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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아주겠다던 문 대통령 어디 있나” 비정규직의 외침

중앙일보 2019.01.18 15:55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묻고 있습니다.”
 
18일 오후 1시 서울 구의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 같이 외쳤다. 이곳은 지난 2016년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다 숨진 김모군의 사고 현장이다.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군의 동료들과 지난해 12월 태안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업체 직원 김용균씨의 동료 등 2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대표단은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의 가방에는 먹지 못한 컵라면이 있었습니다. 석탄을 이동하는 기계에 끼어 숨진 김용균의 가방에도 먹지 못한 컵라면이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의 외주화, 1100만 비정규직 양산은 구의역에서 19살 김군을 죽이고, 발전소에서 24살의 김용균을 죽였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야 하냐”고 물었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자신을 김군의 친구라고 밝힌 임선재 서울교통공사 PSD 노조 지부장은 “3년 전 ‘김군이 죽는 날 나도 죽었다’고 얘기하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3년이 지난 지금 김용균 어머니가 똑같이 반복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김군의 사고를 계기로 노사 합의를 통해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임 지부장은 “현재는 현장에 안전이 지켜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며 “제2의 구의역 김군, 김용균이 나오지 않으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님, 청년들 목소리를 들어 달라. 비정규직 청년들을 만나 달라”며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서러운 눈물 닦아주겠다던 대통령 어디서 뭐 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균씨의 동료 이준석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은 “며칠 전 서부발전 제1 노조에서 ‘김용균의 작업은 본인의 과실이 크다. 이에 대해 원청에서 책임질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며 “아직 그들은 용균이의 사고가 개인의 부주의로 일어났다고 하고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분노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이날 집회에는 문 대통령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젊은 층들도 다수 보였다. 김군처럼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은하 전국특성화고 노동조합위원장은 “정권이 바뀌고 달라지는구나 싶었던 민생은 어려워질 뿐”이라며 “문 대통령은 이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표단은 지난해부터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구해 왔다. 이날은 세 번째 집회다. 이들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두고 “비정규직 대표들은 외면하고, 범법자들과 파티를 즐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지켜라.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의 만남'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대표단은 이날 청와대까지 총 13km를 행진할 계획이다. 1000인의 김용균 행진단에 참가한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제로 시대 약속 어디로 갔습니까” “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이 문재인 대통령은 들리지 않는가” “공공기관의 진짜 원청! 김용균씨의 죽음에 정부는 답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판을 들고 행진했다.  
 
대표단은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이 대회에는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도 참석한다. 오후 8시 청와대 사랑채에서는 ‘우리가 김용균이다’라는 이름의 투쟁문화제를 연다. 하룻밤을 지새우고 다음날인 19일 오후 1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로 향할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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