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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플 때도 있었지만 봄여름가을겨울 항해 계속될 것”

중앙일보 2019.01.16 19:44
16일 서울 홍대 앞 소극장에서 열린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콘서트. [사진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16일 서울 홍대 앞 소극장에서 열린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콘서트. [사진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이보다 더 완벽한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 있을까.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김종진(57)은 16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앞 구름아래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기념 콘서트 첫날이다. 항상 한 발짝 뒤에서 그의 곁을 지키던 드러머 전태관은 지난달 27일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홀로 무대에 올라 봄여름가을겨울의 행보를 이어갔다.  
 

16일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콘서트 시작
전태관 먼저 보낸 김종진 홀로 무대에 올라
밴드 8명과 관객이 함께 빈 자리 채워나가

김종진은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LP바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 가운데 서서 “종진이와 태관이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서 떠나는 시간여행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15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선 그는 200여 관객과 한명 한명 눈 맞춤 하며 ‘미인’을 시작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까지 3시간 동안 20여곡을 이어갔다.  
 

김종진은 홀로 무대에 올랐지만 항상 전태관과 함께 있는 듯 했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김종진은 홀로 무대에 올랐지만 항상 전태관과 함께 있는 듯 했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그가 습관처럼 전태관이 서 있던 자리를 돌아볼 때면 8명의 밴드 군단이 든든한 눈빛을 보냈다. 특히 22년째 함께 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최원혁은 익살스러운 연주로 유쾌함을 불어넣었다. 드러머 자리를 이어받은 유수희는 경쾌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관객들도 이에 질세라 공연 전 배부된 에그 셰이커를 흔들며 흥을 돋웠다. 밴드와 관객이 하나 돼 합주를 선보인 셈이다.  
 
이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팀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백밴드로 시작해 88년 2인조 밴드로 독립한 김종진과 전태관은 1집 타이틀곡으로 연주곡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을 발표하는 등 연주자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김현식의 백밴드로 함께 활동했던 유재하나 빛과 소금(장기호ㆍ박성식) 모두 한국 음악사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데 크게 기여했다.
 
대학 재학 시절 처음 만나 36년 동안 우정을 지켜온 전태관과 김종진.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블로그]

대학 재학 시절 처음 만나 36년 동안 우정을 지켜온 전태관과 김종진.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블로그]

김종진은 ‘응답하라 1988’ 코너를 마련해 데뷔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현식이 형이 ‘음악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편하게 해’라고 했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6~7년 전쯤에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됐다. 태관도 그렇다고 하더라”며 다양한 추억담을 털어놨다. 88년 대학가요제에서 우승한 신해철과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매회 한 해씩 해당 연도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코너로 꾸며질 예정이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흐르는 눈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웃으며 ‘슬퍼도 울지 않을꺼야’를 부르던 김종진은 “울지 않기로 약속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꼭 돌려보고 싶다”며 ‘고장 난 시계’를 부르던 그는 결국 흐느낌을 멈추지 못하고 하늘을 바라봤다. 이번 공연은 6년간 투병생활을 해온 전태관에게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2월 8~25일 서울 강남 라미나홈스토어에서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사진전도 열린다. 김중만 사진작가가 찍은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블로그]

2월 8~25일 서울 강남 라미나홈스토어에서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사진전도 열린다. 김중만 사진작가가 찍은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블로그]

LP 시절 시작해 디지털 스트리밍까지 온 그는 지난 추억을 십분 활용했다. 팬에게든, 전태관에게든 쑥스러워 직접 하지 못한 말은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대신했다. “다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던 순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는 감사와 “앞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자”는 당부를 전했다. 팬들은 중장년의 응원가가 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따라 부르며 서로를 다독였다.
 
앙코르 무대에서 김종진은 “항상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때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때론 해적들과 싸울지언정 관객들이 미처 보지 못한 모습을 음악에 담아 전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봄여름가을겨울의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미발표곡 ‘컴 세일 어웨이’를 처음 공개했다. 이어 ‘어떤 이의 꿈’은 “종진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며 태관이는 꿈을 나눠 주고 살며 여러분은 꿈을 이루면서 사세요”라는 가사로 불렀다.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에 참여한 뮤지션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에 참여한 뮤지션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이번 30주년 공연은 다음 달 24일까지 30회에 걸쳐 진행된다. 수요일 낮 공연은 커피, 목요일 밤 공연은 와인과 함께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다. 일요일 낮 공연은 전자악기가 빠진 언플러그드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다. 주부 팬들과 애주가 등 다양한 관객층을 고려한 구성이다. 가요계 선후배들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달 발매된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에서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리메이크한 윤도현은 첫날 게스트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김현철ㆍ유희열ㆍ이적 등 매회 다른 게스트가 출연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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