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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마다 전화 폭탄···낯뜨거운 불법 전단지가 사라졌다

중앙일보 2019.01.16 03:00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엔 '인계박스'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다. 수원시청과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문화공간, '나혜석 거리' 등도 있어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중심상업지역이다. 
술집과 모텔 등이 즐비해 '경기도 최대 유흥가'라는 오명이 붙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땅거미만 내리면 취객들은 물론 호객꾼까지 설쳤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전단지였다. 늦은 밤이면 차량과 오토바이를 탄 젊은이들이 성매매나 불법 대출 등을 알리는 전단지를 날렸다. 길을 걷다 이들이 날린 명함식 전단지에 맞아 상처를 입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경기도, 이달부터 불법광고전화 차단시스템 도입
불법 전단지 번호로 3초마다 전화해 연락 차단
수원시는 2017년 말부터 해당 시스템 도입해
불법 전단지 등 광고물 74.5% 감소로 효과 톡톡

경기도가 수거한 불법 광고전단지 [사진 경기도]

경기도가 수거한 불법 광고전단지 [사진 경기도]

 
이런 전단지는 인근 주택가에도 나돌았다. 헐벗은 여성들이 등장하는 낯뜨거운 광고지에 놀란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김모(43·수원시 장안구)씨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가려는데 4살 된 딸이 창문에 끼워진 '안마방' 광고 명함을 '카드'라며 줘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수원시와 경찰 등이 시민단체와 함께 대대적인 합동 단속을 벌이고 캠페인에도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단속할 때만 반짝 사라질 뿐 다시 '불법 전단지 천국'이 됐다. 
수원시청 전경. [사진 수원시포토뱅크]

수원시청 전경. [사진 수원시포토뱅크]

 
그런데 요즘 인계박스에선 이런 불법 전단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불법 현수막도 눈에 띄게 줄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수원시가 지난 2017년 말 KT와 '불법 유동 광고물 자동전화안내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불법 현수막이나 음란·퇴폐·불법 대출 전단지 등 유동 광고물에 적힌 전화번호로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옥외광고물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등을 알린다. 1차 전화에도 불법 광고물을 계속 올리거나 살포하면 해당 번호로 10분마다 전화를 건다. 그래도 개선하지 않으면 5분에 한 번씩 자동전화를 한다. '통화폭탄'으로 해당 전화를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불법 광고물 게시자가 안내 전화를 스팸으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200개의 서로 다른 발신 전용 번호를 확보해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다. 결국 불법 광고문 게시자들이 제풀에 지쳐 해당 번호를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원시는 불법 광고물에 적힌 5619개 전화번호로 15만6906차례의 안내 전화를 걸었다. 이후 지난해 불법 광고물 월평균 적발 건수는 모두 5만3278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20만977건)보다 74.5%(15만5799건) 감소했다. 
불법 전단지 [중앙포토]

불법 전단지 [중앙포토]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전단지는 모두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이다. 수원시에선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동차나 아파트 문틈 등에 끼워 넣으면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성매매 전단지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알선)으로 징역형도 선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단지 배포는 대부분 밤늦은 시간에 오토바이 등으로 신속하게 이뤄져 사실상 단속이 힘들다. 고민하던 수원시는 '서울시가 성매매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에 지속적으로 안내 전화를 해 근절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서 해법을 찾았다. 이 자동 안내 전화를 모든 불법 광고물로 확대한 것이다.  
전용기 수원시 광고물팀장은 "불법 광고물에 자동전화 안내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수원시가 최초"라며 "'전단지가 대폭 줄었다'는 입소문 나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결을 알려달라'고 문의해 온다"고 말했다.  
불법 광고전화 차단 시스템 [자료 경기도]

불법 광고전화 차단 시스템 [자료 경기도]

 
경기도도 이달부터 수원시 같은 '불법 광고 전화 차단시스템'을 본격 도입한다. 불법 광고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3초마다 자동으로 다른 발신번호로 전화를 건다. 수원시보다 더 집요하게 전화 폭탄을 돌려 해당 업체는 물론 시민들도 이 번호로 전화를 걸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에서 수거한 불법광고전단지의 전화번호를 모두 취합해 차단할 계획이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이번 불법 광고 전화 차단시스템으로 무차별적인 불법 광고물 배포 행위를 신고 즉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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