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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라던 전두환 재판 앞두고 부인과 골프"

중앙일보 2019.01.16 17:19
사진은 지난 2008년 6월 3일 강원도 춘천의 모 골프장을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08년 6월 3일 강원도 춘천의 모 골프장을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뒤 재판에 두 차례 불출석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을 거부할 무렵 골프장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의 A 골프장 직원은 “(전 전 대통령이 첫번째 재판에 불출석한) 지난해 여름쯤 우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구체적인 날짜를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해까지 우리 골프장에 다닌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두 번째 재판에 불출석하기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에도 부인 이순자씨와 골프장에서 목격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을 목격한 김모씨는 “식당에 갔더니 전두환, 이순자, 여성 한 명, 남성 한 명 이렇게 네 명이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과 지난달 골프를 쳤다는 강원도 모 골프장의 모습 [사진 홈페이지 캡처]

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과 지난달 골프를 쳤다는 강원도 모 골프장의 모습 [사진 홈페이지 캡처]

 
골프장에서 만난 전 전 대통령이 건강해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모씨는 “(전 전 대통령이) 지팡이나 누구의 도움을 받지도 않고 걸어 다니며 골프를 쳤고 별다른 건강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젊어 보였다. 가끔은 카트를 안 타고도 잘 걸었고, 경기 진행도 굉장히 빨랐다”며 “심각한 알츠하이머라면 대화가 안 될 텐데, (일행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도 하더라. 그늘집에서 카트를 타고 웃으면서 멀쩡하게 이야기했고 너무 정정해 보였다. 그래서 눈여겨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가 35년생인데,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 훨씬 더 짱짱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 측은 전 전 대통령의 상태가 법정에 출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해왔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이 불과 10분 전 이를 닦은 사실도 기억하지 못해 하루에 10번 이상 이를 닦기도 한다”라며 “조금 전 들은 얘기나 만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신경과 전문의는 한겨레를 통해 “병증 상태에 대한 설명이나 골프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나 위장이다. 진짜로 골프를 잘 쳤다면 (알츠하이머 병증에 대한 설명은) 거짓말”이라며 “골프는 인지가 굉장히 필요한 운동이다. 알츠하이머 초기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알아들어도 2~3분이 지나면 까먹어서 기억을 못 하는 상태’는 알츠하이머 중기”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제가 일상적으로 연희동에 근무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런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골프장에 가셨으면 뭐가 문제가 있느냐”라며 “알츠하이머라는 게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집에 누워 계시는 병은 아니니까, 일상생활과 신체 활동은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하신다. 지금 댁에서도 간단한 실내 운동 같은 것들을 꾸준히 하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보다 이순자 여사가 정례적으로 모이는 골프 모임과 식사 모임이 두세 군데 있는데, 그런 곳에 가실 때 같이 가신다는 얘기는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에 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해 지난해 5월 3일 불구속기소 됐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을 열었으나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를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두번째 재판에도 역시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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