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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8188억서 1원도 안 깎인 일자리 자금…야당 “청와대 지침 있었을 것”

중앙일보 2019.01.17 01:30 종합 4면 지면보기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포토]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포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부작용이 우려되자 정부여당이 급조한 게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야당은 2017년부터 “정부가 임금을 직접 지원한 유례가 없다”며 ‘퍼주기예산’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에도 ‘전액 삭감’ ‘반액 삭감’ 등을 주장했다.
 

여권, 대통령 공약 지키려 배수진
야당도 자영업자 표 의식 물러서
“취지만 좋았지 정책 설계 잘못돼”

"최저임금 인상해 놓고 일자리 안정 자금이란 이름으로 국민세금을 통해 인상분 지원했던 전철을 올해 예산심의에서는 절대 되풀이 않겠다."(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2018년 4월)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11월)

일자리 안정자금 포스터. [고용노동부]

일자리 안정자금 포스터.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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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집행률도 낮았다. 지난해 9월 말까지 2조9708억원의 예산 44% 정도만 썼을 뿐이었다. 국정감사에서 질책이 이어졌다.
 
 
“올 상반기까지 35%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또다시 안정자금을 만드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정책이다." (2018년 11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연말에 몰아치기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국민 혈세를 실패한 정책에다 메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8년 11월 이장우 한국당 의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2017년(2조9700억원)에 이어 2018년(2조8200억원)에도 ‘1원의 삭감’도 없이 정부 안대로 확정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①청와대의 강력한 드라이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사진은 2017년 11월 경제관게장관회의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사진은 2017년 11월 경제관게장관회의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최저임금은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정부·여당의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민생예산들을 꼽곤 “그중 일자리 예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장우 의원은 “일자리 관련 예산은 단 1원도 안 깎으려고 끝까지 버티더라.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여당도 강력하게 방어하는 걸 보면 청와대에서 관련 지침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②한 번 줬으니…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및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청와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및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청와대]

예결특위 소속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급히 올리지 말라고는 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들에게 그나마 지원책 준다는 걸 야당이 나서서 못하게 할 순 없으니까 결국 정부안대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퍼주기를 하기 시작하면 야당이 막을 순 없다”며 “수혜 대상이 유권자들인데, 야당이라고 그 표를 포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선심성 예산이라 야당도 계속 반대할 순 없었다는 의미다.
 
③부대의견이 뭐길래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사흘 넘긴 지난달 5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이 열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장제원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중앙포토]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사흘 넘긴 지난달 5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이 열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장제원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중앙포토]

2017년 예결위는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 규모는 3조원을 넘지 않는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통과시켰다. 당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는 “한 번만 (정부안에 동의)해 주면 앞으로는 최대한 다른 방법으로 돌려서 더 이상 (직접지원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이용호 의원이 전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에 “일자리안정자금 등 현금지원만으로 3조원이란 뜻”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국회 본회의 모습. [중앙포토]

국회 본회의 모습. [중앙포토]

 
부대의견에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나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추진계획을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야권에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줄이는 대신 근로장려금은 늘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올 예산에서 근로장려금 지원은 대폭 늘었지만(2017년 166만 가구 1조2000억원→2019년 334만 가구 3조8000억원)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은 5%를 줄어든 데 그쳤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원해야"=정부는 일자리 안정에 자금 지원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120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 업체는 10.1%에 그쳤다. 10명 중 9명은 정부의 독려에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애초 정책‧예산 설계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은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일자리가 늘어나야 의미가 있는 정책인데 취약계층이 몰린 제조나 음식·서비스업 일자리 자체가 줄고 있다”며 “결국 한시적 지원금인데 지급을 멈추면 인건비 상승 충격을 한꺼번에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행 과정과 평가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감사원 감사 등을 포함해 사후 모니터링에 대한 인력과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6조원 가까운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예산인 만큼 관련 상임위원회 등과의 협의를 거쳐 감사원 감사 청구 등 통해 명확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부회장은 “전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괄 적용하니 비용은 커지고 효과는 반감되고 있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근로장려금이나 자녀 학비 지원 등으로 집중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업주에게 진짜 필요한 인력은 오래 함께 일할 직원인 만큼 일정기간 이상 일하면 지원금을 주는 식으로 ‘건강한 근로문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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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