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가운데)이 18년 4월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4년부터 4년간 국회의원 99명에게 총 4억379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법인 자금으로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위반)와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후원금 쪼개기’로 의원 후원금 보낸 혐의
경찰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여 다시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후원금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법인이나 단체가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이 정치자금법 위반이기 때문에 자금 출처를 감추려고 임직원 명의로 쪼개기 후원금을 보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반면 황 회장 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후원금을 납부한 것으로 일부 부서의 일탈 행위”라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연루된 의원실 측에서도 “KT의 후원금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등 조사 전혀 안 이뤄져” 검찰, 두차례 기각
![경찰 압수수색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17/c757af04-c1de-442a-8cff-7de1361cfe61.jpg)
경찰 압수수색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하지만 영장은 이틀 뒤 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단계에서 기각됐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기각 사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여자와 수수자가 모두 있는 정치자금수수 범죄에서 구속할 정도의 혐의를 소명하려면 수수자쪽 조사가 상당부분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수수자쪽 정치인이나 그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한 경찰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만 한 상황이었다.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발 섞인 목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게다가 당시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이슈가 뜨겁게 떠오르던 시기로 조정안이 발표되기 직전이었다. 두 기관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후 경찰은 9월 7일 앞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4명 중 황 회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영장을 재신청했다. 하지만 다시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관련자들이 혐의를 시인하거나 부인(다툼의 여지)하고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경찰은 황 회장 등 KT 전ㆍ현직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서는 구속 필요성이 크다고 봤는데, 두차례나 불청구돼 아쉬움이 컸던 사안이었다”며 “보강 수사한 자료를 검찰에 넘겨 향후 단계에서 기소 및 처벌이 이뤄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17/144e80bf-8850-49ce-808d-2676a4b1de46.jpg)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향후 황 회장 등의 처벌 여부는 검찰의 기소 및 불기소 결정, 법원 재판에서 가려지게 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