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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공시가격 대폭 오르니 복지수당 40여개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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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공시가격 대폭 오르니 복지수당 40여개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2019.01.17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정부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휴대폰 요금 할인 등 40여개 복지 제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 종로구는 공시가격이 평균 15.4% 올랐다. 지난해의 두 배다. [우상조 기자]

정부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휴대폰 요금 할인 등 40여개 복지 제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 종로구는 공시가격이 평균 15.4% 올랐다. 지난해의 두 배다. [우상조 기자]

단독주택 표준 공시가격 인상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 인상률이 예년보다 높은 건 사실인 듯하다. 올해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10.19%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더 높다. 평균 20.7%로 알려져 있다. 2016년 5.73%, 지난해 7.92%보다 훨씬 높다. 강남구·용산구·마포구 등은 평균 40% 안팎 증가했다.
 
집값이나 땅값이 올라가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약 40가지의 복지 수당이나 서비스, 사회보험료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런 복지 수당(서비스)들이 매년 공시가격 조정에 영향을 받아왔지만 올해 유독 공시가격 인상률이 높아 영향받을 사람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 수당의 잣대로 재산을 잘 보지 않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복지에서 재산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복지의 3대 축인 기초생활보장제·기초연금·건강보험이 재산을 정교하게 따진다. 여성가족부·교육부·국토교통부 등의 다른 부처에서 이를 갖다 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자체도 자체 복지 제도에 활용한다. 중앙정부·지자체 등에서 확인한 것만 40여개이지 실제로는 더 많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산을 따질 때 절대 기준치를 설정해 ‘기준 이상은 미지급, 그 이하는 지급’ 방식으로 하는 게 아니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다. 복지 제도에 따라 환산하는 방식이 조금씩 차이 난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현금 소득에 더해 총소득을 산출한다. 정부는 매년 4,10월 두 차례에 걸쳐 복지 대상자의 소득·재산 등의 변동을 확인해 반영한다. 재산 변동 역시 여기서 체크된다. 반영 시기는 제도에 따라 다르다. 건강보험료는 그해 11월에, 기초연금은 이듬해 4월에 반영하는 식이다.
 
 
건보료에 가장 큰 영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나씩 따져보자.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건강보험료다. 월급과 종합소득만 따지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재산에 건보료를 매긴다. 재산을 소득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768만세대 중 재산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325만 세대다. 전세나 월세 건보료를 내는 사람이 섞여 있어서 실제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세대당 평균 재산 보험료는 7만4000원이다. 공시가격 조정에 이들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재산 건보료 부과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공시가격이 올라간다고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 공시가격의 60%를 과표(과세표준액)로 잡되 60등급으로 나눠 부과한다. 공시가격이 올라도 등급이 바뀌지 않으면 보험료 변동이 없다. 가령 과세표준액 8억2500만원에서 9억1000만원으로 올라도 39등급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건보료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공시가격 인상 폭이 클 것으로 전망돼 보험료가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예를 들어 서울 관악구 2층 다가구주택(대지 204㎡)을 보자. 공시가격이 6억88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45.3% 오른다고 집주인에게 공지됐다고 한다. 이 경우 과세표준액은 4억1280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다. 재산 건보료가 14만3600원에서 16만7130원으로 16%가량 오른다. 서울 강남구 3층 다가구주택(185㎡)의 공시가격은 14억3000만원에서 40억원으로 오른다고 고지됐다. 건보료가 19만원에서 약 28만원으로 오른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험정책과장은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건보료가 평균 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월 2만7000원 정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 소득이 높지 않은 중고령층에게 월 1만원 인상도 부담스럽다. 단독주택·토지·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재산 건보료가 얼마나 오를지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1월 지역가입자의 재산·소득 과표를 새것(재산은 2018년 6월 1일 기준)으로 업데이트하면서 264만 세대의 건보료가 올랐다. 이 중 재산 과표 상승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적지 않은 사람이 공시가격 인상에 영향을 받았다. 올해는 더 많은 지역가입자가 영향을 받고, 부담 증가도 더 클 전망이다.
 
 
재산 비중 일본 2.3%, 한국 45%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일본은 점차 줄이고 있다. 일본은 지역 건보가 조합으로 돼 있는데,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조합이 2010년 1260개에서 2017년 1066개로 줄었다(총무성 자료). 건보료 수입 중 재산 건보료의 비중이 같은 기간 3.4%에서 2.3%로 줄었다. 재산에 재산세를 매기는 마당에 건보료를 물리는 게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일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부담을 줄이려 제도를 바꿨다. 한국은 2018년 재산 건보료 비중이 44.6%에 달한다. 지난해 7월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면서 줄인다고 줄인 게 이 정도다. 그 전에는 48%였다.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건보료는 지역아동센터 이용,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등 22개 복지 수당(서비스)에서 갖다 쓴다. 서울시 같은 지자체도 활용한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재산을 소득으로 잡는 나라는 없다. 그러다 보니 공시가격을 올릴 때마다 제도가 흔들린다”며 “2022년으로 예정된 건보료 부과체계(2차 개선) 개편 시기를 앞당기고, 재산 건보료 비중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가 20% 오르면 기초연금 탈락
 
기초연금도 문제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낮은 70%(510만명)에게 월 최고 25만원을 지급한다. 주택을 소득으로 환산한다. 공시가격(시가표준액)에서 우선 기본재산액을 공제한다. 대도시는 1억3500만원 공제한다. 그런 뒤 4%를 연 소득으로 잡는다. 공시가격 변동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가령 국민연금 35만원을 받는 독거노인이 공시가격 3억6600만원의 주택을 갖고 있으면 25만원을 온전히 받는다. 공시가격이 4억500만원으로 10.7% 오르면 기초연금이 12만원으로 줄어들고, 4억4100만원으로 20.5% 오르면 탈락한다.
 
노인 부부도 마찬가지다. 각각 35만원의 국민연금을 받을 경우 공시가격(현재 4억6260원)이 13.5% 오르면 기초연금이 부부 합계 40만원(부부가 받으면 20% 감액)에서 19만여원으로 줄고, 26% 오르면 탈락한다. 공시가격이 10% 정도만 올라도 기초연금에 영향을 받는다.
 
기초연금만 문제가 아니다. 기초연금 수급자이어야만 시니어클럽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올 1월 시행된 노인 휴대폰 요금 할인(월 1만1000원) 혜택도 기초연금 수급자만 가능하다.
 
물론 기초연금은 노인 70%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공시가격 인상 때문에 전체 수급자가 줄지는 않는다. 매년 1월 수급자 기준(소득인정액 1인가구 137만원)을 올리게 돼 있어 공시가격 인상을 일부 상쇄한다. 또 탈락자가 생기는 만큼 새로 받는 사람이 생기는 효과는 있다.
 
 
기초생보 재산 50% 소득 간주
 
기초수급자가 돼 생계비·의료비·주거비·교육비 등의 혜택을 보려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야 한다. 공시가격에서 2900만~5400만원을 공제하고 나서 남은 재산가액의 최고 50%(월 4.17%)를 연 소득으로 잡는다. 주택이면 12.5%(월 1.04%)가 연 소득이다. 기초연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산율이 높다. 그러다 보니 공시가격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정부는 가격이 낮은 주택의 공시가격은 크게 변동이 없다고 설명하는데, 일각에서 홀로 사는 노인의 주택도 공시가격 인상 고지를 받았다고 맞서고 있다.
 
기초수급자의 재산환산 방식은 차상위 계층 지원과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여성가족부의 한부모 가족 자녀양육비 지원 등에서 갖다쓴다. 서울 중구는 만 65세 이상 기초수급자나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월 10만원의 공로수당을 신설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은 복지 대상자를 선별할 때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재산을 100% 반영하는 데도 별로 없다. 미국이나 영국은 주거하는 집 한 채는 재산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복지 수령 자격을 따질 때 집 두 채부터 따진다. 벨기에와 호주도 비슷하다. 네덜란드·뉴질랜드는 국내 거주 기간만 따져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조혜규 한솔회계사무소 대표는 “그동안 공시가격이 지역별로 편차가 있어 형평성 시비가 일었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며 “하지만 태스크포스팀 같은 걸 만들어 충분히 따져 개선책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꺼번에 손보려 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식 원장은 “일본은 조합별로 한 해 쓸 의료비를 조달하기 위해 소득·가구(세대)·가구원 등에 보험료를 매기고, 재산을 상대 척도로 일부 사용할 뿐”이라며 “우리처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방식은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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