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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명성보다 실력…‘SKY 캐슬’ 입시 열풍 오래 못 갈 것

중앙선데이 2019.01.19 00:45 619호 2면 지면보기
[양영유의 총장 열전]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사회 연결망 이론’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서로 다른 학문과 정보, 사람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풀어가는 창의적인 학풍을 강조한다. 송호근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장은 김 총장을 “미시적 관찰에서 거시이론을 끌어내는 고수”라고 평가한다.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변혁기를 맞은 우리 사회의 담론 개척자라는 것이다. 연세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 총장은 아니나 다를까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4차 문명시대에는 인텔리전스가 아닌 익스텔리전스형 인재가 많이 나와야 국가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4차 문명시대에는 인텔리전스가 아닌 익스텔리전스형 인재가 많이 나와야 국가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2016년 2월 취임해 4년 차 총장이 됐다.
“미래 대학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는 4차 산업혁명을 4차 문명혁명이라고 부른다. 산업만이 아닌 문명 전반의 메가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올해 입학생들은 2100년까지 산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와도 창의력을 갖추면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교육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방향을 0.5도 틀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헤크먼은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소프트 스킬’, 즉 ‘인성과 품격이 좋은 사람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했다. 처음엔 똑똑한 애들이 잘나가지만 궁극적으론 따뜻한 애들이 성공한다. 인텔리전스(Intelligence)가 아닌 익스텔리전스(Extelligence)다.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연결해 가치를 창출하는 생각의 네트워킹, 곧 ‘외지능’이다.”
 
 
교수가 토굴서 뛰쳐나와야 연구력 향상
 
익스텔리전스의 핵심이 무엇인가.
“능동적 학습과 문제 해결능력이다.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게 해야 한다. 연세대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88개 강좌와 35개 창업 강좌를 만들었다. 눈을 부릅뜨고 문제를 찾으라고 말한다. 학부생 연구비도 있다. 연간 20억원이다. 독거노인 문제를 보자. 엄동설한의 어르신을 걱정하던 학생이 1인용 텐트를 고안했다. 텐트를 치고 자면 온도가 4~5도 올라간다. 이게 생각의 네트워킹이다.”
 
김 총장은 소프트 스킬을 미래 인재의 기본 소양으로 봤다. 주목할 점은 올해 들어 경쟁 대학 총장들이 이공계 출신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취임한 성균관대 신동렬 총장은 전자공학, 취임 준비 중인 서울대 오세정 후보자는 물리학, 3월 취임하는 고려대 정진택·한양대 김우승 차기 총장은 기계공학이 전공이다.
 
경쟁 대학 총장이 테크놀로지에 밝은 공학도로 교체 중이다.
“(웃으며) 더 긴장해야겠다. 새 교육 패러다임을 짜야 하는데 등록금과 강사법, 입시문제가 겹쳐 여정이 녹록지 않다. 그 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린 디지털화에 앞서 있다. 세계 최초로 5G 망을 기반으로 공대·음대·생활과학대·의대·치대가 5G 테스트베드 활용연구를 시작했다. 가상현실(VR)과 혼합현실(MR), 홀로렌즈 콘텐트가 새 교육 모델이 될 것이다.”
 
사회학자로서 창업 ‘뗏목론’을 주창했다.
“요즘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실력이 월등하고 똑똑하다. 그런데 사회·경제 구조가 이들을 포용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졸업생들이 수천 명을 태워 줄 거대한 여객선, 즉 대기업을 기다리면 됐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여객선도 작아졌고 잘 오지도 않는다. 스스로 뗏목을 만들어 항해해야 한다. 그게 창업 뗏목론이다.”
 
뗏목으로 거친 바다를 항해할 수 있을까.
“문명시대에는 각자 뗏목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실패와 도전은 젊음의 특권이다. 3년 전 중앙도서관에 시끄러운 도서관(Y-valley)을 만들었다. 700평 규모다. ‘사람 책’을 꼽자는 개념이다. 실패한 사람은 누구든 와서 토론하고 배워가라는 의미다. 인생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창업은 스스로 배우는 학교다. 위험 감수(risk taking) 문화다. 가장 큰 적은 학부모다. 반대만 하지 말고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정작 김 총장은 큰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학창 시절 공부를 등한시했는데 운 좋게 입시에 붙었다. 좌절을 겪지 못했다. 내 열등감이다. 요즘이라면 숱한 실패를 했을 인생이다.”
 
연세대는 글로벌 대학평가에선 맞수 고려대나 성균관대에도 뒤처지고 있다. 김 총장의 부담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글로벌 순위가 밀리고 있다.
“답은 명확하다. 연구력이다. 외국기관의 평가는 논문 인용 횟수를 중시한다. 1위 논문은 5년간 평균 누적이 6000번, 2위는 3000번, 3위는 2000번이다. 1위 논문이 3000명분의 몫을 한다. 고려대와 성균관대는 1위 논문을 관리하려 교수를 끌어모은다. 우리는 이제야 발견했다.”
 
연세대는 이공계 신임 교수 연구정착금을 1억5000만원, 인문사회계는 3000만원으로 올렸다. 상시 채용 제도를 통해 연구력 상위 5% 교수를 영입하고, 학과 교수 배정 인원(TO)에 연간제한을 두지 않고 뽑을 때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분위기와 함께 연구비도 문제다.
“사실 돈이 많이 든다. AI 단과대 설립에 1조원을 투자하는 MIT 같은 대학, 우리는 꿈도 못 꾼다. 100억원짜리 연구도 없다. 세계적 교수가 동문이어도 못 데려온다. 열 배 더 주는 곳으로 간다.”
 
재정 얘기가 나왔다. 교육부가 등록금을 정부 사업과 장학금, 강사법에까지 연계한다.
“답답하다. 등록금 이슈가 10년째 정치화·이데올로기화되었다. 어느 정치가가 이걸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들이 왜 정부에 쓴소리를 못 하나.
“하긴 한다. 불이익을 받을까 조심스러울 뿐이다. 정부 사업이 많아지다 보니 ….”
 
대학도 자성할 점이 있겠다.
“토굴 속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안주할 때가 아니다. 개별 대학, 개별 전공의 한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토굴 밖에서 옆으로 연결하면 생산성이 뛴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예전에 비 오는 날, 노래방에 가서 제목에 ‘비’가 들어간 노래 부르기 내기를 했다. 처음엔 잘 찾더니 ‘비 내리는 고모령’까지 가니 속도가 떨어졌다. 상대팀이 못 찾고 울상이어서 이겼다고 확신하는 순간, ‘렛잇비’를 부르더라. 경계를 넘어갔다. 나중엔 비우티풀(beautiful) 등 여러 노래가 나왔다. 생산성이 마구 높아졌다.”
 
김 총장은 평소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강조했다.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리딩 그룹이 솔선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고려대와의 학생·시설·교수 품앗이도 그런 맥락이다.
 
 
수능이 사교육 주범, 논술 폐지 안 할 것
 
대학 간 공유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있다.
“‘라이벌 동지’ 고려대와 공유 캠퍼스를 진행 중이다. 스타 교수가 공동 강의를 하자 강의실이 모자랄 정도다. 포스텍과는 개방공유 캠퍼스를 선언했다. 포스텍 70명 교수가 연세대, 우리 대학 교수 25명이 포스텍 겸임교수가 됐다.”
 
교육부와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정부와 대학이 같이 진화해야 한다. 코에볼루션(coevolution), 즉 공진화(共進化)다. 규제·국가 중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대학만 달달 볶아선 미래가 없다.”
 
구체적인 공진화 방법은.
“정부와 대학 간 협의체가 바람직하다. 교육부·대학·산업계의 공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거기에 미래가 있다.”
 
연세대는 ‘SKY 리그’ 대학이다. 리그를 깨든지, 아니면 더 만들어 경쟁력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단계적으로 그룹을 몇 개 만들어야 한다. 집중 투자해 성공시키고 확산해야 한다.”
 
‘SKY 캐슬’에 갇힌 입시가 심해질 수 있다.
“입시 서열 시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입시가 여러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학생 수도 급감해 졸업장의 사회적 가치도 쇠퇴했다. 명성보다 실력이다.”
 
드라마 ‘SKY 캐슬’에선 의대가 문제다.
“의대는 남아 있을 것이다. 선호도가 워낙 강하다.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다른 분야는 약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수시는 연중 수시로 뽑아야 한다며 개혁을 주장했다.
“잘 먹히지 않는다. 국가교육회의와 공론화위원회에서 입시를 정하니…. 등록금처럼 입시도 정치화되어 있다. 자율성이 답인데 답답하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논술을 폐지했다.
“우리는 계속 간다. 논술을 사교육 주범으로 모는 건 잘못이다. 수능이 주범이다. 학원 다닌다고 논술 점수 올라가지 않는다. 학원 물이 들어 있는 답안은 골라낸다. 투박하고 엉성해도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정답만 고르는 교육, 언제까지 할 것인가.”
 
김 총장 ‘사회 연결망’ 최고 권위자, 바둑 아마 5단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공무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때만 이사를 예닐곱 번 다녔다. 중학생 때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에 빠져 세상을 허망하게 보기도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없다면서 명문 경기중·경기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다녔다. 대학 동기인 부인과 공군 입대 시절부터 가까워져 평생 동반자가 됐다. 첫째 딸에 이어 아들도 ‘연세 가족’을 만들려 했지만, 당시 입학처장을 맡는 바람에 서울대에 보냈다고 한다.
 
바둑은 아마 5단이고 테니스 실력도 수준급이다. 1000명이 출전하는 전국교수테니스대회 결승까지 오른 적이 있다. ‘버킷리스트’ 1호로 자전거 세계여행을 꼽는다. 사회과학대학장 시절 장애 학생 5명을 위해 연희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정도로 성품이 따뜻하다. 사회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미국 사회학저널(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등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1953년 서울 출생.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석·박사. 87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입학관리처장·학부대학장·사회과학대학장·행정대학원장.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  자세한 내용은 17일 발간된 월간중앙 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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