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쥬스’가 ‘주스’인 이유

중앙일보 2019.01.17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이 고유어가 아닌 외래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웰컴(welcome)’ ‘나이스(nice)’ 같은 외국어와는 구별된다.
 
문제는 헷갈리는 표기법이다. ‘텔레비젼’ ‘쥬스’ ‘쵸콜릿’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 표기가 원음에 더 가깝게 느껴져서라고 주장하지만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으로 적어야 한다. 외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표기가 현지 발음에 더 가까운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글 맞춤법이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처럼 외래어에도 표기법이 있어서다.
 
외래어 표기법에선 ‘ㅈ’ ‘ㅊ’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 저, 조, 주’ ‘차, 처, 초, 추’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말에선 구개음(입천장소리)인 ‘ㅈ’ ‘ㅊ’ 뒤에서는 ‘ㅑ, ㅕ, ㅛ, ㅠ’가 발음상 ‘ㅏ, ㅓ, ㅗ, ㅜ’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가 구별 안 되니 ‘져’와 ‘저’, ‘쥬’와 ‘주’, ‘쵸’와 ‘초’ 등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이유로 텔레비젼은 텔레비전, 쥬스는 주스, 쵸콜릿은 초콜릿으로 표기한다. 외국어와 달리 외래어는 원음에 기초를 두되 우리말의 발음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발음상 구별되지도 않는데 고유어에선 ‘ㅈ’ ‘ㅊ’ 뒤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형태인 ‘져’나 ‘쳐’ 등을 쓰는 이유가 뭘까?
 
“문턱에 걸려 넘어저서 다첬다”를 “문턱에 걸려 넘어져서 다쳤다”로 사용하는 것은 ‘넘어지-+-어서’ ‘다치-+-었-+-다’가 줄어든 형태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넘어져서’는 ‘넘어지어서’, ‘다쳤다’는 ‘다치었다’의 준말이라는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표기다. 외래어는 이러한 문법적 관계로 이뤄지는 게 아니므로 ‘ㅈ’ ‘ㅊ’ 뒤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형태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아마츄어, 스케쥴, 챠트’는 각각 ‘아마추어, 스케줄, 차트’로 적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