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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말리려 갈탄 피웠다가…50대 2명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중앙일보 2019.01.16 14:07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50대 근로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경기 시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0분쯤 시흥시 대야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41층 옥탑 안에서 A씨(53)와 B씨(55)가 숨진 채 발견됐다. 둘 다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시흥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50대 근로자 2명 숨져
"폐쇄된 공간에서 갈탄 피우며 작업하다 변 당한 듯"
사고 현장과 가방에선 산소공급기 3개씩 발견

이들을 발견한 현장 안전관리자는 "현장에 가보니 A씨와 B씨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50대 근로자 2명이 숨진 아파트 건설현장 내부의 갈탄 난로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50대 근로자 2명이 숨진 아파트 건설현장 내부의 갈탄 난로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사고 현장은 2020년 완공 목표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10개 동을 짓는 곳에서 발생했다.  
이 공사현장의 협력업체 직원인 A씨와 B씨는 전날부터 내부 콘크리트 양생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벽 등에 바른 콘크리트가 파손되지 않고 잘 마르도록 하는 작업이다. 겨울철에는 주로 내부에 난로 등을 넣어 연탄이나 갈탄 등으로 불을 피워서 콘크리트를 말린다. 
실제로 이날 사고 현장 한쪽에서도 불에 타고 있는 갈탄(숯)이 담긴 드럼통이 발견됐다. A씨와 B씨는 이 드럼통에 갈탄을 보충하는 일을 담당했다. 
 
양생 작업을 할 땐 외부로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천막 등으로 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밀폐된 공간에 일산화탄소가 가득 찬다.  
이를 모르는 일부 작업자들이 온도를 점검하거나 갈탄을 보충하러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고 현장도 공기가 통하는 계단 등은 포대 등으로 일부 막혀 있었다.
경찰은 A씨와 B씨도 양생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불을 피운 갈탄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50대 근로자 2명이 숨진 아파트 건설현장 내부.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50대 근로자 2명이 숨진 아파트 건설현장 내부.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출동한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 내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각각 2017년과 지난해 회사에 입사해 계속 양생 업무를 전담해 왔다고 한다. 경찰은 해당 업무를 계속 해왔던 A씨와 B씨가 왜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양생 작업은 밀폐된 공간에서 갈탄 등을 피우는 작업이라 산소 공급기 등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 A씨와 B씨가 발견됐을 당시에도 이들의 옆에서 산소 공급기가 발견됐다. 이들의 가방에서도 각각 산소 공급기 2개가 있었다.
이들이 근무한 회사 관계자는 "산소 공급기 1개당 3분 정도 사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산소 공급기가 다 사용한 것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50대 근로자 2명이 숨진 아파트 건설현장 내부의 일산화탄소 농도.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50대 근로자 2명이 숨진 아파트 건설현장 내부의 일산화탄소 농도.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들의 사망 시간도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양생 작업이 끝나야 도색 작업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시 현장엔 A씨와 B씨를 제외한 다른 작업자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고 한다.
현장 안전관리자는 경찰에서 "전날 오후 6시쯤 A씨와 B씨에게 '착화(불을 붙이고)하고 나왔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들에게 오후 11시와 다음날 새벽 4~5시쯤에도 새로운 탄을 불을 피운 드럼통 등에 넣으라는 지시를 한 이후엔 연락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전날 오후나 이날 새벽 시간에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간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이들이 감독관 등 안전관리자 없이 일한 것으로 확인돼 회사 측이 안전관리수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이들이 근무한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전반적인 내용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양생 작업 안전을 당부하는 스티커 [사진 안전보건공단]

겨울철 양생 작업 안전을 당부하는 스티커 [사진 안전보건공단]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겨울철(12월에서 이듬해 2월)에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질식사고는 30건이다. 이 중 9건이 양생 작업을 위해 갈탄 난로 등을 사용하다가 발생했다고 한다.
시흥=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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