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된 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17/e2eba234-c126-48ae-a75d-07ff90cf1f29.jpg)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된 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하원 찬성 202 반대 432
메이, 21일까지 플랜B 제시해야
최악 땐 ‘노딜 브렉시트’ 우려
영국도 EU도 경제 대재앙
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실시한 표결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원 639명 중 반대 432표로 부결됐다. 찬성은 202표로 격차가 230표나 됐다. 현직 총리의 정책이 부결된 표차로는 영국에 의회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후 최대다. 1924년 노동당 소수 정부가 166표 차로 패배한 적이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1979년 89표 차로 집권당의 정책이 부결된 적이 있는 정도다.
표결 직전까지 메이 총리는 의원들에게 “우리 모두의 정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다. 향후 수십 년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선택에서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명령한 국민의 목소리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각료들도 나서 메이의 협상안을 부결시키면 노 딜 브렉시트로 가거나 ‘노 브렉시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가 참패로 드러나자 메이는 보수당 내에서 총리 불신임안을 논의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의회 차원에서 총리 불신임안을 표결하자는 안까지 제출했다.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14일 이내에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조기 총선이 열리게 된다.
그렇지만 보수당과 연정을 통해 과반 의석을 유지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코빈의 집권을 강력 반대해 총리 불신임안은 통과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정치권은 EU를 압박해 재협상을 하려 하겠지만, EU는 재협상에 부정적이다.
영국 정치권이 표류하면 노 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오는 21일까지 메이 총리가 ‘플랜 B’를 제시해야 하나 특별한 안이 나올 도리가 없다. 일부 EU 회원국들은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비상 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도 오는 23일 영국 정부와 피해를 줄일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EU도 노 딜 브렉시트가 되면 경제적 재앙을 맞게 된다. 양측 간 사람과 자본의 이동 제한은 물론, 관세 부활로 유럽 전역이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EU가 브렉시트 일자를 7월까지 늦출 수 있다고 밝힌 이유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취소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영국 정치권이 국민투표로 가결된 브렉시트를 자신들의 정치력으로 되돌릴 역량은 없어 보인다. 일부 의원들은 브렉시트를 철회할 것인지, 메이의 협상안에 찬성하는지를 국민에게 물어보자는 국민투표안을 제안했다.
정치권이 선거전략으로 꺼내든 브렉시트는 영국을 분열과 혼돈 속으로 밀어넣었다. 노 딜 브렉시트 우려만 커진 현재의 상황은 영국을 넘어 EU와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메이가 물러나도, 코빈이 새 총리가 돼도 묘수는 찾기 어렵다. 노딜을 막고 재협상이나 브렉시트 철회를 선택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정치권이 내지르고 수습하지 못해 국가 전체를 위기로 빠뜨리는 표본을 영국은 보여주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