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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자부심 가득한 예술도시 ‘포르투’

중앙일보 2019.01.18 00:52 종합 20면 지면보기
이 겨울 걷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는 도시가 있다. 푸른빛 타일 ‘아줄레주’가 화려한 도시, 드넓은 대서양이 눈부시고 도우루 강물이 반짝이는 포르투갈 북부의 진주 포르투(Porto)다. 최근 한국인 방문이 급증하고 있는 수도 리스본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도시다. 중세 대항해시대의 자부심이 여전하면서도 세련된 예술 감각을 자랑하는 이 도시는 심지어 음식도 화려하다. 현지인처럼 포르투 구석구석을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푸른 타일 반짝이는 2000년 고도
신도심엔 일본식 정원 갖춘 미술관
포트와인과 해산물 요리 찰떡 궁합

포르투에서는 어디 가나 코발트빛 도자기 타일 '아줄레주'를 마주친다. 구도심 상벤투역에 근사한 아줄레주 작품이 많다. 역사를 덮은 2만여장 타일 속에 포르투가 고향인 '항해왕' 엔히크 왕자, 국부로 추앙받는 아폰수 1세도 새겨져 있다. [사진 강혜원]

포르투에서는 어디 가나 코발트빛 도자기 타일 '아줄레주'를 마주친다. 구도심 상벤투역에 근사한 아줄레주 작품이 많다. 역사를 덮은 2만여장 타일 속에 포르투가 고향인 '항해왕' 엔히크 왕자, 국부로 추앙받는 아폰수 1세도 새겨져 있다. [사진 강혜원]

  
타일에 새겨진 자부심
포르투에 발을 들인 뒤 한눈에 알았다. 황홀함을 숭배하는 사람, 멋을 아는 사람의 도시라는 걸. 도시가 코발트블루 색깔의 도자기 타일 ‘아줄레주’로 치장한 주택과 교회로 가득했다.  
마누엘 1세(1469~1521)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이슬람식 타일에 매료된 뒤 왕궁을 타일로 치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아줄레주가 유행했다. 도시는 곧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16세기엔 그 기술이 절정을 이뤄 장식 타일이 식기를 비롯해 생활 전반에 스몄다. 500년 넘게 이어온 아줄레주에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포르투갈인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포르투 사람들의 무표정 속에 ‘어떤 뜨거움과 사랑스러움이 감춰져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코발트블루로 집을 꾸민 사람들이 차가울 리 없었다.
 
포르투에서는 어디를 가나 화려한 타일 '아줄레주'를 볼 수 있다. [사진 강혜원]

포르투에서는 어디를 가나 화려한 타일 '아줄레주'를 볼 수 있다. [사진 강혜원]

 
포르투인은 역사와 전통까지 타일 하나하나에 아로새기고 싶어했다. 예를 들어 도시의 랜드마크 상벤투 기차역은 2만 장이 넘는 아줄레주로 꾸며져 있다. 대항해시대 세계를 무대로 삼았던 대제국의 역사가 그대로 담겼다. 역사책에서나 봤던 ‘항해왕’ 엔히크 왕자(1394~1460), 국부로 추앙받는 아폰수 1세(1109~85)도 모자이크 타일 속에 있다. 모두 포르투 최고의 아줄레주 화가로 불리는 조르주 콜라수(1868~1942)의 작품이다. 영화로운 과거를 잊지 못하는 노신사와 포르투를 이제 막 방문한 여행자가 그 위대한 예술작품을 함께 올려다본다. 
 
주황색 지붕을 얹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포르투 센트럴. [사진 강혜원]

주황색 지붕을 얹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포르투 센트럴. [사진 강혜원]

 
동서양 미학의 만남
포르투는 기원전 1세기 로마가 건설한 도시다. 그러나 2000년 역사가 이 도시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어느 도시보다 세련된 반전 매력을 자랑한다. 포르투의 신시가지 격인 보아비스타 지구에 가면 포르투의 현대 예술과 진짜 포르투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구시가지에서 느끼지 못했던 한적함은 덤이다. 골목과 공원, 모퉁이 카페, 청과시장, 공연장에서 여유로운 포르투인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동양적인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세랄베스 현대 미술관. 일본풍 정원 곳곳에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 강혜원]

동양적인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세랄베스 현대 미술관. 일본풍 정원 곳곳에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 강혜원]

 
예를 들면 세랄베스 현대 미술관이 있다. 1930년대 비젤라 카를로스 알베르토 백작의 집과 정원 부지를 활용해 1999년 개장한 미술관이다. 포르투갈의 대표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가 설계했다.
 
세랄베스 미술관 정원에 있는 미국 조각가 클레이스 올덴버그의 작품 Plantoir. [사진 강혜원]

세랄베스 미술관 정원에 있는 미국 조각가 클레이스 올덴버그의 작품 Plantoir. [사진 강혜원]

 
알베르토 백작은 동양 미학에 심취했거나, 모든 사물이 잘 조율된 일본식 정원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은 중정이 있는 ‘ㄷ’자 형태다. 일주문과 같은 출입구를 지나면 널따란 마당이 나오고, 다시 매표소를 지나면 강당과 미술관 사이 중간 마당이 이어진다. 극적인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공간이다. 정원 곳곳에 미술품이 숨어 있다. 산책을 즐기며 보물찾기하듯 미술작품을 만나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포트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포르투에서는 뭘 먹어야 할까. 일단 포트와인이 있다. 와인을 만들 때 브랜디를 첨가해 단맛이 나는 포르투 전통 와인이다. 포트와인의 고장답게 포르투에는 포트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 많다. 이를테면 푹 삶은 문어를 바삭하게 구운 ‘폴보 아사두’와 정어리 숯불구이 ‘사르디냐 아사다’가 포트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라함 양조장에서 생산된 2004년 빈티지 포트와인. [사진 강혜원]

그라함 양조장에서 생산된 2004년 빈티지 포트와인. [사진 강혜원]

 
포르투 가정식의 대표 주자는 대구 요리 ‘바칼라우’다. 특히 대구살 스테이크 ‘필레테 데 바칼라우’는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국민 음식이다. 염장한 말린 대구를 물에 불려 두었다가 감자와 섞어 으깨서 먹는 ‘바칼라우 아 브라스’도 꼭 먹어봐야 하는 대구 요리다. 
구도심에서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보자.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에 포트와인 명가들의 빈티지 와인 저장고가 있다. 100년이 넘도록 처음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가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200여년간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 온 ‘그라함 포트’나 매일 밤 포르투갈 대중가요 ‘파두’ 공연이 열리는 ‘카렘 포트’ 등이 괜찮다. 
포르투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그라함 양조장. [사진 강혜원]

포르투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그라함 양조장. [사진 강혜원]

 
포르투식 패스트푸드 ‘프란세지냐’도 놓치면 안 되는 포르투 음식이다. ‘작은 프랑스 공주’를 뜻하는 프란세지냐는 햄버거의 일종이다. 워낙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어서 ‘내장 파괴 버거’라 불린다. 샌드위치 속에 구운 돼지고기와 햄, 소시지 등을 겹겹이 쌓고 마지막에 치즈를 올려 녹인 뒤 특제 토마토소스를 끼얹어 낸다.  
 
포르투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22번 트램. [사진 강혜원]

포르투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22번 트램. [사진 강혜원]

여행정보
한국에서 포르투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나 프랑스 파리 등을 경유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구시가지 이외의 지역은 메트로, 트램, 도우루강 크루즈, 케이블카, 푸니쿨라 등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 박물관 11곳의 무료입장권과 교통 패스가 포함된 ‘포르투 카드’를 이용하면 편하다. 공항·기차역·관광안내소에서 판다. 13유로(약 1만6700원)부터.
강혜원 여행작가 whodoneth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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