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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서 사라지는 회식… 농촌에선 날마다 점심에

중앙일보 2019.01.17 09: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38)
인천시 송도의 한 거리가 미세먼지로 인해 건물이 보이지 않는 모습. 요즈음 날씨를 3한4미라고 한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로 고생해서 하는 말이다. [뉴스1]

인천시 송도의 한 거리가 미세먼지로 인해 건물이 보이지 않는 모습. 요즈음 날씨를 3한4미라고 한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로 고생해서 하는 말이다. [뉴스1]

 
요즈음 날씨를 3한4미라고 한다. 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로 고생해서 하는 말이다. 지금은 농한기라서 좀 쉬고 있지만 앞으로 봄이 돼 들에 나갈 생각을 하면 목이 멘다.
 
그래도 바쁠 때는 먼지 걱정할 겨를이 없다. 일하는 자체가 즐거움이어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일손이 달리는 농민은 끼니까지 거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함께 점심도 먹고 새참을 먹어야 하는데, 주로 마을회관에서 해결한다. 회관에선 부녀회가 대형 밥통에 밥을 하고, 제철 농산물로 반찬을 만들어 먹음직스럽게 한 상을 차려낸다. 공동급식이다.
 
농촌에서는 일하는 농민이나 마을의 어르신까지 모두 모여 밥을 먹는다. 부녀회나 각 집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공동으로 식사를 차리고 있다. 겨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노인회관에서 밥을 해 먹는다. 틈나는 대로 간식거리를 만들어 어르신에게 대접하기도 한다. 도시 직장인들은 회식을 싫어한다는데 농촌은 매일 회식이다.
 
함께 모여 밥 먹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
예능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따뜻하다. 시골은 모여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매우 능숙하다. 제사를 자주 치르는 데다 마을 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웬만한 잔치는 뚝딱 한다. [중앙포토]

예능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따뜻하다. 시골은 모여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매우 능숙하다. 제사를 자주 치르는 데다 마을 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웬만한 잔치는 뚝딱 한다. [중앙포토]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따뜻하다. 매번 이렇게 마을 사람들 모두의 식사를 차리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비용도 상당히 든다. 그러나 알고 보면 비용 부분은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시골은 다르다. 각각 점심을 차리나 모여서 차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도 부담이 될까 봐 자치단체가 인건비와 음식 재료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모여서 음식 만드는 것은 도시와는 달리 시골은 매우 능숙하다. 제사를 자주 치르는 데다 마을 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웬만한 잔치는 뚝딱 한다. 그리고 정 바쁘면 배달시켜서 먹으면 된다.
 
덕분에 마을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다. 역시 먹는 게 남는 거다. 지자체의 점심 지원 덕분에 새롭게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해 본다. 이런 공동체 문화는 귀농·귀촌인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농촌에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어 귀농·귀촌을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많다. 도시는 주민들이 모이는 자체가 어려운데 시골 마을은 자주 모여 의논하고 서로 돕고 산다. 물론 간혹 너무 모여서 싫다는 사람도 있다. 은퇴해 쉬러 왔는데 자꾸 모여 뭘 하니까 귀찮단다. 그럴 만도 하다. 집 마루에 누워 쉬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불쑥불쑥 들어오더니 자꾸 끌고 나가니 말이다.
 
그래도 서로 모여 밥을 먹는 것은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효과도 있다. 요즘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매끼 챙겨 먹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농사일 바쁠 때만 함께 먹는 것이 아니라 겨울철에도 삼시 세끼 같이 먹는 마을도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시골로 내려가 귀농·귀촌 단지를 꾸려서 사는 사례가 꽤 있다. 문화 예술을 하는 분들이 예술촌을 꾸민다. 그래서 예술 마을로 변한 곳도 있다. 충북 음성에 가면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여 마을을 만든 곳도 있단다. 음성의 고등학교가 아니라 서울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직장생활 하고 사업하다가 모여서 귀농·귀촌한 거란다. 어쩌면 옛날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 과거 우리가 가진 두레, 향악과 같은 공동체가 활성화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지역농산물을 수매·가공·유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문화공동체를 운영함으로써 선순환되는 시스템을 정착시킨 거북이마을. 농어촌에는 작지만 서로 협력하고 돕는 문화가 있었다. 그 문화를 바탕으로 공동체 마을의 조성을 돕기 위해정부의 지원제도가 생겨났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지역농산물을 수매·가공·유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문화공동체를 운영함으로써 선순환되는 시스템을 정착시킨 거북이마을. 농어촌에는 작지만 서로 협력하고 돕는 문화가 있었다. 그 문화를 바탕으로 공동체 마을의 조성을 돕기 위해정부의 지원제도가 생겨났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원래 농어촌에는 작지만 서로 협력하고 돕는 문화가 있었다.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공동체 마을의 조성을 돕기 위해 정부의 지원제도가 생겨났다. 행정안전부나 농림부, 해양수산부에서는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나 광역지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마을 공동체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화합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공모해 선정되면 지원해 준다.
 
행정안전부에서는 2015년부터 마을공동체 정원 조성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한동안 지역마다 권역 활성화 사업이 이루어졌었고 지금은 ‘신활력 플러스’ 사업이라는 것이 만들어져 시군 단위의 특화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해준다.
 
서울의 고교동창들끼리 귀농 단지 조성
공동체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농어촌의 문화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지역의 문화를 복원하고 살리는 활동이 많다. 강원도에서는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삼척시의 도계 구공탄 새뜰마을에선 예전 탄광촌의 역사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도계 지역의 사라진 마을을 찍은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마을 박물관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의 옛날 사진을 모아 전시관을 만드는 것인데 살아 있는 역사를 보여 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민통선 안에 가면 통일촌이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 마을 박물관에는 주민들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부터 마을 잔치 사진, 이장의 결혼식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살아있는 역사가 과거가 아닌 오늘도 진행이 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마을 기업 육성’ 같은 지원제도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 농촌에서 하는 공동체 사업이 도시로 옮겨간 것이다. 그만큼 농어촌의 공동체 사업이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하지만 역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 2019년엔 제발 함께 먹고 함께 살자. 그것도 잘 말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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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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