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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암흑기? 중세 르네상스!

중앙선데이 2019.01.19 00:21 619호 20면 지면보기
낯선 중세

낯선 중세

낯선 중세
유희수 지음
문학과지성사
 
하늘을 찌르는 첨탑을 머리에 인 고딕 대성당,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되는 교황, ‘SKY 캐슬’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웅장하고 화려한 성(城)과 대학, 기사도와 마녀사냥. 중세(中世)를 떠올리는 이러한 키워드들은 21세기 현재도 우리의 일상에서 생생히 소비되고 있다.
 
한때 우리는 중세를 ‘암흑기’로 규정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유희수 고려대 사학과 교수가 지은 『낯선 중세』는 어둡기도 하지만 밝기도 하고 한편으론 낯설기도 한 중세로의 시간여행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특히 1970년대 이후에 이룩한 포스트모던적 혹은 역사인류학적 연구 성과들을 많이 반영해 기존의 교과서적 세계사, 특히 중세사에 익숙한 한국의 일반 독자들에게 신선하면서도 폭넓은 역사의 디테일을 제공해 준다.
 
성직자와 수도사, 기사와 귀족, 새로 출현한 부르주아 등 각계각층에 대한 세밀한 연구는 중세가 우리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각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동안 우리에겐 낯설었던 중세인들의 생로병사와 일상의 시공(時空), 생활문화와 신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은 멀리는 1500년도 더 전에 우리와 같은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을 마치 이웃처럼 만나게 해준다.
 
중세 하면 연상되는 무지·야만·몽매·폭력·봉건적 착취는 근대적 시각에선 분명 ‘적폐 청산’의 1순위 대상이었을 것이다. 페스트 같은 역병과 대기근, 크고 작은 전쟁이 중세에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런 면에선 분명 어둠의 시대라 해도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중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2세기에 이미 도시와 초기 관료제 국가가 태동했고 고딕 예술이 꽃을 피웠다. 아랍의 과학 지식이 가미된 그리스의 과학과 철학이 부활하고 대학도 탄생했다. 혹자는 이를 ‘12세기 르네상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대적 계몽의 씨앗이 이때부터 싹텄다는 평가도 있다.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엔 꼭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중세풍’이다. 『낯선 중세』는 오랫동안 평가절하됐던 ‘잃어버린 세계’ 중세를 오늘의 시각으로 되새겨 볼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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