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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사단 1여단, 평택 기지 떠났다가 안 돌아올 수도

중앙일보 2019.01.16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남정호의 논설위원이 간다] 한국 속의 미군 소도시 캠프 험프리스 
지난해 5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 비행장에서 미 2사단 제2전투항공여단 소속 아파치 전투헬기와 블랙호크 다목적헬기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해외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는 최종 완공 시 미군과 가족 등 3만6000여명을 수용하게 된다. 미 국방부 제공

지난해 5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 비행장에서 미 2사단 제2전투항공여단 소속 아파치 전투헬기와 블랙호크 다목적헬기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해외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는 최종 완공 시 미군과 가족 등 3만6000여명을 수용하게 된다. 미 국방부 제공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주한미군 철수가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4차 방중 때 북·중 간에 이 문제가 깊숙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공언해왔다. 어느 때보다 미군이 완전히 빠져나가거나 아니면 크게 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한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주한미군의 분위기를 알기 위해 평택 미군기지로 불리는 캠프 험프리스를 지난 10일 찾았다. 

캠프 험프리스, 일산 크기 소도시
교회·볼링장에 워터파크까지 갖춰

연합사·유엔사 등 40여 부대 모여
첨단시설에 부대 집중돼 능률 향상

"중국 의식해 철수보단 감축할 듯"
1여단 안 오면 미군 전투 보병 전무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해외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2020년 완공되면 군인과 가족 3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미 국방부 제공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해외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2020년 완공되면 군인과 가족 3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미 국방부 제공

 1961년 헬리콥터 사고로 숨진 벤저민 험프리스 준위의 이름을 땄다는 캠프 험프리스. 미군 홍보처의 안내를 받아 돌아본 이곳은 군 기지보단 소도시라고 부르는 게 어울렸다. 전체 면적은 1460여만㎡로 일산 신도시(1570여만㎡)보다 약간 작다. 2020년 완공되면 미군과 가족 등 3만6000명을 수용하게 된다. 전체 둘레는 18.5㎞로 차로 도는 데도 40분 이상 걸렸다.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기지 동쪽의 활주로였다. 이곳은 원래 일본군 비행장이었는데 한국전이 나자 미군이 접수해 육군 기지로 바꿨다. 비행장을 따라 달리니 미 2사단 예하 제2전투항공여단이 운용하는 검은색 아파치 전투헬기와 치누크 수송헬기, 블랙호크 다목적헬기 등이 활주로 위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2㎞에 달하는 활주로 덕에 거대한 C-17 장거리 전략수송기도 거뜬히 뜨고 내린다.
2017년 8월 사격 훈련을 위해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차에 실려 운반된 탱크들이 캠프 케이시에 도착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2017년 8월 사격 훈련을 위해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차에 실려 운반된 탱크들이 캠프 케이시에 도착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캠프 험프리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기지 안에 기차가 다닌다는 거다. 2002년 2사단 장갑차에 깔려 숨진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후 미군은 탱크와 중무장 차량은 열차에 실어 작전지역까지 운반한다. 기지 안까지 철로가 들어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캠프 험프리스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유엔사령부 겸 주한미군사령부 본부. 남정호 기자

캠프 험프리스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유엔사령부 겸 주한미군사령부 본부. 남정호 기자

 활주로를 가운데 두고 기지의 핵심부인 주한미군사령부 겸 유엔군사령부와 미 8군 사령부는 동쪽에, 미 2사단 본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사령부만이 있는 게 아니다. 기지 안에는 501 정보여단 등 40여개의 크고 작은 부대가 들어와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내 미 2사단 본부에서 제1전투기갑여단 임무 교대식이 열렸다. 미 국방부 제공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내 미 2사단 본부에서 제1전투기갑여단 임무 교대식이 열렸다. 미 국방부 제공

 기지라고 군사시설만 있을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지 중심부로 가보니 대형 쇼핑몰에 패스트푸드점들이 들어선 푸드코트, 영화관, 도서관 등이 눈에 띈다. '푸드코트'란 글자가 선명한 건물로 들어가니 타코벨·피자헛·버거킹 등 친숙한 체인점 앞에 미군들이 줄을 서 있다. 한쪽 벽에는 중무장한 미군들의 사진과 함께 '우리의 고객들은 영웅이다(Our customers are heroes)'란 글이 선명하다. 미 대학 학생식당이나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에 와 있는 느낌이다. 
캠프 험프리스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푸드코트. 10여개의 유명 프렌차이즈점이 입점해 있다. 남정호 기자

캠프 험프리스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푸드코트. 10여개의 유명 프렌차이즈점이 입점해 있다. 남정호 기자

이뿐 아니다. 이곳은 교회 5개, 피트니스 센터 5곳, 48개 레인을 자랑하는 볼링장, 18홀짜리 골프장, 심지어 워터파크까지 갖추고 있다. 오가는 이들이 군복 대신 사복만 입었다면 틀림없는 미국의 전형적인 소도시다.
경기도 평택의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내에 세워진 '프리덤 교회 (Freedom Chapel). 기지 내에는 이런 교회가 5개나 마련돼 있다.  남정호 기자

경기도 평택의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내에 세워진 '프리덤 교회 (Freedom Chapel). 기지 내에는 이런 교회가 5개나 마련돼 있다. 남정호 기자

 실제로 미군 당국은 이 기지를 장병들이 가족과 편히 살 수 있는 보금자리로 만들려 한다. 그래야 사병들의 정서적 안정은 물론, 기지촌에서 흔한 병사들 간의 폭행과 매춘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기지 곳곳의 '가족 주택(family housing)'촌이다. 벽돌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붉은 기와를 얹은 베이지색 단독주택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영락없는 미 서부의 주택가다. 이곳에서 미군 가족은 여느 가정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생활을 한다. 기지 안에는 초등학교 두 곳과 중·고교가 하나씩 있다.
미군 가족들이 일반 가정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마련된 캠프 험프리스 내 가족주택촌. 붉은 기와를 얹은 베이지색 집들로 이루어져 미 서부의 주택가를 연상시킨다. 남정호 기자

미군 가족들이 일반 가정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마련된 캠프 험프리스 내 가족주택촌. 붉은 기와를 얹은 베이지색 집들로 이루어져 미 서부의 주택가를 연상시킨다. 남정호 기자

이렇듯 군인 가족을 위한 시설까지 들여놓다 보니 신축 건물만 650여개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를 위해 투입된 비용은 무려 12조 원 안팎. 이중 한국 정부가 부담한 건 11조 원 정도로 전체의 92%에 달한다. 한국이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 기지를 마련해 준 것이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도 이곳에 와서는 “굉장히 놀라운 군사시설로 큰 비용이 들었다는 걸 잘 알겠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재클린 리커 주한미군사령부 공보부장. 남정호 기자

재클린 리커 주한미군사령부 공보부장. 남정호 기자

 이런 한국 측의 도움으로 주한 미군은 전국 170여개의 시설을 평택·오산과  대구·부산 두 지역으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재클린 리커 주한미군사령부 공보부장은 평택기지 이전으로 각 부대의 전반적인 능률이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리커 부장은 "멀리 있던 부대들이 한 곳에서 모이게 되면서 소통이 원활해졌고 합동작전도 보다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엔 없었던 첨단 훈련시설도 기지 안에 마련해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새로 지은 사령부 건물 등은 외부 공격에 훨씬 잘 견디도록 설계돼 평택 기지의 전반적인 방어 능력도 훨씬 나아졌다는 게 미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전방에 있던 미군들이 후방으로 재배치 되면서 북한 도발 시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할 공산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제기되는 걱정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주한 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 가능성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담판을 통해 미군을 확 줄이거나 아예 뺄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요즘에는 순환 배치돼야 할 미 2사단 제1여단 소속 4000여명의 병사가 올 7월 미국에 돌아간 뒤 충원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국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한국 내 2사단은 1990년대까지 3개 여단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1992년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미군 재배치 전략에 따라 제3여단이 해체됐으며 2004년에는 제2여단이 이라크로 차출된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나머지 제1여단도 2015년부터는 9개월씩 순환 배치돼 왔다. 그러다 올 7월부터는 아예 한국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미군 철군 또는 감축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엘리스 벤풀 주한미군사령부 대외협력처장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위에서 알아서 하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2015년 3월 주한미군 2사단 제1기갑전투여단 소속 M1A2 에이브럼스 탱크가 훈련을 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2015년 3월 주한미군 2사단 제1기갑전투여단 소속 M1A2 에이브럼스 탱크가 훈련을 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미군의 한 관계자는 "바로 가까이에 중국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기지를 두고 완전히 철수하겠느냐"면서도 "트럼프의 결정으로 감축은 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2사단 제1여단이 안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한국에는 미 육군의 보병 전투 병력은 완전히 없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 제정된 ‘국방수권법’은 주한 미군의 숫자를 2만2000명 밑으로는 줄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한 미군의 숫자를 2만8500명이어서 4000여명 규모의 2사단 제1여단을 재배치하지 않더라도 별문제가 없다. 게다가 국방수권법은 올해 9월에 만료돼 그 이후에는 얼마든지 감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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