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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밀수로 부당이득은 400억원인데 벌금·추징금 6조원…왜?

중앙일보 2019.01.16 06:01
금괴. [사진 스티브비드미드]

금괴. [사진 스티브비드미드]

 
홍콩산 금괴 4만개를 일본으로 빼돌린 뒤 되팔아 400억원대 시세차익을 남긴 금괴밀수 일당이 1심에서 전원 유죄와 역대 최대 벌금과 추징금(총 6조 5000억원)을 선고받았다.

관세법에 밀수된 물건 가격을 고려해 벌금 부과하
추징금은 밀수된 물건 시세 가격으로 책정
벌금 선고에 부산지법 “우스꽝스러운 판결”◈

 
법원은 이 같은 밀수가 불법 중계무역에 해당하며 이들이 일본에서 금괴를 되팔아 얻은 수익을 신고하지 않고 은닉해 소득세 수십억원을 포탈했다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조세), 관세법·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밀수조직 총책 윤모(53)씨에게 징역 5년, 운반조직 총책 양모(46)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각각 벌금 1조3000억원과 추징금 2조102억원을 내렸다.
 
공범 6명에게는 징역 2년 6개월∼3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69억∼1조1829억원, 추징금 1015억∼1조7951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특히 윤씨와 양씨가 받은 벌금액 1조3000억원은 역대 최대이며, 이들 전원이 받은 벌금액은 총 4조5000억원에 달한다. 2조원이 넘는 윤씨, 양씨 추징금은 분식회계 혐의로 추징금 23조원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홍콩 금괴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 반입한 다음 관세법에 따라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반출해 막대한 소득을 얻고도 은닉해 조세를 포탈했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으로 동기가 매우 불량하다"고 판결했다.

 
일당이 밀반출로 거둔 부당이득은 400억원이어서 천문학적인 벌금과 추징금을 부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된다. 형법상 벌금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3년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다. 윤씨와 양씨에게 부과된 벌금 1조3000억원을 3년으로 나누면 이들의 하루 일당은 13억원에 달한다. 보통 노역 일당은 하루 10만원 정도여서 황제 노역 논란이 일수 있다. 

사진은 금괴 밀수조직이 금괴 매매차익으로 거둔 400억원 중 일부인 현금 다발. 검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200억원의 범죄수익금을 압수했다. [부산지검]

사진은 금괴 밀수조직이 금괴 매매차익으로 거둔 400억원 중 일부인 현금 다발. 검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200억원의 범죄수익금을 압수했다. [부산지검]

 
밀수범에게 벌금을 부과할 때에는 밀수한 물건 가격을 고려한다. 이들이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홍콩에서 매입한 금괴를 한국공황환승구역에 반입한 다음 일본으로 밀수출한 금괴 4만개의 가격은 2조원이다. 금괴 1개당(1㎏) 가격은 5000만원이다. 이를 고려해 주범인 윤씨와 양씨에게 벌금이이 부과됐다.  
 
추징금은 밀수출한 물건의 시세 가격으로 결정된다. 이들이 밀수출한 금괴 4만개의 시세는 2조원이다. 이들에게 추징금 2조102억원이 처한 이유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관세법에 밀수한 물건 가격을 고려해 벌금을 부과하게끔 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판결이 내려졌다”며 “관세법을 제정할 때 이런 상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제 노역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역장 유치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부산지법 관계자는 “법제처에서 노역 기간 연장을 검토했으나 법무부에서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벌금 부과 기준과 노역 기간 연장 등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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