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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에 돌 옮겨진 것 모르고 바둑 뒀다, 반칙일까?

중앙일보 2019.01.20 12:00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19)
축구 경기 중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내든 모습. 축구에서 반칙을 범해 퇴장당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게임에는 경기규칙, 즉 룰이 있다. 바둑에도 여러 가지 규칙이 있다. [중앙포토]

축구 경기 중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내든 모습. 축구에서 반칙을 범해 퇴장당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게임에는 경기규칙, 즉 룰이 있다. 바둑에도 여러 가지 규칙이 있다. [중앙포토]

 
축구에서 반칙을 범해 퇴장당하는 경우가 있다. 1998년 월드컵에서 멕시코와 대결할 때 하석주 선수는 절묘한 프리킥을 넣어 국민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한국팀은 전력이 떨어져 3연속 실점하며 1대 3으로 패하고 말았다. 당시 주심의 레드카드는 지나치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심판이 판정한 이상 경기장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하석주 선수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비애를 맛보았을 것이다.
 
모든 게임에는 경기규칙, 즉 룰이 있다. 바둑에도 여러 가지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을 위반하면 반칙패가 된다. 인생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꼼수나 편법을 써서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불멸의 바둑 원칙 ‘일수불퇴’
바둑에서도 아마추어 팬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수가 있다. 예를 들면 한 수 두어놓고 잘못 두었다고 생각하면 그 수를 무르는 것이다. 친한 사이라면 물러주기도 하지만 한 번 두었다가 무르는 것은 반칙이다.
 
프로의 공식시합에서는 한 번 둔 돌을 무르는 순간 실격패가 된다. 돌을 놓는 순간 잘못을 깨닫고 곧바로 들어내도 반칙이다. 그렇게 하여 심판이 패배를 선언한 케이스가 몇 번 있다.
 
백성호 9단이 착점을 반복하는 장면. 바둑의 반칙패 중에는 좀 억울한 경우도 있다. 바둑을 두다가 옷소매에 걸려 바둑판에 놓인 돌이 약간 옮겨질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바둑돌을 제 자리에 놓고 두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국자들이 바둑에 몰두하다가 옮겨진 것을 모를 때가 있다. [중앙포토]

백성호 9단이 착점을 반복하는 장면. 바둑의 반칙패 중에는 좀 억울한 경우도 있다. 바둑을 두다가 옷소매에 걸려 바둑판에 놓인 돌이 약간 옮겨질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바둑돌을 제 자리에 놓고 두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국자들이 바둑에 몰두하다가 옮겨진 것을 모를 때가 있다. [중앙포토]

 
바둑의 반칙패 중에는 좀 억울한 경우도 있다. 바둑을 두다가 옷소매에 걸려 바둑판에 놓인 돌이 약간 옮겨질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바둑돌을 제 자리에 놓고 두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국자들이 바둑에 몰두하다가 옮겨진 것을 모를 때가 있다.
 
예전에 일본의 공식시합에서 두 기사가 돌이 한 줄 옮겨진 것을 몰랐다가 둘 다 반칙패를 당한 적이 있다. 바둑이 한참 진행된 다음 한쪽이 이미 두었던 곳에 돌을 놓은 것이다. 그 바둑을 기록하던 기록 사가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심판위원회에서는 두 사람 다 패배로 판정을 내렸다. 돌이 옮겨진 것도 모르고 두었다면 프로 자격이 없다고 본 것 같다.
 
한국에서도 TV 대국에서 돌이 옮겨진 것을 몰라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방송으로 이 장면이 살짝 비치자 시청자들이 항의했다. 한국기원에서는 이 기사에게 6개월 출전정지라는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당시 한국기원 이사장은 법조계 출신이었다.
 
세상의 바둑판에서도 반칙하는 사람이 있다. 정해진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새치기를 한다거나, 검은돈을 써서 특혜를 받으려고 한다. 노인 중에는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태연히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것이 불법인 줄 알지만 처벌만 없다면 위반하려고 한다.
 
인생의 규칙 중에는 자신의 행위가 위반인 줄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는 사람에게 어떤 혜택을 부탁하는 것은 반칙이라는 의식이 희박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대학생 중에 학기 말 성적표를 보고 교수에게 학점을 올려달라는 학생이 있다. 다른 과목은 모두 A 학점 이상인데 이 과목만 C가 나왔다고 하며 학점을 조정해 달라고 한다. B 학점인데 A로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중에는 학기 말 성적표를 보고 교수에게 학점을 올려달라는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에게 늘 "바둑에도 룰이 있듯이, 인간사회에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 그 룰을 지키는 공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수긍하며 죄송하다고 한다. [중앙포토]

대학생 중에는 학기 말 성적표를 보고 교수에게 학점을 올려달라는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에게 늘 "바둑에도 룰이 있듯이, 인간사회에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 그 룰을 지키는 공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수긍하며 죄송하다고 한다. [중앙포토]

 
이런 학생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바둑에도 룰이 있듯이, 인간사회에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 그 룰을 지키는 공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수긍하며 죄송하다고 한다. 규칙을 정해놓고 평가를 했는데 그것을 어긴다면 바둑에서 따내서는 안 될 돌을 따내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학점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들
철학자 박이문 교수도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사회규범을 바둑의 규칙에 비유해 설명한다. 제멋대로 규칙을 어기며 자기 마음대로 돌을 놓아서는 안 되며, 바둑두기는 바둑의 규칙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세상살이에도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
 
인생을 오래 산 시니어는 연륜이 쌓여 삶의 이치나 지혜를 터득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세상의 규칙을 위반할 수가 있다. 순식간에 영광을 충격으로 돌린 하석주 선수를 생각하며 레드카드를 받지 않도록 하자.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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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필진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 바둑에 올바른 길이 있듯이 인생에도 길이 있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수가 아닌 꼼수와 속임수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바둑에서 삶의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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