체험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동하

 

겨드랑이·유륜·구강 등 작게 절개
3D 카메라가 수술 부위 10배 확대
손목 같은 로봇 팔이 갑상샘 떼어내

갑상샘암은 내분비기관인 갑상샘에 생긴 악성종양을 말한다. 갑상샘은 목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신체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샘호르몬을 분비하는 곳이다. 대부분 갑상샘암은 증상이 거의 없다. 암이 진행될수록 목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목소리가 변하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샘암은 위암·대장암에 이은 국내 암 발생률 3위다. 건강 강좌에 참석한 56세 여성은 “친구나 지인 중에 갑상샘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꽤 많다. 내 연령대에서는 갑상샘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며 “어떤 질환인지, 어떻게 치료하는지, 어떤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강좌를 찾았다”고 말했다.
 
 
 
‘갑상샘암=순한 암’ 안심 말아야
 갑상샘암의 95%는 유두암이다. 암의 진행 속도가 느리고 예후가 좋아 ‘거북이 암’ ‘순한 암’으로 통한다. 갑상샘암의 위험성을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다. 갑상샘암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 남기현 센터장은 “갑상샘 내에 한 개였던 암세포가 여러 군데로 번지기 시작하면 림프절(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가 모여 있는 곳)은 물론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기 유두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90%가 넘지만 진행성 유두암(4기)이 되면 50% 이하로 떨어진다. 유두암 외에 나머지 5%는 여포암·수질암·미분화암 등인데 유두암에 비해 예후가 나쁘다. 10년 생존율이 여포암 80%, 수질암 50%, 미분화암 1% 미만이다.
 
갑상샘암 치료의 기본 원칙은 수술이다. 하지만 ‘크기가 1㎝ 미만인 암도 꼭 수술해야 하느냐’는 자주 따라붙는 궁금증이다. 남 센터장은 “1㎝ 미만의 갑상샘암 환자 1만4045명을 분석한 결과 29.9%가 3, 4기였다는 국내 데이터가 있다”며 “크기가 작다고 무조건 암세포가 갑상샘 내에 국한돼 있고 전이가 없는 초기암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크기가 작아도 암이 성대 신경 혹은 기도·식도 근처에 있거나 갑상샘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피막을 침범했을 때, 전이가 발생한 경우는 수술을 해야 한다. 크기가 작은 초기암은 치료가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암이 발생한 쪽 갑상샘만 절제하고 수술 경과에 따라 갑상샘호르몬 투약을 중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가 수술을 기피하면 6~12개월 간격으로 검사하며 경과를 지켜본 다음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갑상샘암 첨단 치료법

갑상샘암 첨단 치료법

전통적인 수술법은 목 전방 부위에 6~10㎝의 절개선을 내고 갑상샘을 뗀다. 노출이 잦은 목에 흉터와 부푼 상처(켈로이드)가 남아 불편함이 컸다. 최근에는 초기암 환자가 증가하고 수술 후 삶의 질이 강조되면서 최소침습술이 선호되고 있다. 로봇 수술이 대표적이다. 남 센터장은 “국내에 다빈치 로봇 수술기가 도입되면서 목이 아닌 흉터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겨드랑이·유륜·구강 등을 작게 절개해 갑상샘을 절제할 수 있게 됐다”며 “전체 환자의 약 10%가 로봇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3D 입체 영상 덕분에 수술 안전성 향상
이날 강좌에서는 로봇 수술 과정을 재현한 애니메이션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집도의는 수술대 옆에 설치된 콘솔(조종간)에서 로봇을 원격으로 조정해 수술을 진행한다. 겨드랑이 주름을 따라 3~5㎝를 절개한 다음 피부 밑을 박리해 수술 공간을 확보한다. 이곳으로 로봇 팔에 장착된 카메라와 집게·가위 같은 수술기구를 삽입한다. 집도의는 3D 카메라로 수술 부위를 10배 확대된 입체 영상으로 관찰한다. 그 덕분에 얇고 미세한 성대 신경이나 부갑상샘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손목 관절처럼 움직이는 로봇 팔로 갑상샘을 절제한다.

 
로봇 수술기를 이용하면 수술 부위를 확대해 볼 수 있는 데다 집도의의 미세한 손떨림을 차단해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남 센터장은 “연세의료원에서 시행한 갑상샘암 로봇 수술 5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목 부위를 절개해 갑상샘을 절제하는 기존 수술과 합병증 발생률이나 재발률 측면에서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며 “미용적인 효과는 더 우수했다”고 강조했다.
 
갑상샘암도 엄연한 암이다. 모든 암이 그렇듯 초기에 발견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남 센터장은 “가장 좋은 수술은 손상이 작고 암덩어리를 완벽히 떼어내며 후유증이 적으면서 완치율이 높은 수술”이라며 “수술 후 삶의 질도 수술법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난 후 건강 강좌 참석자들은 다빈치 로봇 수술기를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모(35)씨는 “로봇 팔을 원격 조종해 원뿔 위의 작은 고리를 다른 원뿔로 옮겨봤다”며 “많이 긴장했는데 기기가 손떨림을 잡아주고 로봇 팔이 기대 이상으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터뷰 남기현 연세암병원 갑상선암센터장              
 
“의료진 탄탄한 팀워크가 로봇 수술 발전의 원동력”
 
우리나라는 로봇 수술 선진국이다. 기기는 미국에서 개발됐지만 수술 기법을 선도한 것은 국내 의사들이다. 해외 의료진이 로봇 수술을 배우기 위해 앞다퉈 한국을 찾는다. 갑상샘암 로봇 수술의 권위자인 남기현(사진) 센터장에게 로봇 수술의 발전 배경을 물었다.
  
-로봇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로봇 수술이라고 하면 로봇이 스스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다. 전적으로 의사의 주도하에 이뤄진다. 집도의가 3D·HD 카메라를 통해 10배 확대된 수술 부위 영상을 보면서 정교하게 수술한다.”
 
-로봇 갑상샘 절제술의 이점은 뭔가.
 “수술 시 집도의의 손떨림을 막아주고 수술 시야가 넓게 확보돼 주요 신경이나 미세 장기를 보존하는 데 이점이 있다. 좁고 깊은 공간에서 로봇 팔을 이용하면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 결과 기존 방법과 비교해 수술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 목에 흉터가 남지 않아 미용적인 효과는 더 좋다.”
 
-로봇 수술 발전의 숨은 공로자가 있다면.
 “로봇 수술은 팀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 콘솔을 작동하는 집도의, 수술대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의사, 수술 중 로봇 팔을 교체해주는 간호사 등 여러 의료진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성공한다. 이들의 노고와 협력이 있었기에 로봇 수술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다.”
 
-수술 기법도 많이 개발됐는데.
 “우리나라 갑상샘암 외과 의사들은 ‘목 부분을 크게 절개하는 게 최선일까’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뭘까’를 항상 연구했다. 그러다 보니 혁신적인 수술 기법이 많이 개발됐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세계 최초로 겨드랑이 접근법을 개발했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을 계속 강구할 것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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