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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이호진 전 태광 회장 “술집 간적 없어” 눈물…檢 7년 구형

중앙일보 2019.01.16 13:27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받던 중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여 재수감된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이 3번째 2심 재판에서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받았다.
 
16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경법)’ 등에 대해 징역 2년 및 벌금 70억원, 그 외 범죄에 대해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날 이 전 회장은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기업 오너들은 왕으로 행사하며 갑질하고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며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은 보석 허가를 받고 건강 회복에 집중했어야 함에도 술과 담배를 하는 등 사회에 큰 물의를 야기하고 사회 불신을 초래했다”며 “재벌의 법 경시 태도가 또다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경우 원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며 첫 번째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웃도는 양형을 구형한다고도 밝혔다.
 
최후진술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이 전 회장은 앞서 검찰이 “자중하고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데 술·담배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반박했다.
 
그는 “제가 반성 없이 음주가무만 하고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저는 병원에 몇 년을 갇혀 있었다”라며 “집을 왔다 갔다 한 생활 자체가 길지 않고 술집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후 최후진술에서는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밝히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책임 있는 기업가로서 여기 서 있는 것이 정말 부끄럽다”며 “세상은 변화했는데 과거 관행을 용기 있게 벗어던지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막내였던 제가 선대의 ‘산업보국’ 뜻을 제대로 잇지 못해 정말 부끄럽다”라며 “태광 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모친의 사망을 언급하며 “수감 생활 중 병을 얻으셨고, 그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유언 한 마디 못 남기시고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도 최후 변론을 통해 횡령액의 상당 부분이 회사를 위해 사용됐고, 유죄로 인정된 액수 이상을 변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2월 15일 오전 10시 선고기일을 연다고 밝혔다.
 
병보석기간 중 거주지 제한 위반 및 허위진단서 의혹이 제기돼 보석이 취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4일 밤 서울 중구 자택에서 나와 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병보석기간 중 거주지 제한 위반 및 허위진단서 의혹이 제기돼 보석이 취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4일 밤 서울 중구 자택에서 나와 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 전 회장은 400억 원대의 배임·횡령과 9억 원대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 됐다. 그는 1·2심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에서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냄에 따라 2017년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206억여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산정해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은 이번엔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세 번째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전 회장은 구속된 지 62일 만인 2011년 3월 24일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고 이듬해에는 보석 결정까지 얻어내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그가 음주·흡연을 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보석’이라는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세 번째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은 7년 9개월 만에 서울남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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