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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 남편' 180도 변하게 만드는 손주 재롱

중앙일보 2019.01.16 07:01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71)
지금 중앙일보에서는 '손주 바보' 그룹에 들어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가락 운동을 하며 손주 자랑하느라 난리다. 친구들에겐 만 원을 내도 안 들어주는 이야기를 멍석까지 깔아주고 잘 되면 멋진 여행도 보내준다. [사진 송미옥]

지금 중앙일보에서는 '손주 바보' 그룹에 들어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가락 운동을 하며 손주 자랑하느라 난리다. 친구들에겐 만 원을 내도 안 들어주는 이야기를 멍석까지 깔아주고 잘 되면 멋진 여행도 보내준다. [사진 송미옥]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름, 할아버지와 할머니. 지금 중앙일보에선 난데없이 ‘손주 바보’ 그룹에 들어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가락 운동을 하며 손주 자랑하느라 난리다. 친구들에겐 만 원을 내도 안 들어주는 이야기를 멍석까지 깔아주고 잘 되면 멋진 여행도 갈 수 있으니 이런 기회가 어디 있겠나?
 
여행 상품권 선물은 뒷전이다. 그냥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손주 자랑은 군대 이야기와 맞먹는다. 손주가 없는 어른에겐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니까. 하하.
 
1남 1녀를 둔 철없는 엄마였던 나도 어느새 다섯 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가 되었다. 내가 아무런 스펙이 없어도 인생살이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것은 이것이다. 아이들이 잘 자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서로 투덕거리며 잘살고 있다는 것. 살다 보니 이름을 날리고 돈을 재어 놓고 살고 스카이 캐슬에 산다고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 작은집에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삶이 재밌게 잘 사는 인생이다.
 
손자를 보노라면 자식이랑은 정말 다른 느낌이다. 내 친구는 말 안 듣고 대화 안 되고 고집 센 남편을 변하게 하는 것은 손주뿐이라고 했다. 붙박이장같이 소파에 딱 붙어서 리모컨만 갖고 놀던 남자도 할아버지가 되면 180도로 변한다. 수행비서가 따로 없다. 울어도 예쁘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입이 귀에 걸린다.
 
손자가 물 먹고 싶다는 신호만 보내도 그 무거운 엉덩이를 벌떡 들어 갖다 바치고 “장난감 사줘” “놀아줘” 하면 부인이 같이 가자고 애원을 해도 귀찮아하던 마트도 저절로 가게 된다. 닫힌 지갑도 활짝 열린다.
 
요즘은 자식들이 살기가 팍팍하니 결혼도 늦게 하고 또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고 이런저런 계획으로 뒤로 미루니 할머니, 할아버지 되기가 정말 힘들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노라면 내가 나이 듦은 잊고 새록새록 내 자식을 닮은 고것들이 꽃송이 같이 예쁘기만 하다. 내 아이들이 클 때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볼 때면 웃음이 절로 난다.
 
아직 한글 쓰기에 서툰 1학년짜리 첫째 외손녀가 써서 건넨 삐뚤빼뚤 편지. 내 아이들을 키울 때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볼 때면 웃음이 절로 난다. [사진 송미옥]

아직 한글 쓰기에 서툰 1학년짜리 첫째 외손녀가 써서 건넨 삐뚤빼뚤 편지. 내 아이들을 키울 때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볼 때면 웃음이 절로 난다. [사진 송미옥]

 
‘할머니, 오늘도 나는 엄마가 자는 동안 동생들을 잘 보았어요’라며 삐뚤빼뚤 편지를 써서 건네는 아직 한글 쓰기에 서툰 1학년짜리 첫째 외손녀. 내가 집에서 화장할 때 “할머니, 화장은 자동차 안에서 하는 거예요”라며 제 엄마가 차 안에서 화장하는 것을 정석이라고 믿는 둘째와 아직 말은 잘 못 하지만 나만 보면 두 팔 벌려 달려와 입을 삐쭉이 내밀며 뽀뽀를 마구마구 해주는 셋째까지.
 
이번에 호주를 다녀올 때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할머니 같이 살면 안 되나요? 안 가면 안 돼요?”라며 내 품에서 슬피 울어주던 듬직한 아들네의 첫째와 매운맛을 알고부터 먹거리를 보기만 하면 “할미 이거 매워?”라며 내가 먼저 먹고 감정해 달라는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두 돌 박이 둘째의 이쁜 짓까지…. 눈을 감으면 생각나고 미소가 절로 나는 내 삶의 다섯 꽃송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오래오래 한오백년 살아 보려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눈앞에 영상도 아닌 재밌는 실화가 날마다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보여주는데, 또한 그것이 내가 최초로 만든 작품의 연속인데, 보면 볼수록 자랑스럽고 해피엔딩이 되는 끝까지 보고 싶은 작품이라 욕심을 부리게 된다.
 
오늘도 나는 딸아이네 인생살이 작품 속에서 손주들과 한 장면을 함께 하고 들어와 이 글을 쓴다.
 
'전구~욱 손주자랑' 이벤트 이미지. 재밌는 노후인생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할배, 할매님들 망설이지 말고 참여해 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구~욱 손주자랑' 이벤트 이미지. 재밌는 노후인생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할배, 할매님들 망설이지 말고 참여해 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신중해지려다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도,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이 흘러 가버렸다는 어느 묘비명의 글에서도 시간은 덧없이 지나간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도 기회가 주어지는 요즘, 재밌는 노후인생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기운을 받아서 우리 할배, 할매님들~ 망설이지 말고 ‘전구~욱 손주 자랑~’에 참여해 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쿵따리 샤바라~ 에헤야 디야~^^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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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옥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필진

[송미옥의 살다보면]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평범한 할머니로 지낸다. 지식은 책이나 그것을 갖춘 이에게서 배우는 것이지만, 인생살이 지혜를 배우는 건 누구든 상관없다는 지론을 편다. 경험에서 터득한 인생을 함께 나누고자 가슴 가득한 사랑·한·기쁨·즐거움·슬픔의 감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쓴다. 과거는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이웃과 함께 남은 인생을 멋지게 꾸며 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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