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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건설사들의 반란…‘빅 10 체제’ 금간다

중앙일보 2019.01.16 05:00 경제 5면 지면보기
지난 13일 서울 일대의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일대의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삼성, 현대, 대림, 대우, GS,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 롯데, SK, 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올해 10위권 예상
반도건설 50위 → 27위 → 12위
중견사 사업 다각화해야 더 성장
기존 상위 기업들 경쟁력 키워야

국내 건설업계를 이끌어온 10대 건설사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의 성장세가 매섭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의 강세가 가장 돋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2018년도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 평가에서 16위(평가액 1조7859억원)를 기록했는데, 같은 해 말 13위인 계열사 호반(평가액 2조1619억원)을 흡수합병했다. 두 회사의 평가액을 단순 합산하면 3조9478억원으로 10위인 HDC현대산업개발(평가액 3조4280억원)보다 5000억원 이상 많다. 사실상 호반건설이 10위 건설사 반열에 올라섰다는 이야기다. 9위인 SK건설과 비교하면 단 100억원 차이다.
 
시공능력 평가란 국토교통부가 매년 전국의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해 금액으로 나타낸 것이다. 발주자들은 이 시공능력 평가를 토대로 건설업체를 선정한다.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서는 10대 건설사를 메이저 업체로 본다.
 
호반건설은 건설취업포털 건설워커의 올해 1월 건설업체 취업인기 순위에서 9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도 있다.
 
반도건설도 급성장하는 중견 건설사다. 회사의 최근 4년간(2015~2018년도) 시공능력 평가 순위는 50위, 44위, 27위, 12위로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단기간에 10대 건설사로 진입하는 문 앞까지 다가간 것이다. 반도건설은 조경 분야 공사 실적 순위(2017년 기준)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태영건설도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에서 전년 대비 여섯 계단 뛰어오른 14위를 나타내며 관심을 모았다. 우미건설과 중흥건설 등의 활약도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건설사 사장은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견 건설사들이 약진하는 힘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지난 수년간 이어진 국내 주택시장 호황의 영향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호반건설과 반도건설 등은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한 주택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올해 이후 주택 시장이 침체할 전망이어서 중견사들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수"라고 밝혔다. 
 
반면 기존의 10대 건설사는 비중이 큰 해외 사업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중견사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사들의 연간 해외 수주액은 300억달러 안팎에 그쳤다. 2010년(715억달러)이나 2014년(660억달러)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10대 건설사들은 지난해 ENR(미국 건설 전문지)의 세계 건설사 순위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해외 매출만을 집계한 ENR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국내 건설사는 현대건설로, 전년보다 두 계단 떨어진 16위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23위로 세 계단 하락했다. 나머지 건설사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질적 측면에서도 10대 건설사들은 세계적인 수준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여전히 기술력 등이 부족한 탓에 엔지니어링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보다 시공 중심으로 수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재준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산적한 칸막이 규제들을 없애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는 등의 혁신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건설현장 스마트화 바람에 합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물 인터넷이나 로봇 등의 4차 산업 기술을 건설현장에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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