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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더러운 사건 오지" 법정서 드러난 판사 품격

중앙일보 2019.01.16 09:16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왜 이렇게 더러운 사건들이 오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6일 공개한 ‘법관평가 우수사례, 문제사례’에 따르면 '하위법관'으로 꼽힌 한 판사는 법정에서 변호인이 증거신청을 하자 이같이 말하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판사는 증인신청 시 “5분을 초과하면 녹음기를 꺼버리겠다”는 등 고압적으로 진행하고, “어제 한 숨도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니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라”며 모욕적인 말도 일삼았다. 또 한 판사는 피고인에게 “나(재판장)는 소주 몇 병을 마셔도 안 취한다” “결혼 예정인데, 배우자 될 사람은 (죄를) 아냐” 는 등 사건과 무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방청 온 가족 휴대전화 가져가 통화기록 검색하기도 
 
이 외에도 판사가 피고인을 무시하거나 압박하는 사례가 넘쳤다. 한 판사는 “왜 무슨무슨 일을 했어요?” 라고 이유를 물어봐 놓고는, 이유를 대답하려고 하자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또 다른 판사는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며 증거신청을 하자 “내가 오늘 구속영장을 써 왔는데, 한번 더 기회를 줄테니 잘 생각해보라”라며 주장 철회를 압박했다. 
 
심지어 한 판사는 재판 방청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 가족을 즉흥적으로 기립시켜 질문을 하고, 그 가족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통화기록을 검색하기도 했다. 소송 진행 내내 원고와 피고에게 아무런 질문과 확인도 하지 않다가 판결문에 원고와 피고 주어를 다르게 쓴 판사도 있었다.  
 
인사이동 앞두고 '무기한' 선고 연기  
 
인사 이동을 앞둔 1~2월에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재판 연기’도 문제 사례로 꼽혔다. 선고기일을 앞두고 아무런 이유 없이 다시 변론재개일을 잡아 선고를 늦추는 식이다. 한 변호사는 “재판부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생기는 것 같은데, 판결 선고만을 기다리던 소송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이날 지난해 1~12월 서울변회 회원 변호사 2132명이 참여한 1만7879건의 법관 평가표를 바탕으로 우수법관과 하위법관을 선정했다. 또 5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된 모든 법관의 평균점수 등 결과는 법원행정처에 전달할 방침이며 소속 법원장과 해당 법관에도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서울변회 측은 “5명의 법관이 적절하지 못한 재판진행으로 하위법관에 선정됐다”며 “하위법관은 선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기 위해 10명 이상의 회원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법관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법관의 사례 외에도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무리한 조정의 강권, 변호인의 변론기회 박탈, 편파적인 진행, 이유 없는 소송 절차 지연 등이 부적절한 사례로 지적됐다”고 말했다.
 
반면 우수법관으로는 21명의 법관이 선정됐다. 서울변회 측은 “충실한 심리와 공정한 재판 진행이 우수 법관의 요건이었다”며 “충분한 입증기회 제공, 합리적이고 상세한 설명, 충실한 판결문 작성, 신속한 재판 진행 등이 기본적인 바탕이었다”고 말했다.
 
'신속 재판 진행, 상세한 설명' 100점 만점 우수법관도  
 
우수법관으로 꼽힌 판사 중 김배현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유성욱 서울서부지법 판사는 평균 100점을 받았다. 이 외에 우수법관에 선정된 판사들도 평균 9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21명의 평균점수는 96.02점으로, 최하위판사 점수인 46점과 50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한 변호사는 우수법관으로 꼽힌 한 판사에 대해 “중요한 증인신문일을 간과해서 1시간 이상 재판이 지연됐음에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피고인과 변호사를 질책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급하고 당황한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할까 염려해 위로하고 달래주면서 검사와 증인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에서 피고인이 정말 크게 감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우수법관으로는 곽형섭 판사(서울서부지방법원) 권기백 판사(의정부지방법원) 김배현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김승주 판사(서울고등법원) 김종호 형사수석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나상훈 판사(특허법원) 박지연 판사(서울고등법원) 서영호 판사(의정부지방법원) 송승우 부장판사(수원지방법원) 신숙희 판사(서울고등법원) 심현주 판사(인천지방법원) 유성욱 판사(서울서부지방법원) 이승훈 판사(수원지방법원) 이영창 판사(서울고등법원) 정승원 부장판사(대구가정법원) 정원석 판사(인천지방법원) 주한길 판사(서울서부지방법원) 진현민 판사(서울고등법원) 최진곤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황성욱 판사(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황인성 판사(서울서부지방법원)가 선정됐다.
 
서울변회 측은 “앞으로도 법관평가 활성화에 힘을 쏟아 묵묵히 법관의 사명과 사법정의를 실현해 가는 훌륭한 법관을 널리 알릴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법관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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